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도지는 ‘관언유착’의 공범이다. 지역신문 입장에선 홍보예산 편성과 집행권을 쥔 지자체장을 향한 칼날이 무뎌지기 마련이다. 지자체 입장에서 마냥 달갑지만도 않다. 임금을 제대로 못 주거나 취재력이 없는 신문사의 산소마스크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왜곡된 지역신문 구조를 유지하게 하는데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서울 25개 자치구들은 각 2억~6억원 정도의 세금을 썼다. 

미디어오늘이 서울 지역 25개 구청에 2019년 계도지 예산을 정보공개청구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5개 구청은 계도지 예산이 총 109억143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2018년 계도지 예산 108억808만원보다 약 1억624만원이 증가한 액수다.  

25개 자치구 중 2019년 계도지 예산이 가장 많은 곳은 성북구로 6억1610만원이었다. 은평구(5억9976만원), 송파구(5억6167만원), 서대문구(5억6005만원), 강북구(5억51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예산이 가장 적은 구는 광진구로 2억3688만원이었다. 중랑구(2억4462만원), 마포구(2억9583만원), 종로구(3억69만원) 등도 예산이 적은 편이었다. 

▲ 2019년 서울지역 25개구 계도지 예산 현황. 강남, 구로구 등은 10개월치 자료로 1년 예산을 추정하는 등의 이유로 일부 수치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2019년 서울지역 25개구 계도지 예산 현황. 예산안과 달리 일부 예산을 미집행한 경우, 강남구 구로구 등은 10개월치 자료로 1년 예산을 추정하는 등의 이유로 일부 수치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2018년 예산에 비해 2019년에 예산을 줄인 구청은 강남구, 강서구, 동작구, 송파구 등 4곳뿐이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2018년 계도지 예산 관련) 미디어오늘 기사 이후 2019년도 계도지 예산을 줄였고, 2020년 예산도 지난해보다 줄였다”고 말했다. 2019년에 가장 많이 예산을 줄인 곳은 강서구로 2018년보다 2억3052만원을 삭감했다. 송파구(6억1192만원)와 강서구(6억2184만원)는 2018년 계도지 예산을 가장 많이 쓴 구청들이다.

금천구(3억3312만원)와 양천구(3억546만원)는 2018년과 2019년 계도지 예산이 동일했다. 나머지 19곳은 2018년보다 2019년 계도지 예산을 증액했다. 노원구가 2018년 예산에 비해 1억1235만원이 늘어 증액 규모가 가장 컸다. 동대문구도 2018년에 비해 9913만원을 증액했다. 

서울지역 계도지 예산은 증가추세에 있다. 2000년 11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 25개 구 계도지 예산은 43억3867만원, 2003년 계도지 예산은 55억4807만원이었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2006년 53억6897만원, 2007년 62억6630만원으로 늘었다. 

구청들이 2006년 이전에는 중앙일간지 중에선 서울신문(옛 대한매일)만 계도지로 구독했다. 구로구, 서초구 등이 문화일보를 계도지로 구독하면서 계도지 시장이 급격히 커졌고, 현재 문화일보(6471부)는 서울신문(3만4641부)에 이어 두 번째로 계도지 예산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전직 서대문구 의원에 따르면 25개구 계도지 예산은 2011년 128억2281만원으로 늘었다. 

▲ 2019년 서울지역 25개 구청 계도지 예산 총합은 109억원을 넘었다. 부수기준으로 서울신문을 가장 많이 구독했고, 문화일보와 내일신문 등이 뒤를 이었다.
▲ 2019년 서울지역 25개 구청 계도지 예산 총합은 109억원을 넘었다. 부수기준으로 서울신문을 가장 많이 구독했고, 문화일보와 내일신문 등이 뒤를 이었다.

 

2019년 현재 계도지 자료를 보면 중앙일간지는 서울신문, 문화일보, 내일신문,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뿐 아니라 아시아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등 경제지와 시사인, 시사저널, 한겨레21, 주간경향 등 시사주간지도 계도지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시사주간지는 금천구만 구독했는데 금천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통반장들 의견에 따라 2020년부터 주간지 구독을 뺐다”고 말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선 대부분 계도지 예산이 사라졌다. 구청 홍보관계자들은 ‘계도지를 없애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최근 그런 주장을 들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계도지 비판 주장에) 공감한다”면서도 “행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아 참 입장을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홍보담당 공무원 차원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측면도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큰 틀에선 지역신문발전법이 있으니 지역신문 지원은 해야한다”며 “중앙정부 차원이나 시 단위에서 (법·조례 등으로) 기준을 정하면 자치구에서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근무하는 동안 계도지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못 들어봤다”고 했다. 

[관련기사 : 서울시 예산 100억 원 잡아먹는 ‘계도지’를 아십니까]

구청에선 계도지를 제대로 모니터링 할까?

미디어오늘은 지난 2018년 10월 서울의 한 지역신문이 ‘유머코너’라며 성차별·소수자 비하 표현물로 지면을 채운다고 지적했다. 이후 해당 지역신문에선 그런 표현물이 사라졌다. 그동안 해당 지역신문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청에서 계도지를 포함해 홍보비라는 명목으로 콘텐츠 품질에 상관없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2019년 25개 구 계도지 예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나 또는 여러 자치구 단위의 지역신문은 50곳이 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구청 보도자료를 취재 없이 지면에 싣거나 바이라인(기자 이름)조차 없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구청 홍보부서에 ‘지역신문 모니터링을 하는지’ 물었다. 열악한 신문사 사정을 이해해 허위·왜곡이 없으면 넘어가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종로구 관계자는 “직접 취재하는 기사도 있긴 하다”며 “지면을 채우다 보면 (보도자료가) 그대로 실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인원이 부족한데 중앙언론만큼 바랄 수 없지 않겠느냐”며 “중앙지에선 우리 보도자료 10개 중 1개 실린다면 지역신문에선 우리 것만 실어주니 구정홍보 효과가 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 구청 관계자는 언론의 비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에도 공감했다. 

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곳도 있었다. 동작구 관계자는 “당연히 모니터링을 한다”며 “미디어오늘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지역신문들이) 평가 절하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의 영역을 얘기할 수 없다”며 “더 이상 동작구 입장을 말하지 않겠다”고 입을 닫았다.

▲동작구의 한 지역신문. 동작구청 보도자료를 싣고 바이라인 자리에 '동작구청 보도자료'라고 썼다.
▲동작구의 한 지역신문. 동작구청 보도자료를 싣고 바이라인 자리에 '동작구청 보도자료'라고 썼다.
▲ 서울 지역 다수 구청에서 계도지 예산으로 구독하는 지역신문 중엔 이처럼 바이라인 조차 없이 구청 홍보자료로 지면을 채우는 신문들이 상당수 발견됐다.
▲ 서울 지역 다수 구청에서 계도지 예산으로 구독하는 지역신문 중엔 이처럼 바이라인 조차 없이 구청 홍보자료로 지면을 채우는 신문들이 상당수 발견됐다.

 

미디어오늘이 동작구 계도지 예산이 들어가는 3곳의 지역신문 지면을 살펴봤다. 한 신문은 동작구청 보도자료를 그대로 싣고 바이라인에 기자 이름 대신 ‘동작구청 보도자료’라고 썼다. 일부 기사에만 바이라인이 있었다. 나머지 두 신문에는 바이라인이 없었고 기사 내용 역시 거의 다 동작구에서 나온 홍보자료였다. 

취재를 종합하면 대부분 구청은 자신들을 비판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구청 자료를 실어주는 지역신문을 굳이 문제 삼지 않는 게 낫다는 입장을 보이며 계도지 관련 취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디어오늘은 25개 구청에 ‘왜 서울신문 예산이 가장 많은지’, ‘계도지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구 입장이 무엇인지’, ‘계도지 지역신문 모니터링을 하는지’ 등을 질문했다. 은평구, 서대문구, 강동구, 성북구에는 전화통화와 메일로 물었고 도봉구, 동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중구, 구로구, 강남구, 강서구, 관악구, 광진구, 서초구, 성동구, 양천구, 영등포구, 중랑구에는 메일로 물었지만 18일 현재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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