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강릉방송국이 프리랜서 작가와 계약을 만료해 당사자가 반발하고 있다. 해당 작가는 방송국 간부와 불화 등 갈등을 겪고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강릉방송국 측은 제작진 상의 결과 프로그램 주체인 PD 전원이 작가와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고, 프로그램 개편에 대한 집필 계약을 만료했다는 입장이다.

강릉방송국은 지난 13일 문자를 통해 박경희 작가에게 “3월 16일자로 강릉국1라디오 개편이 시행됨에 따라 KBS와 맺은 방송작가 집필 계약이 만료됨”이라고 통보했다. 박 작가는 2009년 강릉방송국 작가로 들어와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박 작가는 PD와의 갈등, 성희롱 신고 사건 등이 촉발돼 해고 사태에 이르렀다며 계약 만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작가는 지난 2018년 12월 강릉방송국 국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박 작가는 탄원서에서 전보원 PD가 작가와 리포터를 회식에 불러내는 일이 잦고, 자신과 마주칠 때는 불쾌하게 침을 뱉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전보원 PD가 자신을 ‘자르겠다’는 얘기를 다른 구성원에게 했다고 주장했다. 박 작가는 전 PD의 행위는 언어폭력이고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공개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그리고 사흘 뒤 전보원 PD가 ‘상처를 드려 사죄한다’고 박 작가에게 공개사과를 했다고 한다. 박 작가는 전 PD의 사과 이후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1일 28%에 이르는 원고료 삭감을 당했다는 것이다.

박 작가와 전PD의 갈등은 계속됐다. 박 작가는 전 PD가 전체 회식자리에서 여성 프리랜서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며 KBS 성평등센터에 고발했다. 성평등센터는 지난해 7월 29일 “피신고인의 행위가 대화의 청취자에 해당하는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주는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결정했다. 다만 “보강증거가 존재할 경우에는 성희롱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상당하므로 주의를 요한다”며 “신고인(박경희 작가)이 피신고인으로 하여금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신고인에게 부당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 감독할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성평등센터가 ‘신고인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했는데 6개월 시차를 두고 올해 2월 계약 만료를 통보한 것은 보복성 해고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박 작가는 18일 통화에서 “나는 회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전PD는 회식을 강조한다. 조직 문화 그런 쪽에서 맞지 않아서 회식 제안을 많이 거절했고, 불화가 시작된 것 같다”며 “성희롱 신고를 거치면서 같이 일했던 아나운서로부터 왜 고립을 자초하느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전PD와 갈등이 확산되면서 구성원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주장이다.

▲ KBS강릉방송국 전경.
▲ KBS강릉방송국 전경.

박 작가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머리가 굵으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전 PD가 늘상 20대 프리랜서가 좋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며 “저는 일을 하자는 주의인데 배척의 대상이 됐다. 가령 예를 들어 오후 5시 하는 프로에서 기상캐스터가 이날 아침에 한 리포트를 그대로 가져온 적이 있어서 지적을 한 적이 있는데 '니가 PD냐', '라디오를 대충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불성실한 작가도 있는데 그 작가를 계약 만료한다는 얘기는 없다. 형평성을 잃은 프로그램 페지”라며 “저를 해고시키기 위해 개편이라는 편법을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릉방송국 간부와 사측은 박 작가의 주장에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이정환 국장은 “1년에 한두 번, 성과가 안 나올 경우 프로그램 개편을 한다. 개편에 대한 변동은 제작진을 꾸리는 것까지 포함된다”며 “라디오 제작 PD가 전부 4명이고 이들이 제작팀을 꾸리는데 모두 박 작가와 재계약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편성부장이 박 작가에게 통보한 것이다. 제작 주체인 PD들의 제작자율성 가치와 연관돼있는 문제인데 재계약 부분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릉방송국의 방송작가 집필 표준 계약서에 따르면 박 작가는 2019년 2월 4일이 계약 시점으로 돼 있고 계약 만료 시점은 개편으로 한다고 명기돼 있다. 계약이 변동(계약 만료 포함)이 될 때 4주 전에 통보 내지 공지를 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에 따라 절차를 밟아 박 작가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원고료 삭감 조치에 대해서도 “본사의 예산 삭감 정책에 따라 각국이 고민한 결과물이다. 누구를 특정해서 삭감한 게 아니다. 삭감액(28%) 역시 앞서 개편 때 상승폭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박 작가와 갈등을 겪은 당사자인 전보원 PD는 “작가 한 사람 때문에 국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박 작가가 방송국 구성원들과 갈등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전PD는 “리포터와 프리랜서 작가, 기상캐스터가 박 작가와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공동 호소문을 국장에게 제출한 걸로 안다”며 “같이 생활하는 동료들이 국장한테 단체로 호소할 정도면 능력을 떠나 회사 조직을 이끌어갈 수 없다. 호소문을 냈는데도 해결하지 못해 미안한 상황에서 박 작가가 성평등센터에 성희롱 행위를 고발해 버렸고 전 직원을 조사했는데 무고가 나왔다. 프로그램 개편 시기가 와서 박 작가와 같이 일하려고 하는 PD들이 없음을 확인한 것인데 박 작가가 보복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경희 작가는 “탄원서가 KBS 본부 노조로 전달돼 노조 간부와 탄원서 작성 당사자들이 만난 것으로 안다”며 “이 자리에서 저의 부적절한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대라고 했지만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박 작가는 “예를 들어 탄원서에 제가 기자에게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이 있다고 하는데 지목된 기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탄원서 전문을 공개하라.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것은 사측이고 특히 PD들 눈밖에 나면 안된다. 그런 것을 프리랜서들은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데 탄원서도 그런 방향으로 쓰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강릉방송국 관계자는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작가 프리랜서와 표준계약서를 맺었다. 이번 경우는 표준계약서 도입 이후 개편 시 흔하게 발생하는 계약만료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KBS 갑질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PD들이 박 작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고 부당함은 없어보인다”며 “개편시 관리자는 PD를 선택해 프로그램에 배정하고 PD는 일할 수 있는 스태프를 꾸리는데 같이 일할 의사가 없는데 박 작가와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정환 국장은 “계약 만료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다. 어쨌든 국원 관리 책임을 지는 경영진으로서 불협화음 같은 부분이 발생해 답답하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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