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층을 가리키는 비속어인 ‘문빠’가 신문지면 제목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방송사 메인뉴스에도 ‘문빠’가 등장했다. 언론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친문’, ‘열혈지지층’, ‘문파’ 등으로 불리던 이들을 ‘문빠’라고 공개적으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통령 지지층을 싸잡아 비하하는 표현으로 자신들의 논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문빠’로 검색되는 기사는 1월1일부터 2월21일 오후 3시까지 213건이다. ‘문빠’가 언급된 기사량은 JTBC 신년토론이 화제를 모았던 1월 첫째 주 높았다가 줄어든 뒤 2월 첫째 주부터 다시 상승해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란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을 고발한 사실이 알려진 둘째 주와 셋째 주 최고치를 나타냈다. 

‘문빠’를 키워드로 한 빅카인즈 시각화분석 결과 주요 연관검색어로 ‘진중권’ ‘진 전 교수’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정부 지지자들은 언론을 향해 ‘진중권 페이스북 인용 기사를 쓰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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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빠’를 키워드로 한 빅카인즈 연관어검색 시각화 결과. 

올해 ‘문빠’가 제목에 처음 포함된 신문지면(조간)도 진중권씨 발언을 인용한 것이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1월22일 ‘진중권 “문빠가 미라 논객 깨웠다”’라는 기사에서 “요즘 여의도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 논객의 이름은 진중권”이라며 “자진해서 무덤속으로 들어간 미라 논객을 극성스러운 문빠 좀비들이 저주의 주문으로 다시 불러냈다”는 내용의 1월15일자 진씨 페이스북 게시글을 인용했다. 

이후 세계일보가 지난 17일자 지면에 ‘‘문빠’에 휘둘리는 민주당…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거세’란 기사를 실었고, 중앙일보가 지난 18일자 ‘‘문빠’의 일탈, 대통령은 묵인…광신적 팬덤 키웠다’란 기사에서 “‘문빠’는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9일자 ‘문 대통령·당 지도부 묵인이 ‘문빠’들의 무차별 공격 키워’란 기사에서 “강성 친문 지지층은 같은 진보계열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부에 조금이라도 이견을 내면 가차없이 응징해왔다”고 주장했다. 

김영화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0일자 ‘‘문빠’ 정치 팬덤의 저주’란 제목의 칼럼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임미리 교수 고발을 취하하고 사과했지만 일부 친문 지지층은 개별적으로 선관위 신고 캠페인을 벌이며 정권 홍위병다운 면모를 과시했다”고 적으며 “이들의 극단적 행태를 지켜본 (민주당) 의원들은 생각이 달라도 공개석상에선 침묵을 선택하고 있다”며 “공당이 정치 팬덤에 끌려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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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빠'를 제목에 포함시킨 최근 신문지면 갈무리.

신승근 한겨레 논설위원은 21일자 23면 ‘‘문빠 때리기’, ‘문파’를 위한 변명’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최근 ‘문파’를 향한 비난엔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했다. 일부 정부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문파에 대한’ 조리돌림만큼이나 ‘문파에 의한’ 조리돌림도 문제다”라며 성찰과 변화를 당부했다. 

방송의 경우 2월18일자 TV조선과 채널A 메인뉴스에서 각각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진중권씨 발언을 인용해 ‘문빠’라는 표현을 내보냈다. 지금은 심의 제재를 우려해 자제하거나 인터넷판에서의 인용에 그치는 정도지만 신문지면에서 언급량이 늘수록 메인뉴스에서의 언급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위 진보진영 인사들의 비판 수위와 진보성향 언론사의 논조는 ‘문빠’를 언급할지 말지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 정부·여당으로선 이들의 발언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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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8일자 TV조선과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이와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알릴레오’ 라이브 방송에서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을 가리켜 “1+1 황교안당(한국당)만 빼고, 정의당만 빼고 같은 칼럼을 지면에 함께 실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칼럼에도 “진보 코스프레 칼럼”이라고 혹평했다. 유 이사장은 이어 “지금 정부가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촛불 민심을 안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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