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더불어민주당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 검찰 고발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앞서 민주당은 14일 당을 비판하는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는 비판이다. 17일자 조간에선 민주당의 ‘오만’을 지적하는 지면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신문은 “자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교수와 언론사를 고발했다가 여론에 밀려 이를 취하한 더불어민주당이 쏟아지는 사과 요구에도 ‘추가 입장 발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집권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건이 과거 ‘조국 사태’에 이어 다시 진영논리에 따른 대결 구도를 만들어 낼 경우 결국 정부여당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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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17일자 8면. 

조선일보는 “대법원의 2018년 '국정원 댓글 사건' 판례 등을 보면, 임 교수 칼럼은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 선거운동으로도 볼 수 없다는 게 상당수 법조계 인사의 해석이다. 당시 대법원은 선거운동을 ‘후보자의 당선 혹은 낙선을 도모한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대법원은 그런 행위가 이뤄진 시점에 후보가 확정됐는지, 통상적인 선거운동이 본격화됐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선거운동에 해당하려면 후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아직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칼럼은 위법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권고’ 결정을 두고 “심의위의 ‘공정보도 심의기준’은 선거법보다 더 수위가 높고 세부적이다. 임 교수의 칼럼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심의 기준에는 걸릴 수 있다. ‘심의위 기준이 선거법보다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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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7일자 3면. 

중앙일보는 “민주당 지도부 중심으로는 ‘취하했으니 그걸로 끝내자’(홍익표 수석대변인)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한 뒤 “열성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대리전을 자처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지지 운동 ‘조국 백서’에 참여한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는 지난 15일 중앙선관위에 공직선거법 제254조 위반으로 임 교수를 신고했다. 친여 성향 활동가들은 소셜 미디어에 ‘#우리가_고발해줄게’란 해시태그를 달고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형사고발 운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민주당이 문빠를 비롯한 극성 지지세력에 휘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만 모르는 민주당의 오만’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당은 임 교수가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편 가르기의 진영 논리로 위기를 일시 모면하려는 꼼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를 넘는 여권의 일부 극렬 지지자들로 인한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정치적 고비마다 반대편 인사에 대해 무차별 신상털기와 문자폭탄 테러를 가해 왔다. 이런 집단행동이 정상적 비판 여론까지 위축시켜 온 게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보여 온 태도다. 열렬 지지층의 비이성적 행위에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위선을 보여 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는 16일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 데 대해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익명의 민주당 최고위원은 조선일보에 “지난 14일 비공개회의에서 다수의 참석자가 ‘제대로 사과하자’ ‘선거 앞두고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말자’고 요청했는데 당이 너무 황당한 대처를 했다”며 “17일 지도부 회의 때 다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이해찬 대표는 같은 날(14일) 비공개회의에서 ‘학자가 언론에 쓴 칼럼을 두고 정당이 이렇게 (검찰 고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고 당 공보라인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불필요한 오해와 소모적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하루속히 공개적이고 당당한 사과를 하는 게 옳다. 아울러 열렬 지지자를 향해서도 자제를 촉구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집권당다운 태도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중앙일보에 “이번 일은 논조와 관계없이 기성 언론을 적대시하는 일부 당권파의 비뚤어진 인식이 빚은 참사”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동호 대통령연설비서관이 16일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고 지적하면서 여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국을 걱정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며 “시대에 맞춰 유연해져야 한다. 진보의 미덕은 한 번 세운 뜻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었을 때, 과감히 그 시대와 함께 사라져야 한다. 극단에서 항상 극단으로 가는 것 같다”고 적었다. 

동아일보는 이 같은 글을 두고 “청와대 현직 비서관이 당내 상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건 이례적으로, 그만큼 청와대 내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해석한 뒤 “일부 여권 지지층들이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진영논리 프레임에 빠지면서 갈등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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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7일자 27면.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민주당의 정체는 무엇인가’란 제목의 한겨레 칼럼을 통해 “임미리 교수 고발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민주당이 자신의 역사와 정체성의 핵심인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나선 데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고갱이가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민주당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세상을 꿈꾸는 정당인가?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기회주의와 ‘철학의 빈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이중잣대와 특권의식, 임미리 교수 사건에서 표출된 오만과 반민주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보며 ‘민주당의 정체’가 문득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김누리 교수는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계승해온 보수정당이고, 한국당은 독재의 전통에 뿌리를 둔 수구정당이다.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정상적인 정치 구도를 가진 나라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두 거대정당은 차이가 거의 없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극적인 대립을 과장한다. 수구와 보수가 결탁한 이 강고한 ‘기득권 정치계급’을 타파하지 않는 한 ‘헬조선’은 결코 극복될 수 없다. 민주당의 시대적 사명은 좋은 보수를 자임함으로써 가짜 보수를 퇴장시키고, 자신의 왼쪽에 진짜 진보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문선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같은 날 ‘오만은 반드시 심판당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며 타인의 의지를 감히 계량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진짜 민주당원 감별사’를 자처하며 ‘금태섭 의원은 가짜’라고 낙인찍었다.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이 쓴 칼럼은 불순하다’며 임미리 교수를 고소한 민주당은 ‘권력을 비판할 자격’을 따졌다. 그리고 끝내 사과하지 않음으로써 ‘민주’라는 이름을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17일자 30면.
▲한국일보 17일자 30면.

최문선 정치부장은 “(서초동 집회에서) ‘검찰 개혁’만 외치고 ‘조국 수호’엔 입만 벙긋한 사람이 꽤 있었다. 촛불로 세운 정권을 그래도 지켜야 한다는 마음들이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다”는 어느 민주당 의원의 말을 전하며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그 마음들을 투박하게 짚은 글이다.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자괴감이 드는 마음들. 민주당이 임 교수 칼럼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여섯 글자에 격분한 건, 그 마음들을 여태 모른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지지율은 위험한 허상”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더불어민주당의 칼럼 고발 논란이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로 옮겨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나치게 엄격한 선거운동 범위, 기득권 정치인에게 유리한 제도, 좁은 선거운동 기간을 규정한 현행 선거법이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나 정치활동을 옥죄어왔다는 비판이다. 모호한 규정 탓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에만 이목이 쏠리면서 유권자들은 ‘침묵’과 ‘처벌’의 갈림길에서 사실상 침묵을 강요당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권자의 정치참여 의지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해 전면적인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선거운동인 행위와 아닌 행위를 구분하는 선거법 58조, 기간을 정해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59조, 사전선거운동을 범죄로 규정한 254조, 선거일 180일 전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90조, 93조 등은 폐지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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