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선심위)가 지난 12일 4차 회의결과를 20일 공표했다. 선심위는 1월29일자 경향신문 ‘민주당만 빼고’ 칼럼에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해 특정 정당에 대한 투표를 지양하자는 취지의 외부 칼럼을 게재하여 특정 정당 및 여타 정당에 유리 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공직선거법 제8조(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 및 선거기사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4조(공정성)제3호를 위반한 것으로 권고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선심위는 한겨레에 실린 2월3일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기고 ‘기후 칼럼 김아진 학생에게 답합니다’에도 경향신문 칼럼과 똑같은 수위인 ‘권고’를 결정하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선심위는 해당 칼럼에 대해 “국회의원선거에 출마 예정인 특정정당 대표가 작성한 기후 정책에 관한 기고문을 후보자 칼럼 기고 금지기간에 게재함으로써 특정 정당 및 여타 정당에 유리 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공직선거법 제8조(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 및 선거기사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4조(공정성) 제3호 및 제11조(특집기획기사 칼럼 및 기고 등) 제3호를 위반한 것으로 권고 결정한다”고 밝혔다. ‘권고’는 ‘선거기사 내용이 법과 선심위 규정을 위반했음을 언론사에 통고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 경우’에 내리는 낮은 수위의 제재 결정이다. 

▲2월3일자 한겨레 기고.
▲2월3일자 한겨레 기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한겨레가 최초로 초등학생 기고문을 기명시론(1월28일자)에 실으며 화제를 모은 뒤 보낸 답장 형식의 기고에서 “위선의 탑을 쌓아온 ‘악당’의 한 사람으로서 김아진 학생에게 꼭 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동안 어른들은 ‘돈과 경제성장’이란 이름으로 아진 학생의 미래를 소비해왔다. 당장 더 잘 먹고 잘살겠다며 후세대가 마땅히 누려야 할 환경을 착취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심 대표는 “여전히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 무풍지대다”라고 우려하며 “정의당은 청년·청소년 여러분과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당의 그린뉴딜경제위원회를 소개하며 “한국이 ‘기후 영웅’이 될 수 있도록 아진 학생과 함께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인터넷 언론사에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칼럼 게재를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위헌 결정에 따라 관련 조항을 개정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의 기고만 금지했다. 선심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반성과 다짐을 표현한 대목까지 ‘정의당과 심상정 본인에게 유리한 사전 선거운동’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취지에 비춰볼 때 현행 선거법과 관련 심의 규정이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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