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 4사 재승인 심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4월에는 TV조선과 채널A, 11월에는 JTBC와 MBN이 재승인 심사를 받게 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주요하게 반영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상파(KBS‧MBC‧SBS‧tbs), 종합편성채널(JTBC‧TV조선‧채널A‧MBN),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의 보도‧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와 심의 회의록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기간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입니다. 

앞선 보고서 <미디어법 통과 10년, 개선되지 않은 종편의 그늘>(1월23일)에서는 심의 결과와 심의 조항의 항목별 통계를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유독 법정제재 비율이 높았던 tbs 심의 사례 중 황당한 내용들을 소개합니다. 

1. 유독 법정제재 많았던 tbs

tbs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유독 법정제재가 많았습니다. 

▲ 2017년 5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tbs와 TV조선의 심의결과와 비율(보도‧시사프로그램 한정).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017년 5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tbs와 TV조선의 심의결과와 비율(보도‧시사프로그램 한정).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같은 기간, 상정 안건이 92건으로 가장 많았던 TV조선에 대한 심의 결과는 문제없음이 17건(18.5%)이나 나오고, 행정지도가 71건(77.2%)이나 차지한 데 비해, 법정제재는 고작 4건( 4.3%)뿐이었습니다. 반면 tbs는 상정된 건수 자체가 18건으로 비교적 적었는데, 이중 ‘문제없음’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으며 행정지도가 11건(61.1%)인데다가 법정제재가 7건(38.9%)이나 됩니다. tbs가 받은 38.9%라는 법정제재 비율은 10개 방송사 중 가장 높은 것입니다.

▲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표=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의 주요 재승인 조건이기도 한 오보‧막말‧편파 조항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 건수를 tbs와 TV조선에 한하여 살펴보면 어떨까요? 같은 기간 tbs는 총 6건으로 3건을 받은 TV조선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였습니다. 방송이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면 당연히 법정제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방송심의가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심의의 기준과 의결내용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그 자체가 편파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오보‧막말‧편파 조항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 건수가 매우 중요한 TV조선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법정제재를 내린 것에 비해서, 사실상 법정제재 건수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tbs에는 법정제재를 지나치게 쉽게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 2017년 5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보도·시사 프로그램 한정 tbs가 법정제재를 받은 프로그램과 문제점.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017년 5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보도·시사 프로그램 한정 tbs가 법정제재를 받은 프로그램과 문제점. 표=민주언론시민연합

한편, tbs가 법정제재를 받은 7건 중 4건은 모두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심의를 살펴보던 중 TV조선에 대한 심의와는 결이 다른 심의가 이뤄졌음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국민의당 여론조사 인용’에 대한 심의

‘조항 준수 여부’보다 ‘진행자 김어준의 태도’가 문제다?

방통심의위의 tbs에 대한 심의를 살펴보면, 심의위원들은 tbs의 심의규정 준수 여부를 따지기보다 진행자 김어준 씨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의위원들이 진행자 김어준 씨에 대한 인상 비평을 하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도 꽤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2017년 11월24일)에 대한 심의였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아침 뉴스’ 코너 말미에 김은지 시사IN 기자가 “어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서 통합 논의에 시동을 걸었는데요. 국민의당이 자체조사에서 두 정당이 통합하면 19%로 더불어민주당에 이어서 지지율 2위에 오른다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진행자 김어준 씨가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자체 조사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서 발표할 때도 있긴 하죠. 진짜 재미있는 건 이 조사에서 그렇다면 야권을 대표하는 인물은 누굽니까? 하고 물었더니, 유승민 대표가 1위가 나왔고 그 다음이 홍준표 대표고, 이 조사를 한 안철수 대표는 3위를 했다는 거. 재미있는 결과였습니다”라고 했는데요. 

▲ 법정제재 여러 차례 받은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 법정제재 여러 차례 받은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여론조사 조항’ 적용에는 문제없지만

방통심의위에서는 진행자가 공정하지 못하고 잘못된 발언을 하였다는 민원인의 취지,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필수고지 항목 중 일부와 전체 질문지 확인처를 고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방송심의규정 중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항, 제14조(객관성), 제16조(통계 및 여론조사) 제1항 및 제5항을 적용하여 상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단 심의 조항이 적절하게 적용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제16조(통계 및 여론조사)의 적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심영섭 위원은 “특히 라디오 같은 경우는 이것을(여론조사 고지 항목을) 다 읽어주기 무척 어려운 부분들도 있고 (중략) 라디오의 경우는 텔레비전과 다르게 조금 더 기준을 완화해가지고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중략) 행정지도를 하고 추후에 동일한 사안을 반복해서 위반하게 되면 그때는 법정제재로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방통심의위가 행정지도 정도로 제재를 낼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광삼 위원의 의견은 달랐는데요. 전 위원은 “진행자 김어준 이분이 안철수 대표하고 무슨 원수가 진 분 같다. 안철수 대표가 나오면 느닷없이 깐다. 이것이 한두 건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이 여러 건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전광삼 위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 씨가 안철수 의원을 비판한 것이 한두 건이 아니며 지금까지 나온 것이 여러 건이라고 했지만, 4기 방통심의위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서 안철수 의원을 다룬 방송으로 심의한 건 2017년 10월23일 방송 단 한 건뿐이었습니다. 

‘자체 여론조사’를 ‘자체 여론조사’라고 부른 게 ‘객관성 위반’?

‘진행자가 안철수 대표하고 무슨 원수가 진 분 같다’거나 ‘안철수 대표가 나오면 느닷없이 깐다’는 전광삼 위원의 발언은 개인의 인상 비평이지, 제재에 반영되는 심의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해당 안건의 경우 2017년 11월24일에 국민의당이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고 김어준 씨가 짧게 평한 것으로, 오히려 당시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철수 전 의원을 거론하지 않는 게 더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도 전광삼 위원은 안철수 의원을 거론한 김어준 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인상 비평을 바탕으로 심의를 하다 보니 무리한 조항 적용도 뒤따랐습니다. 전광삼 위원은 “기자는 국민의당 자체 조사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조사는 안철수 대표가 한 것이 된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국민정책연구원은) 안철수 대표가 만든 것이 아니고 국민의당이 만든 것이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사당이고 안철수 개인 기업이면, 지금 그렇게 몰아가는 거다. 이것은 명백한 허위다”라며 객관성 조항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방송에서 김은지 시사IN 기자가 “국민의당이 자체 조사에서”라고 언급한 부분, 김어준 씨가 “이 조사를 한 안철수 대표는”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객관성 조항’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가 맞고 타 매체에서도 대부분 ‘그 정당의 자체 여론조사’로 보도해왔습니다. 최근 보도인 이투데이 <‘모병제 도입’ 국민 절반 반대한다…한국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내놔>(2019년 11월13일)만 보더라도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기사 제목에서부터 “한국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내놔”라고 표기했습니다. 즉, 정당의 싱크탱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해당 정당의 자체 여론조사로 받아들이고 보도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여론조사 관련 방송은 여론조사를 중심으로 심의해야 하지 않을까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2017년 11월24일)에 대한 심의에서 객관성 조항과 함께 대담‧토론프로그램의 공정성 조항까지 적용한 이유는 방송에서 허위 사실을 다루고 있으며 진행자가 공정성을 잃고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전광삼 위원과 박상수 위원은 앞서 살펴본 ‘국민의당 자체 조사’라는 대목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중에서도 김어준 씨가 국민의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자체 조사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서 발표할 때도 있긴 하죠”라고 말한 부분은 해당 방송이 ‘법정제재’를 받는 주된 요인이 됐습니다. 

정당이 자기 정당과 관련된 여론조사를 직접 실시하면 당연히 시민들이 느끼는 신뢰도는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해당 여론조사에 대해 별다른 근거 없이 ‘결과를 만들어서 발표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추정하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발언 한마디가 ‘법정제재’, 그것도 수위가 높은 ‘경고’를 의결할 만큼의 문제였을까요? 같은 주제의 여론조사라고 해도 조사방식이나 질문 내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언론사 여론조사 왜 차이 날까>(2018년 1월2일)의 경우 방통심의위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2017년 11월24일)를 제재하는 데 결정적 사유가 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여론조사’의 결과들이 왜 각기 다른지 짚었는데요.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치 현안 관련 설문조사는 각 조사 기관마다 어떤 질문(자극)으로 답변(반응)을 받아 내느냐에 따라 결과 값이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정당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그리고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 외 잔류 정당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정당 자체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과정에서 그 정당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추정도 충분히 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방통심의위가 김어준 씨의 발언을 제재하고자 했다면 이러한 여론조사의 특징과 한계를 중심으로 논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제재의 합리성이 보장됐을 겁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김어준 씨의 태도, 개인적 성향을 주된 이유로 들며 ‘법정제재’를 의결했습니다. 

진행자가 웃으면 ‘조롱‧희화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2017년 11월24일)에 법정제재를 내리는 근거가 된 다른 심의조항으로는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도 있습니다. 이 조항은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입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안건을 상정할 때는 이 조항이 고려되지 않았으나 전광삼 위원과 박상수 위원이 추가로 적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김어준 씨 발언 중 “진짜 재밌는 건 이 조사에서 그렇다면 야권을 대표하는 인물은 누굽니까? 하고 물었더니, 유승민 대표가 1위가 나왔고 그 다음이 홍준표 대표고, 이 조사를 한 안철수 대표는 3위를 했다는 거. 하하 재밌는 결과였습니다”라는 대목이 ‘조롱‧회화화’라는 겁니다.

특히 박상수 위원은 “진행자가 방송 진행 과정에서 ‘하하하’ 하고, 웃음을 계속 터뜨리면서 조롱하듯이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아주 다반사다”라고 했습니다. 심의 대상의 방송 내용과 별개로 평소에 그러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는 취지입니다. 심의 대상인 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심의에서 감안할 수는 있으나 ‘웃음을 터뜨리며 방송하는 게 조롱이다’라는 인상 비평은 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김어준 씨가 그 발언을 한 배경에는 ‘야권 대표 인물’로 유승민 대표가 26.2%로 1위, 조사를 의뢰한 국민의당의 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은 14.5%로 3위를 차지했다는 분명한 근거가 있었습니다. 이에 웃음을 지은 것이 ‘의외’라는 의미인지, ‘조롱’의 의미인지는 청취자마다 달리 볼 수 있는 해석의 영역입니다. 적어도 ‘법정제재’라는 심의 결과의 근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심의위원들도 진행자의 웃음 자체가 조롱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김어준 씨가 안철수 전 의원을 조롱하는 식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한 박상수 위원도 “(김어준 씨는) 다른 데에서도 항상 ‘하하’ 한다”고 말했습니다. 심영섭 위원은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은) 참 어려운 조항이기는 하다. (중략) 그런데 발언하다 보면 진행자의 말하는 스타일이나 진행자의 어떤 버릇 때문에 (웃음 등이) 나오는 것도 있기는 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당 조항의 적용이 모호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까지 적용해 중징계를 결정했으니 심의 결과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심의위원 각자가 가진 진행자에 대한 ‘인상’이 공식적인 심의에 반영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조롱이나 희화화가 확실한데도 행정지도 받은 TV조선 

tbs보다 법정제재가 3건이나 적었던 TV조선은 어떨까요? 방통심의위는 tbs와 달리 TV조선에 대해서는 ‘조롱‧희화화’를 판단할 때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TV조선 <뉴스특보>(2018년 6월10일)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전하던 중, 김미선 앵커는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화려한 데뷔전을 저렇게 조용히 비정상적으로 할 수가 있을까요? 정말 지금 비정상국가의 면모를 지금 또 보여주고 있어서 황당,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미선 앵커는 여기서 한술 더 뜨며 “현송월, 도대체 왜 왔을까요? 미국 가서 지금 쇼하겠다는 겁니까?,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을 했다고 합니다. 상관과 있을 때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선글라스를 끼지 않거든요”라는 황당한 발언을 내놓으며 노골적으로 북측 인사들을 비하했습니다. 이에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과 제30조(양성평등) 제2항을 적용하여 상정했습니다. 심의위원들의 심의 결과는 행정지도인 ‘권고’였습니다. 

▲ 2018년 6월10일 김정은과 현송월을 조롱했지만 ‘권고’ 받은 TV조선.
▲ 2018년 6월10일 김정은과 현송월을 조롱했지만 ‘권고’ 받은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2019년 6월14일)에서는 방송인 김제동 씨의 지방자치단체 강연료 논란을 다루며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진보가 위선적이다’와 같은 발언을 반복했고 진행자 엄성섭 씨는 이를 딱히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김제동 씨를 향한 부정확하고 일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진보세력’ 전체를 폄훼한 내용으로 심의가 제기되어 역시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이 적용되어 상정됐습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생방송 과정에서 방송사가 출연자 개인의 견해라는 사실을 자막으로 밝히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는 이유를 들어 행정지도인 ‘의견 제시’를 의결했습니다.

3. 객관성 조항에 대한 심의

‘객관성’ 심의에서도 tbs과 TV조선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받은 법정제재 7건 중 절반이 넘는 4건은 모두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은 사례입니다. 앞서 언급한 ‘국민의당 자체 여론조사’를 다룬 방송을 제외한 3건의 경우 제14조(객관성)만 적용되어 ‘법정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객관성 조항 위반’은 말 그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엄중한 심의가 필요합니다.

▲ 2017년 5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법정제재를 받은 심의 결과 중 ‘객관성 조항 위반’이 포함된 사례 (보도·시사 프로그램 한정).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017년 5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법정제재를 받은 심의 결과 중 ‘객관성 조항 위반’이 포함된 사례 (보도·시사 프로그램 한정).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만 법정제재를 4건이나 받은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엄중한 심의가 적절히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똑같이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심의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상정된 안건이 6건이나 됐지만 모두 ‘행정지도’였습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 2017년 5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심의 결과 중 ‘객관성 조항’이 적용된 사례 (보도‧시사 프로그램 한정).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017년 5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심의 결과 중 ‘객관성 조항’이 적용된 사례 (보도‧시사 프로그램 한정). 표=민주언론시민연합

tbs <뉴스공장>의 허위사실에는 엄격하게 ‘법정제재’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받은 사례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한 것이 맞습니다. 2018년 11월1일 방송에서는 김어준 씨가 “바른미래당의 지역위원장 신청기한이 어제(2018년 10월31일)까지였는데 지금 유승민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과 가까웠던 의원이 신청을 안 했어요”, 박지원 의원이 “당연하죠. 거기다 누가 신청하겠어요?”라 말했으나 사실 방송 전날,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현역 지역구 의원 9명 전원이 지역위원장 신청을 했습니다. 제작진의 사실 확인이 부족했던 겁니다. 

2019년 2월14일 방송에서는 황정은 국제전략센터 사무국장과 인터뷰를 하던 중 “최근에는 카터센터라고 지미 카터 대통령이 세웠던 센터에서 여러 국가의 선거 과정을 검증했는데 베네수엘라 선거 과정이 가장 (중략) 으뜸이었다 라는 발표한 적이 있거든요”라는 발언이 있었으나 이는 카터센터가 검증한 2012년 선거만을 의미했을 뿐, 당시 tbs가 다룬 ‘2018년 조기대선’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청취자가 2018년 조기대선까지 ‘으뜸’인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앞의 두 사례는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습니다. 더불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 적이 없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고 언급한 6월12일 방송은 ‘경고’를 받았습니다. 

‘오산 미군기지 앞에 고정간첩’이라는 TV조선은 죄가 없다?

반면 TV조선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했다 하더라도 ‘법정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2017년 9월27일 방송에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미국 합참의장 발언에 대해 출연자가 “과거 일부 주사파들이 원했던 시나리오”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지만, 방통심의위는 “다양한 시각에 따른 폭넓은 의견 개진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의결했습니다. 

▲ 2017년 9월27일 느닷없이 ‘주사파 시나리오’ 발언 내놓은 TV조선
▲ 2017년 9월27일 느닷없이 ‘주사파 시나리오’ 발언 내놓은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외의 다른 프로그램이나 다른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더 놀라운 심의 사례도 있습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8년 11월15일)에서는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우리 오산기지 앞에 아마 북한의 고정간첩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북한이 바보가 아니라면 거기 뭐 몇 억 원만 주면 아파트 살 수 있지 않습니까?” 등 오산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할 만한 ‘막말성 허위정보’를 내놨으나 방통심의위의 판단은 ‘기각’이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2018년 11월14일)에서도 신인균 씨는 “(우리 군이) 병사들에게 정훈교육을, 주적관을 없애고, 오히려 지금 일본에 대해서 일본을 주적으로 지금 은근히 돌리고 있어요”라는 허위사실을 주장했는데 방통심의위 심의 결과는 ‘행정지도’인 ‘권고’에 그쳤습니다. 

‘객관성’ 여부 판단, 엄밀하고 일관적 잣대로 심의해야

방통심의위가 TV조선과 채널A에 가벼운 징계나 ‘기각’을 결정한 사유는 ‘다양한 의견이 허용된다’거나 ‘개인 의견임을 충분히 고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산 기지 앞 북한 고정간첩’을 주장한 TV조선 방송의 경우, 발언자가 “간접적인 증거는 없고요”라며 ‘근거 없는 허위사실’임을 실토했는데도 방통심의위는 “개인적 견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포장해주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사실과 다른 방송에 있어 여지없이 ‘법정제재’를 준 tbs에 대한 잣대와는 매우 다릅니다.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 방통심의위에 상정된 tbs의 경우, 청취자들의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문제의 방송 직후 정정 보도 게시와 ‘팩트체크’ 인력 배치, 문제 발언 패널의 직접 정정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사후 조치라는 점에서 제재를 피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출연자가 ‘증거가 없다’며 허위사실임을 실토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TV조선보다는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유독 TV조선에만 ‘봐주기’로 일관했습니다. 심지어 <김어준의 뉴스공장>(2019년 2월14일)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전광삼 위원은 의견진술을 하러 온 제작진을 향해 “(출연자를) 아무나 막 쓰는 것인가. 친한가. 황정은 이분하고 친한가. 이분 어떤 분이 섭외한 것인가”와 같은 신경질적인 발언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온도 차는 심의위원들이 특정 방송사를 향한 개인적 감정으로 심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합니다. 

4. 방송언어 조항에 대한 심의

tbs <뉴스공장> ‘막말’에 ‘방송언어’ ‘인권보호’ ‘품위유지’ 조항 모두 적용

방통심의위가 tbs와 TV조선에 다른 잣대를 적용한 사례는 객관성 조항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TV조선 심의에서는 빠졌던 ‘방송언어’ 조항이 tbs 심의에는 적용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바로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2017년 11월9일 방송에 대한 심의였습니다. 해당 방송에서는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혐의를 받던 변창훈 검사의 사망 사건에 대해 일부 매체에서 검찰 내부의 책임을 거론한다는 보도를 다뤘는데요. 이 과정에서 진행자 김어준 씨가 “(일부 매체가 검찰의) 자존심을 운운할 거면 검사에게 자신의 친정인 검찰을 속이라고 지시한 국정원을 거론해야죠. 국정원이 검찰을 ‘병신’으로 본 거 아닙니까. 검찰을 ‘병신’ 만든 거예요. 그런 기사는 검사들을 두 번 ‘병신’으로 만드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열린 프리허그 행사에서 절차 제한을 위반하는 등 탁현민 씨의 불법선거운동 혐의가 불거졌다는 내용을 다루면서 진행자 김어준 씨는 “종편에서는 금품을 수수했다 뭐 이런 식으로 보도했는데 이건 일부러 이렇게 보도하는 거예요. 종편은. 청와대 ‘엿 먹으라고’”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한 방송으로서, 장애 비하 용어, 방송에 부적합한 비속어를 쓴 사례입니다. 

이에 따라 방통심의위는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이 적용해 안건으로 상정했고 심의위원들은 ‘장애 비하 표현’임을 감안해 제21조(인권 보호) 제3항도 적용했습니다. 더불어 시사 프로그램이 지켜야 할 품위를 훼손했다는 취지에서 제27조(품위 유지) 제2호도 추가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습니다. 

TV조선 ‘막말’에는 ‘방송언어’ ‘인권 보호’ 조항 모두 제외… 대체 왜?

유사하게 부적절한 용어가 사용된 TV조선 사례는 어떨까요? 2018년 8월22일 방송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서 장애인 성폭행 사건에 대해 다루던 중, 진행자 김광일 씨는 ‘반편이’라는 장애인 비하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마찬가지로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이 적용되어 안건으로 상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심의과정 중 박상수 위원은 “제가 사전을 찾아보니까 ‘반편이’라는 뜻은 (중략) ‘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모자라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유의어로는 ‘바보’. (중략) 저는 ‘바보’ 정도로 알아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방송언어 조항에 위반될 만큼 심한 욕설의 성질은 아니라고 판단이 된다”라며 장애 비하 용어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위원들 다수가 동의하자 허미숙 소위원장이 “제21조(인권보호) 제3항이 (장애인 비하 용어를 심의할) 충분한 대안이 된다”며 적용 조항을 인권 보호 조항으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이후 TV조선 관계자와 진행자 김광일 씨의 의견진술 과정에서 전광삼 위원은 “‘응답하라 1994’에서 보면 ‘반편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중략) ‘반편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등록돼 있는 말이다”, “(김광일 씨가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의 맥락은) 다 빼버리고 글자 단어를 가지고 문제를 삼는 건 이야기가 안 된다”라며 노골적으로 TV조선을 두둔했습니다. 

박상수 위원도 “‘반편이’는 문제가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런 심의 끝에 방송언어 조항이 제외된 것으로도 모자라 인권보호 조항마저 제외됐습니다. 해당 방송은 법정제재 ‘주의’로 의결이 되긴 했지만, 정작 적용되어야 할 제51조(방송언어) 제3항과 제21조(인권보호) 제3항은 모두 빠진 겁니다. 결과적으로 TV조선 재승인 조건에 해당하는 ‘오보‧막말‧편파’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법정제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즉, TV조선은 사실상 재승인 조건을 위반하고도 방통심의위의 ‘봐주기’로 위반을 면한 겁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1일~2019년 12월31일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와 심의 회의록(지상파(KBS‧MBC‧SBS‧tbs), 종합편성채널(JTBC‧TV조선‧채널A‧MBN),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의 보도‧시사프로그램으로 한정)
※ 문의 : 박진솔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문미향‧주영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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