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진보의 파국을 걱정한다며 진보진영을 비판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신 비서관이 진보에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고 주장한 대목의 경우 극성 지지층을 향한 쓴소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교수 고발 논란이 커지면서 이를 빗대어 여당 비판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신 비서관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개인적 문학적으로 쓴 글”이라면서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니 그런 해석을 하는 것에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신 비서관은 지난 1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파국을 걱정하며’라는 글에서 “진보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다”며 “승리한 적이 없었으니까”라고 썼다. 그는 “역사를 배반한 자들만이 살아있다”며 “죽은 자들을 살려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승리하지 않으면 죽은 자들조차 안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신 비서관은 “서사를 공유해보지 못한 사람은 항상 배반의 이유를 찾고 결국 진보를 견디지 못한다”며 “폭풍을 견딜 인내심이 부족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역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죽은 자들을 살려낸다”고 표현했다.

신 비서관은 “역사는 진보한다고 합니다만 … 반드시 진보해야한다는 생각은 역사의 모든 역동성을 단순화시킨 결과”라며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고 비판했다. 신 비서관은 “시대에 맞춰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보의 미덕은 한 번 세운 뜻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 원칙으로 변화를 가져왔든, 실패했든, 그 원칙에 오류가 증명되었든, 상황이 바뀌었을 때, 과감히 그 시대와 함께 사라져야 한다”며 “새로운 천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돌연 “극단에서 항상 극단으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비서관은 “역사의 천사는 현실을 버틴다”며 “쓸쓸함을 견딘다”고 썼다.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 사진=신동호 페이스북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 사진=신동호 페이스북

 

이 같은 글을 두고 동아일보는 1면 기사와 4면 기사를 통해 “일부 지지층이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경향신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잇따라 신고하자 이를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며 “청와대 현직 비서관이 당내 상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건 이례적으로, 그만큼 청와대 내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일부 여권 지지층들이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진영논리 프레임에 빠지면서 갈등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에 신동호 연설비서관은 개인적이고 문학적인 의미에서 쓴 글이지 현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런 해석에 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 비서관은 17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글이 문재인 지지자나 민주당 핵심을 향한 쓴소리 차원이나 성찰을 촉구한 의미인가’라는 질의에 “개인적이고, 문학적인 글”이라며 “발터 벤야민의 책을 보고 느낀 점을 쓴 글”이라고 답했다. 신 비서관은 “역사를 진보한다고 규정하는데 벤야민은 그렇지 않다고 썼다”며 “역사는 진보하니까 어쨌든 진보는 승리한다는 것은 종교적이라는 문제제기”라고 설명했다.

신 비서관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며 “우리가 무조건 진보가 우월적 지위를 갖거나 역사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역사가 진보한다는 명제 때문에 있지도 않은 도덕적 우월을 가져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성찰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그것이 지금 시점과 맞아 떨어져서 (여러 언론들이) 고민하는 것 같다”며 “그런 해석이 나오는데, 저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해석을 뭐라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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