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를 고발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고발을 취하한데 이어 연일 주요 의원들이 사과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과 만난 충남 아산의 전통시장 반찬가게 사장이 ‘거지같아요’라고 했다가 온라인상에서 신상털이 등의 공격을 받은 것에 오해라면서 안타깝다고 했다.

여권이 총선이 다가오면서 민심악화 소지가 있는 이슈에 자세를 낮추고 있다. 실제로 과거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탄핵역풍으로 과반을 넘어 개헌선까지 싹쓸이가 예상됐지만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비하 발언으로 민심이반을 낳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김용민 막말 파문이 막판에 이슈로 떠올라 과반은커녕 오히려 당시 새누리당에 과반을 내어줬다. 민주당은 떨어지는 낙엽에도 몸을 움츠리는 모양새다.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취하 사건과 관련해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반성하겠다”며 “검찰개혁, 집값 안정, 그리고 최근 임미리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주당을 향했던 국민의 비판적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며 더욱 낮고 겸손한 자세로 민생에 집중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 전날(17일)엔 남인순 최고위원이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민주당이 더 잘 하겠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 공감하면서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애써나가겠다”고 사과했다. 같은날 이낙연 전 총리도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도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인순 위원과 이인영 원내대표에 이어 “저 역시 임미리 교수에 대해서 한 번 더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다만 야당에도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 함께 나서자고 제안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연설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연설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충남 아산 시장을 방문했을 때 반찬가게 상인이 문 대통령 면전에서 ‘(경기가) 거지같아요’라고 했다가 문재인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에게 온라인상에서 공격을 당했다는 보도에도 문 대통령이 사실상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상인의 말에 악의가 없고 소탈한 표현이라며 공격받아 안타깝다고 했다. 문파(문빠)라고 불리는 문재인 지지자들의 극성스런 지지 또는 비판 행위에 문 대통령은 그동안 자제하라거나 유감을 나타낸적이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양념”이라거나 “댓글에 신경쓰지 말라”는 취지의 언급을 해왔다. 이슈가 된 하루 전만 해도 청와대관계자가 그 장면을 보지 못했고, 문재인 지지자들이 뭘 했는지 보지 않아 모른다고 했다. 그러다 문 대통령은 19일 대변인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이 같은 여권의 바짝 엎드린 모습은 과거 총선을 앞두고 있었던 여권 내의 막말 등 자멸요인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고 신속히 수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6년 전인 지난 2004년 3월26일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구를 방문해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들에 당부의 말을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노인 비하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정 의장은 당시 “미래는 20, 30대들의 무대”라며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 꼭 그 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예요”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해 3월 탄핵가결로 역풍이 들불처럼 옮겨붙어 사실상 한나라당 해체 분위기까지 조성됐으나 정작 선거 결과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약간넘는 152석을 차지하는 선에 만족해야 했다. 정 의장 발언이 장년 노년층 민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대중적 인기가 정점을 치닫던 ‘나는 꼼수다’ 멤버 김용민씨가 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받은 이후 과거 그의 성적 막말들이 조중동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집중 보도되면서 전체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2004년 4월1일자 YTN 뉴스. 사진=YTN뉴스영상갈무리
▲지난 2004년 4월1일자 YTN 뉴스. 사진=YTN뉴스영상갈무리
▲조선일보 2012년 4월7일자 1면
▲조선일보 2012년 4월7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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