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사고를 당하니 버티기 쉽지 않더라고요.”

지난 7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병원 근처 카페에서 만난 김신재씨(KT서비스노조 전 위원장)가 말했다. KT 인터넷·유료방송 설치수리 업무를 하는 그는 지난해 4월 서울 군자동 주택가 전봇대 작업 중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지난해 4월 인터뷰 당시 그는 몸의 오른쪽을 움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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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만에 만난 그는 여전히 병원에 있었다. 근육을 풀어주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오른손은 70%, 오른쪽 다리는 60% 정도 근육이 돌아왔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산재 신청한 그는 지난 1월에서야 승인을 받았다. 절차가 까다로웠다. 사고 원인을 밝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기록을 제시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여러 문서를 내야 한다. 대학병원 담당 교수가 진단서 발급을 거부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김신재씨가 회복할 때까지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가 들었다. 어머니는 집을 팔았다. 김신재씨는 “어머니에게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승인을 받으면서 병원비를 지급 받게 됐다. 다만 회복에 필요한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의 비용은 지급되지 않아 여전히 돈 나갈 곳이 많다.

▲ 김신재 전 KT서비스 노조 위원장. 사진=금준경 기자.
▲ 김신재 전 KT서비스 노조 위원장. 사진=금준경 기자.

 

▲ 홍성수 KT서비스 노조 위원장.
▲ 홍성수 KT서비스 노조 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김씨 동료로서 병상을 지켜온 홍성수 KT서비스 노조위원장은 “승인받기 전까지 개인이 부담하는 제도가 잘못됐다고 본다. 당장 병원비를 해결하기 힘들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 돈이 없으면 회사에 사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해결됐지만 논쟁적인 경우 싸워볼 여력이 없어진다. 예비비라도 지원해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하든가, 아니면 판정을 빨리 해주든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처럼 일하다 쓰러졌지만 뇌출혈은 개인 질병으로 간주돼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홍성수 위원장은 “뇌출혈은 불승인 사례가 많다. 나이가 많은 게 원인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업무 스트레스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KT 계열 하청업체에서 산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사례를 설명했다. 하청업체까지 포괄하면 산재 현황 자체가 파악 안 된다고 했다. 유료방송·통신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업 전반의 하청업체 산재 현황 파악이 힘들다. 하청업체의 경우 산재 신청이 되면 ‘산재 회사’ 낙인에 일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회사 차원에서 막거나 회유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재은폐율이 최대 42.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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