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방문 진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투약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뉴스타파가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프로포폴 주사를 상습적으로 맞았다는 공익신고가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단독 보도한 뒤 삼성이 내놓은 해명이다. 보도 직전까지 삼성에 구체적 해명을 요구했던 강민수 뉴스타파 기자(사진)는 정작 수많은 언론이 받은 삼성의 해명 자료를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14일 삼성의 해명을 무너뜨리는 성형외과 원장과 간호조무사의 통화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이후 삼성의 해명 자료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의 입장을 받아썼던 많은 언론사 역시 뉴스타파 보도에 ‘침묵’하고 있다. 17일 오후 후속 보도 준비로 한창이던 강민수 기자를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에서 만났다. 강 기자는 “원장과 간호조무사가 이미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으로 구속된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의 의지에 따라 수사가 커질 수도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 14일 보도를 보면 “너 자꾸 이럴거야. 이재용 부회장 집에 가 가지고. 주사 넣고? 어?”, “약은 안 돼. 아주 가서 하는 건 안돼”라며 원장이 간호조무사를 다그치는 대화내용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처방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원장은 (방문 사실을) 몰랐던 것이 음성파일로 드러났다. 하지만 13일(목요일) 첫 보도 당시 입장문 이후 더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삼성이 입장문을 내면 또 기사가 양산되니까 그걸 막으려는 것도 같다. 13일 삼성이 입장문에서 치료목적이었다고 밝혔는데 무슨 치료였는지, 방문 치료 장소가 한남동이었는지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아무런 답이 없는 상황이다. 나는 정작 언론이 받은 입장문을 받지도 못했다.”

▲뉴스타파 14일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14일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14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14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해 이부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도 단독으로 다뤘다. 두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두 사람 모두 VVIP로 운영되며 일반인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성형외과를 이용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폐쇄적인 곳으로, 주로 유명연예인이나 재벌이 드나든다. 사람들 보는 눈이 없는 공간에서 (사건이) 이뤄졌다. (이부진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집으로 불러서 진료를 받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부진 사건 당시에는 간호조무사가 제보했지만 이번에는 간호조무사의 남자친구, 제3자의 제보였다.”

- 왜 재벌들은 이렇게 프로포폴을 맞고 있을까.  

“다들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다. 재벌들은 관리 차원에서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꼭 가는데 보톡스를 맞을 때 프로포폴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성형외과 원장과 간호조무사는 지난해 12월 구속돼 1월 9일 기소됐다.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국내 1위 재벌 총수의 불법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 언론은 지나치게 조용한 것 같다. 왜 이렇게 조용하다고 생각하나. 

“조국 사태 때 보면 조국 후보자 한마디 한마디가 다 기사였다. 그런데 삼성 측의 해명을 깨는 녹음파일 보도가 나간 다음 인용 보도한 곳이 한겨레와 미디어오늘 두 곳 정도다. 돌이켜보면 삼성의 첫 입장문은 일종의 보도 가이드라인이었던 것 같다. 삼성이 ‘추측성 보도는 회사, 투자자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수사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달라’는 내용의 해명성 가이드라인을 냈고, 거기에 언론사들이 삼성을 배려해주는 것 같다. 언론이 너무 삼성을 걱정해주는 것 같다.” 

- 제보자를 검증한 과정이 궁금하다. 

“일단 제보자 스마트폰을 포렌식 했다. 우리는 간호조무사와 제보자와의 관계에 주목했다. 다른 간호조무사들에게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 취재했고 제보자가 병원에 드나들었던 점을 확인했다. 실제로 애인 관계였다는 걸 확인했다. 주민등록등본까지 떼봤다. 제보자가 이재용-간호조무사 간 SNS 대화 내용을 입수한 과정과 성형외과 원장과 간호조무사 간 음성파일을 입수한 과정까지 하나하나 따져봤다. 운전 중에는 거짓말을 못 한다는 취재기법이 있다고 해서 제보자를 한남동에 데리고 가서 간호조무사를 어떻게 태워주고 어디서 내려줬는지 보여달라고 했다. 일종의 현장 검증이었다. 제보자는 인터넷 지도상에서 보이지 않는 계단까지 짚어냈다. 현장에서도 사전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했다. 지난해 12월 처음 만난 이후 그렇게 한 달 넘는 제보 검증작업을 거쳤다.” 

▲강민수 뉴스타파 기자. ⓒ뉴스타파
▲강민수 뉴스타파 기자. ⓒ뉴스타파

- 제보자가 뉴스타파를 택한 이유가 있나.

“지난해 이부진 사건 보도를 봤다고 했다. 우리가 이번 의혹을 보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 이번 보도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회사에서는 계속해서 추가적인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보자가 가져온 자료 외에 우리가 더 확보할 수 있는 게 뭐냐고 해서, 증거가 될 만한 한남동 CCTV와 차량 블랙박스까지 확보해보려고 노력했다.” 

- 지금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무엇을 해야 하나.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건 기대도 안 한다. 질의응답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다. 의사의 처방전을 받은 건지, 국정농단 사태 당시 구속영장이 기각된 그날에도 병원을 찾았는지 궁금한데 추가 질의에도 전혀 대응이 없다. 최근 삼성에서 준법감시위원회도 출범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해명해줬으면 좋겠다.”

강 기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을 입증할 또 다른 후속 보도를 예고했다. 그는 2012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전 직장인 오마이뉴스에서 2013년 이명박 전 대통령 실내 테니스장 독점사용 단독 보도로 주목을 받았고 2015년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최초 고발자 인터뷰 등으로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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