“조금만 생각해보면 알기 쉬운 사실이다. 한국은 첫 사망자가 나오기 전 중국 우한 지역이랑 다르게 상당한 기간이 지나고 있음에도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의료계를 포함해 각계에서 ‘코로나19’ 치사율이 메르스나 사스보다 높지 않다고 학술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청도 대남병원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박중엽 뉴스민 기자가 지난 21일 “청도 대남병원 장애인, 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이유다.

▲지난 21일 보도된 뉴스민 기사.
▲지난 21일 보도된 뉴스민 기사.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5층(실제 4층)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 환자 105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한 103명이 집단 감염됐다. 실제 4층이지만, 숫자가 불길하다고 판단해 정신과 폐쇄병동 층을 임의로 5층으로 정한 것.

박중엽 뉴스민 기자는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수십 년 생활했던 정신장애인 A씨가 사망했다. 장애인 빈곤층 등 소외계층에 코로나19가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과거부터 만성 폐 질환을 앓다가 감염 이후 폐렴이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년 이상 시설에서 생활한 A씨는 최근 몸무게가 42kg에 불과했다. 청도군청도 오랜 기간 폐쇄병동에서 생활했던 A씨가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코로나19 감염이 치명적으로 작용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첫 사망자가 청도 대남병원에서 나온 이유에 이어 지난 21일 “장애인, 쪽방 거주민에게 더 가혹한 코로나19, 마스크조차 구할 수 없다”라는 기사도 보도했다. 박중엽 기자는 “장애인, 저소득층, 쪽방 거주민 등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 마스크, 손 소독제 구매에 어려움이 있다. 외부활동을 할 수 없어 소득을 잃은 경우도 있다”고 우려한 뒤 “자가격리 등 장애인 지원 정부 지침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 청도와 경산 등 경상북도 일대를 취재하는 박중엽 뉴스민 기자와 어렵게 통화했다.

▲취재하는 박중엽 뉴스민 기자.
▲취재하는 박중엽 뉴스민 기자.

-첫 사망자가 대남병원에서 20년간 생활한 장애인이라는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다. 취재 경위를 좀 알려달라.

“첫 사망자가 장애인이라는 소식을 듣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겠다고 직감했다. 대남병원에 확진자가 많으니 유사한 사망사례가 계속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폐쇄 병동인 정신병동 위주로 감염됐다. 정신병동의 폐쇄성이 문제다. 또 세 번째 사망자 같은 경우 경주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평소 근무량이 많았다고 한다. 기존에 폐질환도 앓았다. 감염병에 취약한 상태였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이 사망자가 될 수밖에 없는 건 짐작 가능한 일이었다.”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제가 취재해본 결과 정신병동에 15개 방이 있다고 한다. 방마다 6~8명이 생활한다. 5층 전체만 쇠창살이 있다. 환기도 안 되는 초밀집 지역이다. 한 명이 걸리면 그 방은 다 걸리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감염이 쉽게 된다. 건강한 감염자보다 취약한 상황이라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 이런 폐쇄적인 상황도 문제지만, 내부 상황 공유가 잘 안 된다. 대남병원도 상황 파악을 잘못하고 책임있는 답변을 줄 수 있는 정부 관계자들도 말이 조금씩 다르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가?

“경상북도 도청이 오늘(25일) 오전 중증장애인시설인 칠곡 밀알사랑의집에서 21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시설 자체가 폐쇄 형태로 운영되는 곳에서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대남병원뿐만 아니라 폐쇄적인 시설 생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코로나19가 이번 기회에 드러내 주는 거로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장애인이 폐쇄시설에서 단체 생활하는 운영행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장애인 탈시설화가 의제화돼야 한다.”

-현재 대구 상황은 어떤가?

“마스크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이마트에서 천원 안으로 마스크를 싸게 공급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구매하려 고 줄 서고 난리다. 그런데 이렇게 이마트 앞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또 코로나가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촘촘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빈틈이 있는 것 같다. 정부가 해줄 수는 없었나. 지금 대구에는 정부의 제대로 된 역할이 필요하다.”

-취재하면서 걱정되는 점이 생겼다면?

“제가 취재하면서 코로나 걸리는 건 걱정되진 않는다. 우려되는 건 약한 사람들이 계속 걱정된다. 대구에 난민이 한 명 있다. 인도에서 온 난민인데 살해 위협을 받고 대구로 피신왔다. 딸이 한 명 있는데 딸이 감염될까 다시 인도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는 한국말을 잘 몰라 영어 뉴스를 보고 있는데 정보가 확실하지 않아 현실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신천지도 그렇고 비주류 혐오가 쉽게 일어나고 있다. 신천지가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천지 혐오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신천지 교인을 무턱대고 혐오하기보다 스스로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독교나 개신교, 불교 등 종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자신의 종교를 숨기겠나. 무턱대고 혐오하기보다는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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