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는 2019년 송건호 언론상 수상자다. 언론상 수상자가 임 검사에게 돌아간 이유는 임 검사가 2012년 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검찰 수뇌부의 ‘백지구형’(무죄나 유죄를 정하지 않고 재판부에서 판단하라고 구형하는 것)지침 대신 ‘무죄’를 구형한 행위와 그 이후 검찰 내부에서의 행위가 ‘진실을 말한다’는 참된 언론인의 정신과 부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임 검사는 ‘무죄 구형’ 이후 4개월 정직을 받았지만 결국 2017년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 판결을 받았다. 임 검사는 ‘무죄 구형’ 사건 이후에도 꾸준히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검찰 내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또한 언론이 검찰과 유착하거나, 검찰 사건에 대한 사실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왜곡보도를 한 사례 등을 지적해왔다.

임 검사는 14일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새언론포럼이 공동주최한 ‘검찰과 언론’이라는 특별 강의에서 자신이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례를 설명했다.

다음은 임 검사가 2012년 12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09호 법정에서 윤길중에 대한 ‘무죄의견’을 진술하고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징계 청원’이라는 글을 쓴 이후의 언론 보도다.

경향신문 ‘공안부 맞서 문 잠그고 무죄 구형한 검사’ (2012년 12월31일 10면)
“임모 검사가 검찰의 방침과 달리 무죄를 구형했다. (…)임 검사는 법정에 출석해 다른 검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검사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

동아일보 “절차 무시하고 무죄 구형 ‘막무가내 검사’” (2012년 12월31일 10면)
“검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 ‘이번에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 임 검사는 계속 무죄를 구형하겠다며 맞섰고 (…) 공식절차를 무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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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31일 경향신문 10면.
▲2012년 12월31일 동아일보 10면.
▲2012년 12월31일 동아일보 10면.

같은 사건이어도 헤드라인이 완전히 다르다. 임 검사는 이에 대해 “(신문의) 진영별로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과 헤드라인이 다르다”라며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화가 났지만, 진보 성향의 신문이라고 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검사는 “법리 내용이나 사실관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그 사건을 ‘평가’하는 것만 다르다”라며 “사실 좀 더 취재해서 ‘백지구형’의 문제가 무엇인지 밝혀야 했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검찰에서 불러주는 것을 그대로 적고 진영별로 평가만 다르게 한다. 그때 나는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았다. 무죄를 무죄라고 해야지, ‘법과 원칙에 따라 해주세요’라는 백지구형은 말장난이다. 그래서 더 깊이 취재를 했다면 백지구형을 하라는 검찰의 지시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를 짚었을 것이라고 본다. 6년 후 ‘백지구형’은 부당한 구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다행이지만, 제대로 문제를 짚지 않고 그저 평가만 쉽게 하는 언론에 화가 많이 났다.”

▲2013년 1월2일 조선일보 사설.
▲2013년 1월2일 조선일보 사설.

임 검사는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013년 새해 첫 사설로 임은정 검사의 사건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2013년 1월2일 사설 “이젠 목적위해 법 절차 무시하는 운동가型(형) 검사까지”에서 “이번 사건처럼 절차와 내용에서 위법‧부당한 지시라고 할 수 없는 경우까지 법 절차를 어겨가며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돌출행동”이라며 “검찰이 임 검사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면 검찰엔 부패 검사에다 얼치기 운동권 검사들로 넘쳐날 것이다”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저를 ‘얼치기 운동권 검사’라고 했는데, 제가 느낀 것은 이 사설이 ‘얼치기 사설’같다는 것이다. 이 사설이 난 후 조선일보의 한 기자가 사과하러 저를 찾아온 적 있다. 그러나 사과를 하면서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새해 첫 사설에서 당신을 다뤘다’고 언급했다. 그 태도가 황당했다. 저는 당시 조선일보의 칼에 찔려 피가 나는데, ‘조선일보의 칼에 맞아 영광인 줄 알아’라고 들렸다. 나는 하루하루 죽을 만큼 힘들었다. 결국 아버지는 그 당시 신문을 끊으셨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새언론포럼과 자유언론실천재단 공동주최로 임은정 검사가 '검찰과 언론'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하는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새언론포럼과 자유언론실천재단 공동주최로 임은정 검사가 '검찰과 언론'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하는 모습. 조선일보의 사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언론은 검찰을 비판하며 성추행 검사나 브로커 검사와 임 검사를 한 덩어리로 묶어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2013년 1월15일 “‘브로커 검사 해임…’막무가내 女검사‘ 정직”에서 ’브로커 검사‘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박모 검사와 임 검사의 중징계를 한 기사로 묶어 내보냈다.

조선일보도 그해 1월17일 ’브로커 검사‧멋대로 무죄 구형 검사, 줄줄이 징계 청구‘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같은날 ’재판 회부, 중징계…부끄러운 검사들‘이라는 기사에서 브로커 검사, 뇌물 수수 검사, 골프접대를 받은 검사의 징계소식과 함께 임 검사의 사건을 함께 보도했다.

임 검사는 이에 대해 “저랑 같이 징계를 받으신 분들은 뇌물을 받거나 접대를 받는 등의 행위를 하신 분들이었다”며 “악몽이 깨질 않더라”라고 말했다.

▲2013년 1월15일 동아일보.
▲2013년 1월15일 동아일보.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승리하자 침묵하는 일부 언론

임 검사가 징계처분을 받았을 때는 기사와 칼럼 등으로 적극 보도를 했던 언론이, 징계 처분 취소소송에서 승리할 때는 조용했다. 대법원은 2017년 10월31일 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음은 2017년 11월1일 주요 종합일간지의 기사 가운데 임 검사의 징계 취소소송 승소에 관한 기사다.

경향신문 “검사가 당연히 할 일 하며 용기를 내야 하는 일 없길”(2면)
국민일보 “대법원 ‘법무부 징계 부당 판결’”(14면)
서울신문 “과거사 재심 무죄 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 취소”(11면)
세계일보 “과거사 재심 무죄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취소 확정”(12면)
한겨레 “과거사 재심 ‘무죄 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취소 확정”(12면)
한국일보 “대법 ‘무죄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 부당’”(12면)

▲2017년 11월1일 경향신문 2면.
▲2017년 11월1일 경향신문 2면.

공교롭게도 일명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보수 일간지를 제외하고서는 대부분 주요 종합 일간지는 임은정 검사의 징계취소 소송의 결과를 보도했다. 심지어 임 검사는 각 언론사에 징계취소 소송에 관한 보도를 요청하며 메일로 알리기도 했었다고 한다.

“언론은 1심, 2심 때도 승소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보도해 달라고 항의메일을 보냈었다. 2017년 10월30일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서 ‘대법원 판결이니 이번엔 보도해주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이때도 보도하지 않았다.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임 검사는 이처럼 언론이 ‘선택적 보도’를 하는 모습이 마치 ‘특수수사’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을 정해놓고 골라서 사실을 수집하는데 특수수사와 똑같다”라며 “실제로 요즘에도 ‘검찰을 비판해야지’라고 생각한 기자는 저에게 연락하고, ‘검찰을 옹호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쓸 땐 저한테 전화하지 않는다. 공정한 언론이라면 최대한 많은 다양한 취재원에게 전화하고 종합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법무부 훈령(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의 변화 때문에 검찰과 수사관의 언론접촉금지에 대해서 임 검사는 “수사 중인 사건은 기밀이다.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언론에 말하는 것은 징계 사안”이라며 “검찰은 자신이 언론에 나가기 원하는 사건이면 직접 아는 기자에게 전화해서 알리고, 원하지 않으면 수사보안이라고 하는데 수사보안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보안은 보안대로 지켜져야 하고, 기자들은 검찰의 의도에 놀아나면 안 된다. 그 의도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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