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조선일보와 ‘리얼미터’의 민형사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22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여론조사하는 리얼미터 본부장이 조국백서 집필 참여’ 기사가 허위라며 민형사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리얼미터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조선일보는 리얼미터에 5000만원 손해배상하라’고 내린 1심 판결도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담은 기사를 쓰면서 전문가 인터뷰를 하지않고도 한 것처럼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22일 1면 지면 기사 ‘여론조사하는 리얼미터 본부장이 조국백서 집필 참여’는 “친문 인사들이 모여 만드는 ‘조국백서’에 권순정 전 리얼미터 조사분석본부장이 집필진으로 이름을 올렸다가 최근 삭제된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로 비판받아 온 리얼미터가 총선을 앞두고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다만 기사 내용을 보면 권 전 본부장은 “제작 제안이 들어와서 거절했는데 실수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돼 빼달라고 했다”고 해명했다고 돼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리얼미터 본부장이 조국백서 집필 참여’로 돼있어 리얼미터는 민형사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목만 보면 리얼미터의 본부장이 조국백서 집필에 참여하는 것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에서는 ‘여론조사하는 리얼미터 본부장이 조국백서 이름 올려’라고 수정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2일 미디어오늘에 “리얼미터 본부장의 조국백서 집필자 참여는 분명한 오보이고, 기사 내용에도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는데도 ‘리얼미터 본부장이 조국백서 집필자 참여’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라며 “지난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해 ‘조선일보 기자는 리얼미터에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처럼, 다시 민형사 소송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리얼미터를 퇴사한 권 실장도 미디어오늘에 “조국백서 제안이 왔으나 거절했다. 백서팀의 착오로 참여하는 것으로 나갔고, 그걸보고 다시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라며 “조선일보 기사는 악의적 기사”라고 말했다. 

▲22일 조선일보 1면.
▲22일 조선일보 1면.

리얼미터는 조선일보에 소송을 할 것을 밝히면서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박진환)의 판결도 공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2월19일 조선일보가 리얼미터에게 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조선비즈에서 손 모 기자가 2019년 5월16일 작성한 “민주·한국당 지지율 차 1주 새 7배로 ... 野 “與 대표 ‘이상한 조사’ 한 마디에 고무줄?”이라는 기사 때문이다.

이 기사는 리얼미터가 여당인 민주당의 압력에 의해 일주일 만에 여론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발표하였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해당 기사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 격차가 일주일 만에 1.6%포인트에서 13.1%포인트로 7배 늘었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리얼미터를 겨냥해 ‘이상한 조사 결과’라고 언급한지 하루만에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오자 한국당에선 ‘여당 대표 말 한마디에 더 이상한 고무줄 조사가 됐다’고 반발했다”고 전했다.

당시 리얼미터는 “나 원내대표의 문 대통령 지지자 혐오표현 논란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논란, 황 대표의 부처님 오신 날 봉축식 예법 논란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19년 5월16일 조선닷컴 기사.
▲2019년 5월16일 조선닷컴 기사.

조선일보는 당시 기사에서 여론조사 전문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의 말을 인용해 “리얼미터는 자동응답(ARS) 방식을 사용해 여론조사가 조사 때마다 부정확하게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배 소장이 “조사원이 직접 전화하는 대면 조사방식과, 자동응답을 통한 비대면 조사방식은 차이가 있다"며 일시적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배 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리얼미터가 소송을 하면서 밝힌 조선일보의 허위사실에 대한 주장에 따르면, 리얼미터 측에서 배 소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해당 인터뷰를 했냐고 묻자 배 소장은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고 해당 기자와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배 소장은 조선일보의 다른 기자의 인터뷰도 거절했다고 밝혔다.

리얼미터는 이 보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해당 사건은 무변론으로 종결돼 법원은 조선일보가 리얼미터에 5000만원을 내야한다고 판결했다.

조선일보 측은 22일 미디어오늘에 “22일 기사(‘여론조사하는 리얼미터 본부장이 조국백서 집필 참여’)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특별히 없다”라고 말하고, 2019년 5월16일 기사(“민주·한국당 지지율 차 1주 새 7배로...野 ‘與 대표 이상한 조사 한 마디에 고무줄?’”)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2심)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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