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기본소득을 검토해보자
재난 기본소득을 검토해보자
[ 윤형중 칼럼 ]

지난해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기본소득 재정 모형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연구자로서 이 글을 쓰기가 조심스럽다. 재난을 계기로 내가 했던 연구를 알리려는 것인가라는 자문이 집필을 주저하게 했다. 그럼에도 공론장에서 다양한 모색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 글을 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월9일부터 18일까지 국내에서 하루 한 명 이하의 확진자가 새로 확인됐다. 주의할 만한 상황이긴 해도 확진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확진자 20명이 늘어난 19일부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20일 53명, 21일 50명에 이어 22일엔 229명이 증가했다. 전염병 특성상 확진자가 많아질수록 통제가 어렵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재빨리 특정하고, 자가 격리 조치하고, 검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제대로 격리했는지 감시하기 위해 방역당국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그들의 헌신과는 별개로 이 일의 특성상 완벽하게 이뤄지기가 어렵다. 감염자가 많아질수록 철저한 방역에 비용도 많이 든다. 자가 격리 대상자는 무단 외출시 형사고발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이미 여러 확진자가 자가 격리 상태에서의 외부 동선이 공개된 상태다.

▲ 2월24일 현재 14명의 코로나19 환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의심환자와 정확한 조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월24일 현재 14명의 코로나19 환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의심환자와 정확한 조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어린이집 교사인 한 지인은 최근 감기 기운이 있던 아이를 돌본 기억으로 인해 복잡한 마음으로 출근한 적이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만에 하나 아이가 코로나 19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자신도 전염된 것은 아닌지를 의심했다. 이런 상황에 출근하는 게 맞는지를 고민하고, 혹시나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닐까를 걱정했다. 다행히 그 아이는 코로나 19의 확진자가 아니었지만, 아마 감기 기운이 있는 사람을 접촉했거나, 자신의 몸 상태가 이전과 다르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간다. 출근하고 장사하는 등 자기 나름의 일을 하며 이전보다 조심할 뿐이다.

문제는 딜레마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일을 어쩔 수 없이 영위하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이런 일상의 접촉이 전염 가능성을 키운다. 사람들 간의 접촉을 줄이려면 자기 나름의 일을 잠시 멈추거나 최소화해야 하지만, 생계 문제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 않다. 스스로 감지한 위험의 정도에 따라 멈추는 선택을 해야 하지만, 실제 일을 멈추는 사람은 경제 형편과 직장에서의 입지가 괜찮은 사람에 한정된다. 기업 차원에서 적극 휴가와 재택근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개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불안 속에서도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직장으로 향한다. 

물론 정부도 전례 없는 강도 높은 조치로 전염병 확산을 막고 있다. 유치원, 초·중·고교의 개학을 1주일 연기했고, 공공도서관·미술관·박물관 등을 휴관했으며 대중교통 이용을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 차량 2부제도 중단했다. 단호한 조치들이긴 하나 효과가 공공기관에 한정된다. 정부는 기업의 유급휴가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가 경정예산을 신속 편성해 국회에 통과를 요청한다는 계획이지만, 기업과 개인이 이 조치를 믿고 잠시 멈추는 선택을 할지는 아직 물음표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어떨까. 최근 추경 규모가 10~15조원 정도로 논의되고 있다. 재난 기본소득의 규모는 실행안을 짤 때 세심하게 재논의해야겠지만, 추경 규모를 감안해 상상해보면 15조원으로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 개개인에겐 30만원이고,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지급액이 커져 부양비 감당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는 유급휴가보단, 부담이 적은 무급휴가를 직원들에게 장려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지급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행정비용을 아낄 뿐더러 심사를 받는 이가 차별과 불편을 느끼지도 않는다. 직장인의 유급휴가 비용은 비교적 명확하게 계산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주로 실적으로 소득을 얻는 특수고용직군은 자신의 피해를 정확히 산정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재난 대책 목적이 소득 보전을 넘어 재난 피해를 줄이는 것이라면 소득자 뿐 아니라 재난 와중에도 소비를 해야하는 사람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경기 부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월25일 오후 임시 폐쇄된 경기도 부천시 괴안동 홈플러스 부천소사점 앞에서 한 시민이 폐쇄 이유가 적힌 안내문을 읽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인 50대 여성은 이 대형마트 내 병원과 약국을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 연합뉴스
▲ 경기 부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월25일 오후 임시 폐쇄된 경기도 부천시 괴안동 홈플러스 부천소사점 앞에서 한 시민이 폐쇄 이유가 적힌 안내문을 읽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인 50대 여성은 이 대형마트 내 병원과 약국을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 연합뉴스

재난 기본소득으로 쓰는 돈이 낭비라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이 더 확산되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3일 ‘경제 산업동향&이슈’ 보고서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 경제 충격과 국내 수요 위축이 현실화하면 경제성장률이 0.22%P 하락할 것이라 예상했다. 2018년 국내총생산이 1900조원 정도였으니 어림잡아 4조원 이상의 국부가 사라지는 셈이다. 반면 재정 투입은 그냥 사라지는 돈이 아니다. 소득과 소비 증가의 연쇄 작용으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재난 기본소득'이 전례 없는 전향적인 정책이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만일 위기 상황이 절박하다면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일 수 있다.

물론 ‘재난 기본소득’은 아직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정책 제안이다. 이런 대책이 필요하기 전에 코로나 19가 진정됐으면 한다. 다만 어떤 재난이 또 닥쳐올 수 있으니 '잠시 멈추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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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2-26 20:29:56
재난 기본소득 취지는 좋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다. 미디어에서 공포팔이를 계속한다면 누가 나가서 소비를 하겠는가(코로나/메르스 보도량 차이). 소비가 없으면 기업은 인원을 줄이고, 해고가 늘어난다. 즉, 경제가 마비된다는 뜻이다.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안전 인프라와 집중 타겟이 된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게 낫다고 본다. 미디어가 공포를 계속 팔면 개인은 불안감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경제는 더 악화한다는 말이다. 사람 자체가 무서워서 나가지 않는데, 기본 재난소득이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안전시스템 인프라 구축과 안전장비를 보급하는 게 조금 더 낫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