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노동조합법 위반을 이유로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 징역형(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판결은 방송사 노조의 공정방송 투쟁 의미를 제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8년 전인 2012년 1~7월 MBC 언론인들은 ‘공정방송 사수’를 기치로 내걸고 170일 동안 파업했다. 정권 편향 일변도 방송에 대한 집단행동이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이 지난해 8월 암 투병 끝에 별세한 고 이용마 기자다. 파업 배후로 지목돼 근거 없이 해고됐던 언론인 가운데 하나가 지금 최승호 MBC 사장이다. 이때 MBC 사장이 ‘MB 낙하산’ 김재철 전 사장이다.

170일 파업은 실패로 돌아갔고 회사의 인사 보복은 혹독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밝힌 범죄 사실을 보면, 김 전 사장은 2012년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파업에 동참한 조합원 700여 명 가운데 96명을 서울 신천동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 이른바 ‘신천교육대’에 발령해 ‘브런치 교육’ 등 직무와 무관한 일을 시켰다.

▲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2017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MB 정권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공영방송 장악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2017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MB 정권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공영방송 장악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들에 대한 근무평정은 최하등급인 ‘R등급’으로 처리됐다. 96명 가운데 46명은 재교육을 받아야 했고 다시 46명 중 26명은 재재교육을 받았다. 인사 보복은 노조 탈퇴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이 교육 대상자 선정에 객관적 기준은 없었다.

2012년 MBC 파업은 앞서 최승호 사장을 포함해 당시 해직 언론인들 징계 무효를 다투는 재판 등에서 수차례 합법성이 인정된 단체행동이다.

이른바 ‘방송의 공정성’을 방송사의 근로조건으로 인정한 해고무효 판결들로 파업 정당성이 인정됐지만 ‘파업 유발자’들 처벌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 사건 판결문을 보면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는 김 전 사장이 “공영방송 MBC 대표이사이자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헌법상 보장된 MBC 소속 근로자들의 자율적 노조 조직 또는 운영을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봤다.

그런데도 김 전 사장이 “수백 명의 노조원들이 6개월 동안 진행된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파업 종료 직후 파업에 참여한 일부 노조원들을 객관적 기준 없이 선별해 실질적 효용을 인정하기 어려운 교육, 재교육, 재재교육을 명하고 교육 대상자들 중 대부분의 근무평정을 최하등급으로 처리”한 것은 문제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는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한 징벌적 조치”라며 “사용자가 노조 운영에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피고인 김재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정당한 목적으로 파업에 참여한 MBC 노조원들의 단결권, 단체행동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의 인사 보복 조치에 “경험과 능력과 무관하게 노조 활동을 이유로 취해진 조치로서 교육 대상 노조원들로 하여금 무력감 등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도록 하고, 업무 경력 단절과 업무 능력 저하를 비롯한 불이익을 감내하도록 하며, 최종적으로 노조 조직과 활동을 위축시키도록 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잘못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재철은 수사 단계부터 제13회 공판 기일까지 노조 운영에 개입한 행위가 마치 정당한 직무 교육이었던 것인 양 강변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범죄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봤다.

△김재철은 동종의 범죄 전력이 없다. △제14회 공판기일에 이르러 번의해 노조법 위반의 공소 사실을 자백하면서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김재철의) 교육 명령으로 인해 MBC 노조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음은 분명하다고 보이지만 노조 활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러 노조원들의 단결권, 단체행동권 등이 본질적으로 침해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김재철이 이 같은 범행 후 MBC 대표이사에서 사직해 동종 범행이 재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 전 사장은 현재 4·15 총선을 앞두고 경남 사천·남해·하동 지역구에서 미래통합당(통합 전 자유한국당) 예비 후보로 뛰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선고 후인 지난 11일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주노총의 김재철 죽이기에 맞서 끝까지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 언론 적폐로 낙인 찍혀 고생하고 있는 점이 공천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민식 MBC PD는 지난 17일 한겨레 칼럼에서 김 전 사장을 겨냥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 지혜를 실천해야 할 때다. 언론을 향한 불신은 왜 생겼는지, 권력을 향한 자신의 열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차분히 돌아보며 노후를 보내시기 바란다”고 썼다.

한편 지난 2018년 1월 김 전 사장을 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수사팀은 당시 박찬호 검사가 이끈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이었다. 박찬호 현 제주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인사다. 박찬호 지검장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부임한 후인 지난달 대검 공공수사부장에서 사실상 좌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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