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프랑스의 문화예술인 고용보험을 본따 총선공약으로 내놓은 ‘한국형 엥떼르미땅(Intermittent)’을 문화예술계가 비판하고 나섰다. “예술인의 복지를 진정 걱정한다면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예술인고용보험제도’를 선행하라”는 주장이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문화예술노동연대·성폭력반대연극인연대·여성문화예술연합이 모인 ‘예술인권리보장을 위한 예술인공동행동’(공동행동)은 19일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의 ‘한국형 엥떼르미땅’ 공약은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가운데 지난 12일 발표됐다. 공동행동은 이를 두고 “국회와 정부가 정치적 마케팅이슈에 ‘문화예술’과 ‘예술인’을 이용해 온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며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 더불어민주당은 공부하라”고 비판했다.

‘엥떼르미땅’은 2년 전 새예술정책 예술인복지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까다로운 자격요건 등으로 오히려 사회보장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고 판단된 바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라는 명칭이 채택된 이유다. 공동행동은 “현장에서는 피고용자와 고용주가 함께 기여금을 조성하는 프랑스 실업보험제도 ‘엥떼르미땅’ 대신 대다수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한국 예술현장에 맞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인 ‘예술인 고용보험’을 요구해왔으며 해당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 법률안이 2018년 11월6일 발의됐다. 또한 이를 위해 예술인의 노동자성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을 위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이 2019년 4월19일 발의됐으나 두 법안 모두 발의 이후 지금까지 국회에 방치돼 있다”고 밝혔다.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문화예술노동연대·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여성문화예술연합 등 문화예술인단체들이 2019년 11월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노지민 기자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문화예술노동연대·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여성문화예술연합 등 문화예술인단체들이 2019년 11월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노지민 기자

예술인고용보험법과 예술인권리보장법은 각각 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김영주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여야 모두 반대하거나 쟁점이 되는 법안이 아니지만 법안 처리엔 진척이 없다. 공동행동은 “예술인 복지를 위한 법에는 관심 없는 정치권에 묻는다. ‘예술인의 삶’은 마케팅을 위한 수단일 뿐인가. 무지하고 안일한 전시행정에 ‘진짜 예술인의 현안과 삶’은 여전히 위태롭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 영화의 성공에 기생해 스스로 무지와 무관심을 드러낸 민주당 용기에 깊은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민주당 공약을 두고 “공약에는 본인부담금 지원, 복합지원센터, 경력단절 예술인 지원센터 등의 단어가 언급됐다. 이는 현재 예술인 복지정책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알았거나 최소한 현재 이를 운영중인 정부기관과 한 차례라도 소통했다면 나오기 힘든 것들”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복합지원센터, 경력단절 예술인 지원센터를 소관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엔 정작 사업 수행이 어려운 최소 인원만 배치돼있다며, 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요청에도 인건비 승인을 거절하는 기획재정부 실정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국회는 문체위 계류 중인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안과 환경노동위원회 계류 중인 고용보험법 개정안 통과 △민주당은 소관부처와 소통해 문화예술 총선공약 제재정 △국회 문체위는 속히 상임위를 개최해 문체위 계류법안 처리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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