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죠.” KT 인터넷 설치·수리 업무를 하는 A씨의 말이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고객 집에 방문할 때마다 조심스럽다. 그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할 수밖에 없다. 회사는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지급하는 정도인데 사전정보가 없으니 문제다. 다른 지역에서는 고객 집에 방문했다 자가격리를 하게 된 경우가 있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 홈앤서비스 소속 설치·수리 노동자 B씨는 “손세정제, 마스크 지급 등 그나마 기본적인 대처는 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개인 위생은 개인이 챙기라는 식”이라고 했다. LG헬로비전의 설치 업무를 담당하는 C씨는 “확진자가 나온 동네 기사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하청업체는 세정제, 마스크 지급을 해주지 않았다. 업무 물량은 그대로 주면서 조심하라고 한다”고 했다. LG헬로비전은 지역별로 다른 하청업체에서 업무를 맡고 있다. 

인터넷과 유료방송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가정이나 사업장에 방문해 작업한다. 택배, 배달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고객과 접촉을 할 수밖에 없다. 가정 내에서 작업을 해야 하고 30분 이상 한 가정에 머무는 경우도 있어 노동자들은 불안이 크다.

▲ 인터넷, IPTV 설치기사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인터넷, IPTV 설치기사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SK브로드밴드는 타 지역 노동자의 지원을 받아 대구지역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다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역 한 지점이 신천지 교회와 같은 건물에 위치해 선제적으로 폐쇄조치를 하면서 인력이 줄었다. SK브로드밴드는 홈앤서비스 각 지점에 24일부터 일주일 동안 52시간 근무제를 미적용하고, 수당 포인트를 더 주는 조건으로 대구에서 일할 타 지역 노동자들을 모집했다.

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해당 지점에) 확진자가 나온 건 아니다. 선제적 폐쇄조치에 따라 업무공백이 있어 대책 강구하는 수요조사를 했다. 지난 금요일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IPTV·케이블 노동자들이 소속된 희망연대노동조합은 25일 코로나19 공통 요구안을 마련해 각 사측에 요구했다. 

요구안은 대구지역에 △장비교체 등 긴급하지 않은 작업 연기 및 필수긴급업무만 진행 △ 근무인원 최소화, 비근무자 자택대기 등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또한 전국에 △면대면 접촉 최소화 △마스크 손세정제, 일회용 장갑 등 위생용품 지급 확대 △최초 상담시점부터 고객의 자가격리 여부 확인 및 현장노동자 전화연락시 반복 확인 조치 등을 요구했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티브로드의 경우 대구지역에서 긴급 AS 외의 업무를 진행하지 않는 식으로 조정하고 일부 인원만 출근하게 하는 등 비교적 대응이 적극적인 편이다.

통신3사도 대응하고 있다. KT는 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하고 손세정제, 마스크를 지급하고 현장에서 위생장갑을 착용하도록 했다. 대구 지역의 경우 자가격리 상태인지 확인하고 의심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선 방진복을 입고 업무를 했다. KT 관계자는 “추후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고객에게 양해를 구해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일상적인 AS가 아닌 긴급 작업 위주로 배치하고, 현장에서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조회, 회의를 없애고 임대장비 사물함 지급, 손세정제 및 마스크 지급 등도 하고 있다. LG헬로비전은 각 지점에 긴급하지 않은 업무 축소 및 연기, 센터별 근무시간 조정, 고객이 자가격리자 등으로 확인되면 업무를 보류하는 식으로 대책을 세워 각 하청업체에 전달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최근 다시 한번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노사는 작업 전면 거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요구안을 내면서 조합원 건강권 보호와 통신 공공성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전면 업무를 중단할 경우 공공서비스 성격을 갖는 방송통신이 마비된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한 유료방송 사측 관계자도 “고객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통신이 중요한데 서비스가 중단되게 할 수는 없어 고민이 있다”고 했다. 

회사가 적극 조치를 취하더라도 자가격리자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장의 고충은 남았다. 일부 업체는 고객센터 안내 과정에서 코로나19 관련성 여부를 묻고, 현장 기사들이 이를 점검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숨기면 알 수 없다. 사측의 대응 뿐 아니라 고객의 협조도 필요한 상황이다.

B씨는 “상대가 자가격리자이거나 의심자임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씨는 “고객에게 코로나19 격리자인지 물어야 하는데 오해하거나 기분 나쁘게 느낄까봐 잘 못 물어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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