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가 17일 출범했다. 서울시 교통방송 tbs가 1990년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개국한 지 30년 만에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독립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만난 이강택 미디어재단 TBS 초대 대표는 “혁신을 전제로 한 TBS의 신장개업”이라며 들뜬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였을 때는 인력 운용과 배치, 조직 설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직과 인사, 콘텐츠 등 전 영역 새판을 짜고 있다. 그래서 정신이 없다”고 했다.

재단 출범과 함께 TBS의 임기제 공무원들은 민간인 신분이 됐다. 비정규직 직원들도 지난해 말부터 상당수 정규직 전환됐다. 정규직 작가를 채용하는 등 타 방송사에서 볼 수 없던 시도도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고 우리동네 ‘마을미디어’들을 TBS 전파에 태웠던 시도는 기획안부터 시민 공모를 받는 사업(‘시민제안 오픈테이블 DIY! tbs’)으로 확대됐다. ‘지역 공영방송’은 이 대표 소신이라고 한다. 

▲ 이강택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초대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강택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초대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최근 인재들을 TBS에 영입했다고 들었다. 누구인가?

“이승훈 EBS 콘텐츠사업본부장을 TBS 전략기획실장으로 영입했다. 뉴스타파 박대용 기자는 뉴미디어팀장으로,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는 시민협력팀장으로 모셨다. 큰 틀은 전략, 기획 강화다. 그동안 우리는 미디어 변화에 수동적이었다. 시 예산이나 뉴스공장 성과에 많이 의존했다. 이제는 어느 조직보다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 시에서 완벽하게 독립한 것이냐 의문이 있다. 재단법인으로 출범하지만 여전히 시 예산(1년 예산 440억원 가운데 서울시가 약 375억원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전임 대표들 시절부터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다만 이를 제도화하고 문화로 정착시키는 게 과제였다. 한계를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KBS도 1973년 국영에서 공영으로 전환한 이래 방송법 개정 등 수많은 제도 개선 과정을 겪었다. KBS가 자본과 정치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이뤄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한 번에 완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자부할 수 있는 건 TBS만의 다양성이다. 우리는 근로자이사가 2명이고 서울이라는 지역 대표성을 갖고 있으며 재단 대표 선임 시 성별, 연령, 주거지 등을 감안한 시민 100명의 정책 평가 비중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 부분은 선도적이다. 재단 출범은 제도화의 첫걸음으로 평가해 달라. 이제 시작일 뿐이다.”

- 방통위는 TBS의 독립법인 전환을 의결하면서도 상업 광고는 불허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실질적으로 독립이 담보되려면 재정 독립도 이뤄져야 한다. 방통위도 TBS의 창의적 도전과 실험을 인정하지만 광고 경쟁을 우려했던 것 같다. 타 매체들의 TBS 견제도 작용한 듯하다. 공적 역할을 요구하면서 제도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가 상업주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역 공영성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재원 구조가 다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혁신과 도전, 외부의 제도적 지원과 지지.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함께 알을 쪼는 ‘줄탁동시’가 필요하다. 이왕 이렇게 된 상황에서 주목하는 건 ‘시민과의 화학적 결합’이다. 지난해 마을미디어와 업무협약이 우리 TBS 편성권을 시민에게 드리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기획 단계부터 시민과 함께 하는 작업이다. 나아가 지배구조와 관련 독일의 시민평의회 모델을 적극 도입해 온오프라인에서 시민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1000만 서울시민 가운데 10%만 TBS를 후원해도 재정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전제해야 할 것은 시민들이 TBS를 필요로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이강택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초대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강택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초대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 대표가 생각하는 ‘지역 공영방송’은 무엇인가?

“아마 내일(13일)쯤 방송할 텐데 이를 테면 우리는 직접 중국 교포들이 사는 지역을 찾는다. 기존 매체들은 지역과 멀찌감치 떨어져 그곳을 혐오하거나 대상화하지만 우리는 직접 목소리를 전달한다. 서양인들이 동양 사람들을 코로나 바이러스 보균자로 대하듯, 우리 언론도 중국 교포를 그처럼 바라보는데 그 이유는 지역과 멀리 떨어져서다. 이 간극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독일의 RBB(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나 뉴욕의 뉴욕방송 등 해외 지역방송은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존재가치를 입증한다. 반면 국내 방송사들은 중앙 집권적인 데다가 지역 방송들은 중계소 역할에 그친다. 지역 정보가 과소하게 생산되고 있는데, 제작자들은 수요가 없다고 ‘오인’하고 다시 공급을 줄인다. 하지만 지금도 중요한 지역 정보는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만 봐도 예산이 40조인데 어떻게 쓰는지 제대로 전달된 적 없다. 광화문 광장을 이야기할 때도 중앙 언론은 정쟁 차원에서 다룰 뿐이다. 광장 안팎으로 다양한 시민이 있고 이 공간은 어떻게 만들었고 운영돼 왔는지 종합 조명하는 언론은 드물다. 언론이 보도할 때는 이미 사안이 곯아터졌을 때다. ‘국민’ ‘시민’을 내세우며 그들을 대변한다지만 지역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방송 기획안(DIY! tbs 사업)을 받아봤지만 참신함과 실력에 깜짝 놀랐다. 기존 미디어 종사자들의 창의력이 한계에 부닥친 시대에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이다.”

- TBS 인력 대다수는 비정규직이었다. 서울시장과 TBS 대표 모두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올해 1월 기준 비정규직이 200여명이었다. 이 가운데 180개 일자리를 정규직화하겠다고 했다. 130개 일자리에 대한 1차 채용이 끝났다. 상반기 중 2차 채용이 있을 것이다. 프리랜서 작가 10명 가운데 한 분을 정규직 채용했다. 역사적 시도라 자평한다. 앞으로 TBS가 대규모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비정규직 문제에 아주 치열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합의를 통해 무엇이 더 바람직한 모델인지 TBS가 선도 역할을 할 것이다.”

- 여러 실험을 위해선 역시 재정이 중요하다. 도돌이표 같이 다시 재정을 묻게 됐다.(웃음)

“TBS는 비용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높다. 임금 수준이 높아서가 결코 아니다. 제작비가 과소하다는 걸 의미한다. 좋은 조직이기 위해선 제작비 비중이 높아야 한다. 조직 내 자원이 적절하게 배치되지 않았었다. 사원들에게 강조하는 건 인력에 대한 합리적 배치와 교육 훈련이다. 인력 배치가 정교하게 이뤄지고, 교육을 통해 전문성이 제고되면 지금보다 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프로그램 재원 조달 방안도 제작 초기부터 기획하고 좋은 콘텐츠로 콘텐츠진흥기금이나 방송발전기금에 지원한다면 여러 시도를 뒷받침할 수 있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 질문을 받을 때, 초대 재단 대표 후보로서 시민평가단 앞에 섰을 때 어느 게 힘들었나?

“둘 다 어려웠다. 국회에서는 답변의 무게, 대표의 책임감 등을 느꼈다. (야당) 의원들과의 (거칠었던) 질의응답만 부각돼서 그렇지 TBS의 역할을 자각했던 자리였다. TBS와 우리 프로그램들이 의제가 됐다는 것 자체가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들의 정책평가는 감정적으로 크게 휘몰아친 자리였다. 미디어 경영자들은 흔히 시민에 대한 대의를 이야기하지만 직접 시민들을 맞닥뜨리진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그날 이후 나한테 ‘시민’이라는 단어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미디어 주권’을 이야기할 때 흔히 정치권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진짜 주권자들은 그들 시민이다.”

▲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 2020년 1분기 서울 수도권 청취율 조사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11.9%의 점유 청취율을 기록했다. 수치 자체가 압도적이긴 하나 직전 조사에 비하면 2.6%P 하락했다. 어떻게 분석하나?

“청취율이 2.6%P 떨어진 것은 팩트다. 하지만 하락 원인이 뉴스공장의 정치적 편향에 있다는 분석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조사 시기가 공장장 김어준씨 휴가와 맞물렸다. 대체 진행자들이 나서서 방송했지만 흡인력이 떨어졌다. 같은 시각 유튜브 동시접속사수 하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1분기는 연중 청취율이 가장 낮을 때다. 연말과 연시는 시사 정보 욕구가 떨어지는 시기다. 직전 조사가 최고를 찍었기 때문에 조정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교훈은 공장장이 부재할 때 대책이 무엇이냐다. 편향성 문제는 아니다.”

- 진중권 전 교수는 뉴스공장을 “음모론을 생산해 판매하는 대기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튜브 방송과 혼동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논거 없이 방송하지 않는다. (여러 지적과 관련해) 우리가 해석하고 판단한 근거를 모두 제공하자고 입을 모았다. 공장장도 이러한 제안에 동의했다. 프로그램 투명성을 높여 뉴스공장이 음모론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또 뉴스공장 PD들을 증원해 팩트체크를 강화하고 퀄리티를 높일 것이다. 이 같은 인력 배치가 재단 법인화 장점이다. 아울러 TBS 채널 차원에서 다양성을 높일 것이다. 프로그램 하나, 코너 하나만 놓고 편향성 시비가 일지만 채널 플랫폼 자체가 다양하다면 논의는 진일보할 것이다.”

- 프로그램 방향성은 그대로 고수한다는 것인가?

“뉴스공장에 대한 비판 까닭이 정치적 적대든, 시샘이든 그게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방향은 잘못되지 않았다. 뉴스공장의 파격적 청취율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낫기 때문이다. 시청률이나 청취율 수치가 절대적이진 않지만 분명 말하는 바가 있다. 다른 제작자들도 냉정히 왜 다른 평가가 나오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규직 PD들이나 국내 저명인사들이 살아온 이력과 김어준을 비교해보라. 나는 그의 경험과 노력을 존중하고 평가한다. 이런 부분을 평가절하하면 자기 발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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