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집에 다녀간 KT 기사님이 나 몰래 녹음을 했을지도 모른다. 인터넷·IPTV 설치수리 업무를 하는 KT서비스 기사들이 관리자의 지시로 고객에게 높은 점수의 평가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녹음하고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KT서비스 직원 메신저 대화 내역에 따르면 ‘케어콜’ 업무 과정에서 고객 전화번호가 담긴 문자메시지 공유, 대화 녹취 등을 강요한 사실이 나타났다. ‘케어콜’은 KT 인터넷 IPTV 설치수리 기사가 업무를 마친 후 고객에게 추후 평가를 할 때 만점을 달라고 부탁하는 연락을 말한다. KT서비스는 인터넷·IPTV 설치수리 업무를 하는 KT의 자회사다.  

KT서비스 일부 지점 관리자들은 기사들에게 높은 점수를 달라고 부탁한 근거 제출을 요구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문자메시지, 전화 녹취, 현장 녹음 등을 통해 이를 입증해야 했다.  

기사들은 고객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실적에 반영된다. 이는 지점별 실적에도 반영되기에 관리자들이 기사들에게 높은 점수를 부탁했는지 입증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관리자들은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통해 녹취 등 근거를 제출하지 않은 직원의 이름을 부르며 재촉했다. 사실상 강제적으로 녹취를 요구한 것이다. 기사들은 방문한 집에 아이들만 있었다거나 상대가 소통이 힘든 노인이라서 녹취를 못했다는 등 이유를 해명해야 했다.

▲ KT서비스 일부 지점은 노동자들에게 캐치콜시 만점을 달라고 요청하는 근거를 남기도록 했다.
▲ KT서비스 일부 지점은 노동자들에게 캐치콜시 만점을 달라고 요청하는 근거를 남기도록 했다.
▲ KT서비스 일부 지점은 노동자들에게 캐치콜시 만점을 달라고 요청하는 근거를 남기도록 했다.
▲ KT서비스 일부 지점은 노동자들에게 캐치콜시 만점을 달라고 요청하는 근거를 남기도록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고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요구한 경우 고객의 전화번호가 드러났다. 통화 녹취, 현장 녹음 역시 개인의 동의 없이 이뤄지고 공유됐다. 

KT서비스 기사들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취득하거나 인지한 개인정보를 임직원들에게 누설 및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KT서비스 노동조합에 따르면 출장비가 고객에게 비상식적으로 부과되는 문제도 있었다. KT서비스는 무분별한 고장 접수를 막기 위해 고장의 원인이 고객에게 있을 경우 출장비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출장비 부과 정책이 수익사업으로 변질됐다는 사실이다.

KT서비스 노조는 회사가 ‘유료화 지표’를 만들고 이를 실적에 반영해 지점별 경쟁을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장비 부과 양을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지점별로 줄을 세워 평가하는 식이다. 한 지점의 경우 유료화 지표가 타 지역에 비해 떨어진다며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 KT 사옥. ⓒ연합뉴스
▲ KT 사옥. ⓒ연합뉴스

홍성수 KT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케어콜’ 이라는 숙제가 과연 누구를 케어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고객 본인도 모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회사에 제출된다면 회사 관리자 본인의 케어가 목적이 아닌가. 직원에게 불법을 지시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 했다.

또한 홍성수 위원장은 “유료화 지표는 무분별한 고장 접수를 줄이는것이 목표가 돼야지 수익사업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 이미 고정적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고객에게 출장비 부과를 강제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한가. 출장비 부과 여부를 인사평가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KT에 입장을 물었다. KT측은 상황을 알아본 후 답변을 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