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은 코로나19를 공식 명칭 대신 ‘우한’이라는 지역명을 붙여 쓰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24일 황교안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한 코로나19’라고 다섯차례 발언했다. 

정부는 정식 명칭을 ‘코로나19’로 정했으나 미래통합당은 발원지가 중국 우한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한 ‘우한 코로나19’라는 명칭을 채택해 쓰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식 명칭일 때 미래통합당은 ‘우한 폐렴’이라고 불렀다. 원내교섭단체 가운데 ‘우한’ 명칭을 쓰는 정당은 미래통합당 뿐이다. 

언론 가운데는 조선일보가 ‘우한 코로나’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일 “우한 코로나 대응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사설을 냈다. 

WHO는 질병 이름에 특정 지역명을 쓰게 되면 혐오, 차별을 유발할 가능성을 우려해 지역명 없는 질병 이름을 권고하고 있다. WHO는 지난 11일 최종 명칭을 ‘COVID-19’로 정하며 “지리적 위치, 동물, 개인 또는 사람들의 집단을 지칭하지 않고 발음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질병과 관련 있는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자협회 역시 코로나 보도준칙을 통해 “(특정 지역명 사용은) 국가·종교·민족 등 특정 집단을 향한 오해나 억측을 낳고, 혐오 및 인종 차별적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과도한 공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용어 사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정작 미래통합당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렀으며 ‘우한’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 미래통합당은 24일 황교안 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 미래통합당은 24일 황교안 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처럼 문제가 명확한데 조선일보와 미래통합당이 ‘우한’ 용어를 쓰는 이유는 중국을 향한 혐오 정서를 확산해 정부 비판에 힘을 싣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70만명이 넘게 참여하는 등 대중의 공포와 불안이 큰 상황이다. ‘우한’을 강조하면 사람들은 ‘중국’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미래통합당과 조선일보는 이를 정부 비판으로 이어가고 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 역시 이 같은 프레임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서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강력하게 촉구했는데 그때라도 말을 들었더라면 사태가 이 정도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즉각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시라. 더 이상 중국의 눈치를 볼 것 없다. 중국 눈치를 보는 이유를 국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우한 폐렴의 본질은 중국에서부터 출발했고, 중국인 입국 금지를 막느냐, 안 막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 역시 24일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안한 韓·日만 감염자 급증” 기사를 통해 중국 눈치를 보느라 전면 입국금지를 하지 못해 코로나19가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질병에 선제 조치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특정 국가 입국 금지는 근본 조치로 보기 힘들다.

오히려 미래통합당이 주최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미래통합당 프레임의 근간인 과도한 공포심을 부추기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성순 인제대 일산백병원장은 “실체를 잘 아시면 좋겠다. 중국의 치사율도 높지 않고, 전세계 치사율도 0.3%다. 안심할 수는 없지만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질병이다. 국민은 공포와 우려 속에 위축돼 있는데 독감에 비해 위험도가 낮다. 위험도가 높지 않은 걸 언론과 국가가 비중있게 다뤄주고 안심하고 차분히 대처하도록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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