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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한국 영화 현실에 대해 묻다
‘기생충’ 한국 영화 현실에 대해 묻다
[성상민의 문화 뒤집기] ‘기생충’의 성공과 수상을 통한 ‘인정’은 한국 영화와 이어지는가...CJ ENM 작품이 아니면 성과를 거두기 쉽지않았던 최근 한국영화의 현실

2월9일, 한국인들은 미국 헐리우드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었다. 최초로 후보에 오른 한국 영화인 동시에, 무려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외국어영화상까지 총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느냐가 초유의 관심사였다. 흥행적 차원에서도 미국이나 일본 등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2019년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나 2020년 골든 글로브에서 주요 부문의 상을 수상했기에 기대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한국의 대종상이나 청룡영화상 같은 ‘국내 영화 시상식’인 만큼 외국어영화상 같이 처음부터 미국 이외의 영화에 열려있는 부문이 아닌 이상, 후보에 오를 수 있어도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탈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수상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하여 각본상과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까지 총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순간이자, 서구권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제작-연출된 작품 중에서는 최초로 주요 부문 시상식을 받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동시에 이 수상 소식은 ‘기생충’이 개봉하기 전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한국 영화의 ‘자긍심’을 북돋아주는 결과가 되었다. 거기다 시기마저도 공교로웠다. ‘기생충’이 공개된 2019년은 현재 발굴된 사료를 토대로 한국 최초의 영화라고 인정받는 1919년 ‘의리적 구토’가 나온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해 한국 영화계는 2019년을 ‘한국 영화 100년’이라 선언하며 다양한 부대 행사를 펼치는 동시에, 2010년대 후반부터 점차 불안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던 한국 영화가 새로운 활력을 찾기를 원했다. ‘기생충’의 성과는 그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날릴 수 있었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영화 '기생충'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기생충'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기생충’이 거둔 성과는 작품 자체적으로든, 한국 영화계나 사회 전반에 있어서든 분명 큰 의미를 가진 것은 분명하다. 작품의 ‘수상 성과’와는 별개로 작품의 내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의 빈곤 상황을 서사나 미장센의 차원으로 활용한 것은 한국 사회에 한동안 큰 논쟁을 만들었으며, 해외의 관객들에게도 ‘반지하 주거’로 상징되는 한국의 빈곤 상황뿐 아니라 자국의 빈곤 상황도 조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한국 영화계에 있어 ‘기생충’은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 영화 100년을 맞은 그 해 등장한 여러 방면으로 두각을 드러낸 훌륭한 작품이자, 다시 한 편으로는 한국 영화를 비롯한 문화계 전반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충돌과 갈등에 시달렸던 만큼 그 여파에서 ‘벗어났다’고 자족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 전반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여기저기서 ‘기생충’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을 할 때는 ‘기생충’은 한국 영화계의 실력을 드러낸 자긍심의 징표가 되었고, 개봉한 이후로는 한국 영화의 빈곤 상황을 영화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화제와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기생충’의 개봉이 마무리되고 서서히 붐이 마무리 되었을 즈음, 2020년 초에 발표된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다시 ‘기생충’이 대하여 무수한 이야기를 한국 사회에서 재생산되도록 만들고 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봉준호 감독의 고향이 대구’라는 것을 명목으로 두류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강효상 의원 이외에도 ‘감독의 고향이 대구’라는 사실은 몇몇 대구 지역의 출마를 준비하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게도 ‘봉준호 영화의 거리’, ‘봉준호 카페의 거리’,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기생충 조형물’, ‘봉준호 아카데미’ 같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지원’ 확대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발을 맞춰 봉준호 감독이 대학교 졸업 이후 영화를 배웠던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사업 확대 등을 주장했다. 

▲'기생충' 포스터.
▲'기생충' 포스터.

‘기생충’에 대한 수많은 말들 뒤에 있는 또 다른 ‘기생충’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말들은 역설적으로 ‘기생충’이 단순히 영화 내적으로, 영화 안에서만 드러나는 부유층과 빈민층의 대립에 대한 상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이 마치 ‘기생충’에 등장하는 박사장(이선균 역) 캐릭터의 모습처럼 현상 뒤에 흐르는 맥락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설사 인지하더라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이용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습은 ‘대구 봉준호 거리’나 ‘기생충 조형물’ 같은 허황된 요소가 있는 공약 뿐만이 아니라, ‘기생충’이 받은 성과를 인정하는 이상으로 그 성과를 쉽게 부활과 회복, 또는 자부심의 상징으로 쉽게 여기는 자세에서도 드러난다.

가장 중요하게 살펴볼 것은 ‘기생충’의 성공과 수상을 통한 ‘인정’은 얼마나 한국 영화와 이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기생충’이 개봉하기 이전인 2018년의 상황은 그야말로 위기의 징후가 여기저기서 터지던 상황이었다. 대대로 영화계에 대목이었던 설날 개봉 영화는 물론 (‘골든 슬럼버’, ‘흥부’ 등) 추석 개봉 영화까지 (‘명당’, ‘물괴’, ‘안시성’, ‘협상’, ‘원더풀 고스트’)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거나 매우 간신히 넘겼을 따름이다. 이에 비하면 2019년의 상황은 언뜻 보면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설날에는 ‘극한직업’이 1000만 관객을, 5월에는 ‘기생충’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추석에도 ‘나쁜 녀석들 : 더 무비’가 457만 관객을 기록하며 확실한 흥행작이 없었던 2018년 추석과는 나은 모습을 보였다. 독립/예술영화의 흥행이라는 차원에서도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14만 관객,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가 12만 관객, 강상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김군’이 1만 2천 관객을 돌파하며 작품 내적으로는 물론 외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허나 이 성과에는 곱씹을 요소가 존재한다. 2019년 설날과 추석을 비롯해 소위 ‘임팩트’를 남긴 작품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CJ ENM이 투자와 배급에 관여했다. ‘극한직업’은 개봉 이전부터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를 동시에 노린 프로젝트로서 ‘극한직업’ 개봉 이전에는 같은 시나리오를 중국의 상황에 맞게 각색한 중국판인 ‘롱샤형사’(해당 작품에서는 주인공 형사팀이 후라이드 치킨이 아니라 마라롱샤를 만들며 위장수사를 한다.)를 제작하는 등으로 심혈을 기울였으며, 심지어 ‘나쁜 녀석들 : 더 무비’는 CJ ENM이 소유한 케이블 채널 OCN을 통해 방송된 드라마가 원작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CJ ENM이 기획이나 제작에 관여한 작품만이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조금 뒤집으면, CJ ENM의 작품이 아니면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벌새’나 ‘윤희에게’, ‘김군’ 등의 흥행도 한국 독립영화에 마냥 희망찬 소식은 아니다. ‘벌새’의 배급사는 한국 영화의 4대 대형 배급사인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독립/예술영화 전문 배급 자회사인 ‘콘텐츠판다’가 맡았다. ‘윤희에게’나 ‘김군’은 대형 배급사가 관여한 작품은 아니었으나, 이들 작품의 흥행은 역설적으로 특정 주제의 이외의 작품이 아닌 독립/예술영화에는 관객들이 관심을 주지 못하는 상황을 드러냈다. ‘벌새’나 ‘윤희에게’는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 사회에 대두한 페미니즘적 시선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으며, ‘김군’ 등의 작품은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단골 흥행 주제였던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삼는다. 2019년 상반기에 흥행했던 ‘시인 할매’나 ‘칠곡 가시나들’은 2009년 ‘워낭소리’ 이후로 꾸준한 독립영화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노인 주제 영화’의 반복이다.

흥행을 하는 것이 흥행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철저한 기획을 거쳐 제작되는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예술영화의 상당수는 감독이나 제작진의 주관과 선택에 따라서 연출된다. 특정한 주제만을 다루는 작품만이 흥행하는 상황은 이미 유통이나 향유의 폭이 좁은 독립/예술영화에 있어 역설적으로 더욱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을 여지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기생충’을 투자/배급한 CJ ENM과 같은 모그룹을 둔 CGV는 약 6-7년간 시행하던 ‘CGV 아트하우스’ 레이블로의 한국 독립영화 배급 사업에서 수익성을 이유로 철수할 것을 2019년 10월에 선언했다. 본래 극장 사업에 머물러 있었던 CGV아트하우스는 사업 확대와 독립/예술영화 지원을 명분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배급사업에도 진출하였으나, CGV가 이미 한국 영화에 강력한 축인 상황에서 독립영화에도 입김을 미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던 상황이었다. ‘기생충’이 해외에서 호평을 얻으며 한국 영화의 예술적인 인정을 논하던 사이에, CJ그룹은 다시 역설적으로 ‘경쟁력’을 이유로 배급을 중단하는 아이러니한 사건이 펼쳐진 셈이 되었다.

어디 그뿐일까. 봉준호 감독이 동문이라며 스스로 홍보하고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는 2019년 12월 개봉한 권만기 감독의 ‘호흡’ 촬영 현장에서 자신들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장편 과정의 경우 졸업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조건으로 삼고, 2010년대 부터는 해당 작품 중 일부를 극장에 개봉하며 수익 사업으로도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제작비 수준은 7000만원 가량에 불과해 감독이 스스로 제작비를 충당하거나, 또는 배우나 스태프들에 제대로 된 처우를 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결국 ‘호흡’은 개봉을 앞두고 작품의 주연을 맡은 배우 윤지혜가 현장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폭로를 감행하며 그간 가려져 있던 모순을 세상에 드러나게 된 상황이지만,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이에 대한 성찰과 개선을 꾸준히 걷는 대신 ‘봉준호가 다닌 아카데미’라는 자기 홍보에 더욱 치중하고 있을 뿐이다. 봉준호나 박찬욱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많은 공분을 낳았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역시 부처 내부의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이나 책임자 처벌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대법원에서도 면죄부를 받으며 더더욱 후퇴할 위기에 놓여 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기생충’을 비롯하여 박찬욱의 ‘아가씨’나 이창동의 ‘버닝’과 같이 대중 상업영화이지만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되며, 해외 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고, 최소 몇 십 억대부터 100억대 가량의 제작비를 투여할 수 있는 작품의 상당수도 CJ ENM의 투자/배급으로 제작되고 있다. 그나마 ‘기생충’은 표준근로계약서 작성과 주 52시간 준수 노력, 아동·청소년 연기자 보호로 주목 받았지만 이 역시 CJ ENM의 성과가 아니라 10년 이상 투쟁했던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거둔 결실이며, 정작 방송 부문에서는 다른 방송사와 다르지 않게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생충’의 쾌거는 얼마나 한국 영화는 물론,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기생충’과 봉준호는 분명 국내외에서 인정받았지만, 동시에 이는 한편으로는 CJ ENM이 한국 영화에 가지는 영향력이 점차 광범위하게 늘고 있으며 CJ ENM 정도만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음을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의 행정과 공공을 비롯해, 영화계는 ‘기생충’의 성과에 뿌듯해 하는 이상으로 다양한 경향의 작품이 향유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고 있는가. 동시에 문화예술이 쉽게 공권력이나 공적 자금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는가. 지금 당장의 모습에 만족하는 이상으로 전반적인 환경과 이후의 상에 대한 고민이 어느 곳에서도 점차 보이지 않는 모습은, 한국 사회를 극적으로 형상화했던 ‘기생충’이 다시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 그 자체가 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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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2-16 23:13:09
내가 요즘 깨달은 것은 언론은 우리 사회의 Parasite라는 것이다. 강한 기득권(숙주, 돈/진급을 위한 대주주)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며 약한 기득권(노무현, 언론의 자유 외에는 줄 게 없는 사람)은 죽인다. 숙주를 바꿔가면서 그들의 영역을 넓힌다. 그들의 세계를 계속 넓히고 침범하는 사람은 죽이고, 거대한 숙주가 되어간다. 비판을 받으면 이제 집단세력이 돼서 상대편을 망가트린다. 검찰과 같이 자정 능력을 상실한 집단. Para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