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방문자의 코로나19 확진판정으로 24일 폐쇄되면서 국회 출입기자를 둔 언론사들도 조치에 나섰다. 대부분 재택근무를 권고했는데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오히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장소에서 근무할 처지에 놓였다.

국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청사를 폐쇄했다. 22일 코로나19 감염자로 확진된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19일 방문했던 국회 의원회관과 도서관 뿐 아니라 본청, 의정관, 어린이집 등 건물에 전면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시 하 회장과 동석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전희경·곽상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당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에야 하 회장 확진 소식을 듣고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이들은 감염 검사를 받고 자택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국회에 출입등록된 기자는 약 1600명, 기자석은 약 480석 규모다. 모두 상주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인원이 밀집돼 있다. 19일 토론회나 24일 통합당 최고위를 취재한 기자들은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즉각 귀가조치됐다. KBS, 헤럴드경제, 한국경제 등은 야당팀 내지 국회출입 기자들의 회사 출입을 금지했다. 조선일보도 국회출입 기자들의 회사 출입이나 회식을 최소화하라는 방침을 세웠다. 미디어오늘도 통합당 최고위를 취재했던 기자 등 국회출입 기자 전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 국회 방문자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알려진 24일 오후 국회가 폐쇄됐다. 국회는 이날 저녁부터 방역을 실시한 뒤 26일부터 청사 출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 국회 방문자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알려진 24일 오후 국회가 폐쇄됐다. 국회는 이날 저녁부터 방역을 실시한 뒤 26일부터 청사 출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타사 동향과 통합당 의원들 확진 여부를 지켜보겠다던 언론사들도 오후 4시께 국회 폐쇄가 결정된 뒤에는 일제히 조치를 취했다. MBC, CBS, 한겨레, 머니투데이,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다수 매체들은 국회 폐쇄 기간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조선비즈는 내달 1일까지 주말 포함 6일간 재택근무다. 연합뉴스, 뉴시스 등 통신사들의 경우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소위 ‘말진 기자’ 즉, 가장 연차가 낮은 기자를 당사 등으로 출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투데이는 본사 1층 라운지를 ‘임시 기자실’로 활용하겠다며 국회를 비롯해 출입처 기자실이 폐쇄된 기자들을 회사로 출근하게 했다. 외부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한 공간에 밀집되지 않도록 회사 출입을 통제하는 보통의 방침과 다소 상반된 조치다. 한 방송사 기자의 경우 재택근무 지시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 인근을 전전해야 할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국회가 폐쇄되기에 이르렀지만 일관된 원칙이 적용되지 못한 탓이다.

각 정당은 국회 본청에서 진행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거나 장소를 변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매주 화요일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진행하는 원내대책회의를 취소했지만, 고위당정협의회는 25일 당사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취재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15개사로 ‘풀(pool)단’을 꾸려 출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정의당은 같은 날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되 주요발언은 서면으로 언론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는 후속조치를 위해 19일 토론회 참석자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참석자는 약 400명이다. 국회사무처는 “24일 오전 11시10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해당 사실을 확인한 즉시 영등포구 보건소에 신고했고 추후 질병관리본부 주관 하에 역학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라며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국회 직원은 보건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각 건물마다 1개소씩 총 6개소의 자체격리시설도 국회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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