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재학PD 유족과 CJB청주방송(이하 청주방송)이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는 가운데 시작부터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 이재학 PD 유족과 청주방송의 갈등 쟁점은 3가지다. 첫째 고 이재학 PD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노무컨설팅 자료 공개와 둘째 이 PD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해 직원들을 회유 압박한 2명의 국장 대기발령, 셋째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비율이다.

유족은 청주방송이 노무 컨설팅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두 국장을 현재 사측이 낸 보직사퇴와 별도로 대기발령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또 진상조사위원회가 4(유족):3(노조):2(회사) 비율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청주방송은 노무 컨설팅 자료를 찾을 수 없어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다시 말했다. 두 국장은 대기발령이 아닌 ‘보직사퇴’를 이미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진상조사위원회가 3(유족):3(노조):3(회사)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4일 CJB청주방송 앞에서
▲지난 14일 CJB청주방송 앞에서 'CJB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충북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대책위 제공. 

고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씨는 “지난 13일 CJB 이성덕 대표와 직접 면담해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구두로 합의했는데, 합의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노무 컨설팅 자료도 보관기관이 3년으로 돼있어 의지만 있으면 찾을 수 있는데 회사는 없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유앤이 낸 컨설팅 자료는 고인 사망과 진상조사위의 의제인 ‘비정규직 실태’ 즉 고인의 노동자성과 직결되는 자료다. 유족에 따르면 이 컨설팅 자료에는 프리랜서 전수조사 결과와 고인의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동생 이대로씨는 두번째 쟁점에 “하모 국장은 청주방송에서도 형 사건에 명백한 가해자로 지목하고 있어 ‘보직사퇴’가 아닌 ‘대기발령’이 돼야 한다. 현재는 보직사퇴만 하고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한다”며 “윤모 국장 역시 형에게 진술서를 써준 사람들을 회유, 협박하고 가이드라인까지 내렸다. 당연히 대기발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현재까지도 회사에 남아 계속 관련된 회의를 하니 진전이 있을 수 없다”며 “이들은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2차 가해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도 이씨는 “회사는 조사의 대상인데 유족이나 노조와 같은 동률로 구성한다는 게 맞지 않다”며 “회사는 현재도 유족과 합의를 존중하지 않고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이용우 변호사는 “책임을 추궁 받아야 할 사람들이 여전히 회사 내에서 회의를 하고, 진상조사위에도 유족과 같은 비율로 참여를 하겠다는 건 진상조사 의지가 없다”며 “그러면서 밖으로는 1, 2차 입장문을 내 ‘보직사퇴’했다고 홍보하는 것은 위선”라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지난 12일 서울 국회에서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고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씨(가운데). 사진=김용욱 기자.

미디어오늘은 청주방송 이성덕 대표이사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않았다.

윤모 경영기획국장은 18일 미디어오늘에 “유족의 요구사항을 모두 합의한 게 아니라, 유족 요구를 검토해보겠다고 했다”며 “노무 컨설팅 자료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자료가 남아있질 않다. 유족이 말하는 것처럼 있는데도 안 주는 것이 아니라,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저에 대한 대기발령 건은, 재판을 공정하게 이끌지 못해 대기발령내라는 주장인데 수긍하기 어렵다”라며 “그것은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다만 유족들께 진심 어린 사과와 성심 성의를 보이기 위해 보직 사퇴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위 구성에 윤 국장은 “제3자에게 신빙성을 얻기 위해서는 구성 자체가 균형돼야 된다”며 “모두가 수용할 조사를 하려면 3(유족):3(노조):3(회사)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보직은 내려놨지만 유족들에게 위로 차원에서라도 제 스스로 매듭 짓고 해결하는 것이 도리”라며 “이 일을 가장 잘 아는 제가 대기발령 되면 인수인계를 하기도 어렵기에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두영 청주방송 회장은 미디어오늘에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권한 등을 가지고 있지, 나는 사건을 알지 못한다”라면서도 “다만 윤모 국장이 소송을 주도했다는데, 경영국장이라면 당연히 본인이 할 일이 아닌가. 소송 등에도 나는 관여하지 않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이재학 PD의 월급이 100만원 대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그 정도로 적지 않았다. 왜 그런 보도가 나오는지 알 수 없다”며 “이사회에서 유족들이 서운하지 않도록 금전적으로 도와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동생 이대로씨는 “청주방송은 유족에게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언론을 통해서만 보상 이야기를 흘리는 식으로 언론플레이 하고 있다”며 “형 월급 이야기는 40만원씩 4개 프로그램을 해서 평균적으로 오랜기간 160만원 정도를 받은 게 맞다. 금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청주방송이 원하는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족에게 진정한 사과와 함께 진상조사에 진실되게 참여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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