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보는‌ ‌세‌ ‌부류의‌ ‌방식이‌ ‌있다.‌ ‌하수는‌ ‌내용을‌ ‌본다.‌ ‌중수는‌ ‌출처를‌ ‌본다.‌ ‌선수는‌ ‌바이‌라인을‌ ‌본다.‌ ‌최근‌ ‌취업자‌ ‌수가‌ ‌발표되었다.‌ ‌‘취업자‌ ‌증가‌ ‌5년‌ ‌만에‌ ‌최고‌ ‌증가’라는‌ ‌뉴스를‌ ‌보고‌ ‌고용자가‌ ‌많이‌ ‌늘었다고만‌ ‌생각하면‌ ‌하수다.‌ ‌반면‌ ‌‘정부‌ ‌노인‌ ‌일자리가‌ ‌만든‌ ‌고용‌대박’이라는‌ ‌뉴스를‌ ‌보고‌ ‌부정적인‌ ‌생각만‌ ‌해도‌ ‌역시‌ ‌하수다.‌ ‌중수는‌ ‌기사를‌ ‌읽다가‌ ‌미심쩍으면,‌ ‌통계청‌ 홈페이지를‌ ‌찾는다.‌ ‌중수가‌ ‌기사에서‌ ‌취한‌ ‌정보는‌ ‌통계청이‌ ‌1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는‌ ‌출처일‌ ‌뿐이다.‌

선수(업계에‌ ‌있는‌ ‌사람)는‌ ‌읽다가‌ ‌기사가‌ ‌이상하거나,‌ ‌좋으면‌ ‌바이라인(작성자)을‌ ‌본다.‌ ‌“역시‌ 기자는‌ ‌글을‌ ‌참‌ ‌잘‌ ‌써”‌ ‌하고‌ ‌감탄하거나‌ ‌“‌XX가‌ ‌그렇지‌ ‌모”하고‌ ‌힐난한다.‌ ‌훌륭한‌ 기자, ‌또는‌ ‌엉터리‌ ‌기자‌ ‌이름을‌ ‌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을‌ ‌줄줄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본‌ ‌최악의‌ ‌바이라인을‌ ‌실명‌ ‌공개하고자‌ ‌한다.‌

바로 ‌‘온라인‌ ‌뉴스팀’,‌ ‌‘디지털‌ ‌뉴스‌팀’,‌ ‌인터넷‌ ‌뉴스팀’,‌ ‌‘온라인‌ ‌뉴스부’‌ ‌등이다.‌ ‌바이라인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 ‌실명이‌ ‌아니라,‌ ‌무슨‌‌무슨‌ ‌팀이라는‌ ‌베일에‌ ‌싸인‌ ‌조직이‌ ‌있다.‌ ‌이들은‌ ‌질보단‌ ‌양으로‌ ‌승부한다.‌ ‌네이버‌ ‌뉴스‌ ‌검색에서‌ ‌“온라인‌ ‌뉴스‌팀”이라는‌ ‌검색어로‌ ‌찾으면‌ ‌최근‌ 1주일간 ‌무려‌ ‌291건이다.‌ ‌“온라인‌ ‌뉴스부”는‌ ‌58건,‌ ‌“디지털‌ ‌뉴스‌팀”은‌ ‌52건,‌ ‌“인터넷‌ ‌뉴스팀”은‌ ‌26건‌ ‌등이다.‌ ‌이들‌ ‌4개의‌ ‌기자‌ ‌그룹(?)은‌ ‌여러‌ ‌매체에서‌ ‌단‌ ‌1주일간‌ ‌427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왜‌ ‌이들은‌ ‌깡패처럼‌ ‌몰려다니면서‌ ‌팀으로‌ ‌움직일까?‌ ‌기자의‌ ‌자긍심은‌ ‌자기‌ ‌이름을‌ ‌바이라인에‌ ‌넣는‌ ‌것이다.‌ ‌좋은‌ ‌기사에‌ ‌자기‌ ‌이름을‌ ‌넣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뿌듯하다가도,‌ ‌자신‌ ‌없는‌ ‌기사에‌ ‌이름이‌ ‌들어가면‌ ‌한없이‌ ‌부끄럽다.‌ ‌그러나‌ ‌이러한‌ ‌자부심과‌ ‌부끄러움이‌ ‌기자들에는‌ ‌가장‌ ‌맛있는‌ ‌당근과‌ ‌뼈아픈‌ ‌채찍이‌ ‌된다.‌ ‌호부호형을‌ ‌못하는‌ ‌홍길동도‌ ‌자기이름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기이름도‌ ‌쓰지‌ ‌못하고‌ ‌집단의‌ ‌이름을‌ ‌공유해야‌ ‌하는‌ ‌홍길동‌ ‌보다‌ ‌더‌ ‌슬픈‌ ‌사연은‌ ‌무엇일까?‌

둘‌ ‌중의‌ ‌하나다.‌ ‌클릭‌ ‌장사를‌ ‌위한‌ ‌우라까이(취재‌ ‌없이‌ ‌다른‌ ‌기사를‌ ‌베끼는‌ ‌언론계‌ ‌은어)‌ ‌아니면,‌ ‌사실상‌ ‌기사‌ ‌형식의‌ ‌광고성‌ ‌지면을‌ ‌채우기‌ ‌위함이다.‌ ‌ ‌

▲ '온라인 뉴스팀'이란 이름으로 작성한 기사들
▲ '온라인 뉴스팀'이란 이름으로 작성한 기사들

예를‌ ‌들어보자.‌ ‌15일 뉴스‌ ‌검색창에‌ ‌“온라인‌ ‌뉴스‌팀”으로‌ ‌검색하면,‌ ‌가장‌ ‌상위에‌ ‌뜨는‌ ‌기사들이‌ ‌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바이라인이‌ ‌온라인‌ ‌뉴스팀인‌ ‌SBS‌ ‌CNBC의‌ ‌기사와‌ ‌MBN‌ 기사다.‌ ‌한‌ ‌패션회사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뉴스와‌ ‌한‌ ‌유통업체가‌ ‌자체‌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뉴스다.‌ ‌광고인지‌ ‌뉴스인지‌ ‌구별이‌ ‌안‌ ‌된다.‌ ‌차마‌ ‌기자‌ ‌이름을‌ ‌바이라인에‌ ‌쓰기‌ ‌멋쩍다.‌ ‌이럴‌ ‌때‌ ‌쓰는‌ ‌방식이‌ ‌바로‌ ‌온라인‌ ‌뉴스팀이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는‌ ‌각각‌ ‌SBS‌ ‌CNBC,‌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기사다.‌ ‌민주당이 임미리‌ ‌고발을‌ ‌취하했다는‌ ‌기사,‌ ‌코로나19‌ ‌관련된‌ ‌기사,‌ ‌그리고‌ ‌열애에‌ ‌빠진‌ ‌연예인‌ ‌소식이다.

3개‌ ‌기사‌ ‌모두‌ ‌오늘‌ ‌뉴스‌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검색어를‌ ‌담고‌ ‌있다.‌ ‌눈치‌ ‌빠른‌ ‌분은‌ ‌짐작이‌ ‌가능하다.‌ ‌실검에‌ ‌‘임미리’가‌ ‌뜨고,‌ ‌임미리라는‌ ‌검색어로‌ ‌클릭이‌ ‌들어‌ ‌온다.‌ ‌재빨리‌ ‌임미리라는‌ ‌검색어에‌ ‌걸리는‌ ‌뉴스가‌ ‌필요하다.‌ ‌취재‌ ‌따위는‌ ‌필요‌ ‌없다.‌ ‌아니‌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다.‌ ‌이럴‌ ‌때‌ ‌다른‌ ‌기사들을‌ ‌적당히‌ ‌‘우라까이’해서‌ ‌포털에‌ ‌노출‌시켜야‌ ‌한다.

SBS‌ ‌CNBC의‌ ‌기사는‌ ‌네이버‌pick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브라보!‌ ‌회식이‌ ‌눈앞에‌ ‌보인다.‌ 요즘‌ ‌코로나‌ ‌검색은‌ ‌가장‌ ‌핫하다.‌ ‌코로나‌ ‌검색어의‌ ‌유입을‌ ‌포기할‌ ‌수‌ ‌없으니‌ ‌수시로‌ ‌새로운‌ 기사를‌ ‌생산해‌‌내야‌ ‌한다.‌ ‌누가?‌ ‌온라인뉴스팀이.‌ ‌왜‌ ‌온라인뉴스팀이‌ ‌해야‌ ‌할까?‌ ‌만약‌ ‌바이라인에‌ ‌실명이‌ ‌나가면,‌ ‌기자‌ ‌한‌ ‌명이‌ ‌하루에‌ ‌10개의‌ ‌기사를‌ ‌생산해‌ ‌낸다는‌ ‌지나치게‌ ‌높은‌ ‌생산성이‌ ‌공개된다.‌ ‌그래서‌ ‌몇‌ ‌명이‌ ‌한‌ ‌팀인지‌ ‌알‌ ‌수‌ ‌없게끔‌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예인의‌ ‌열애‌ ‌소식은‌ ‌놓칠‌ ‌수‌없는‌ ‌검색어다.‌

바쁜‌ ‌세상에‌ ‌중수가‌ ‌되기는‌ ‌어렵다.‌ ‌언제‌ ‌출처를‌ ‌확인하고‌ ‌로데이터를‌ ‌분석할까?‌ ‌그러나‌ ‌선수가‌ ‌되기는‌ ‌쉽다.‌ ‌기사‌ ‌읽기‌ ‌전에‌ ‌쓱‌ ‌하고‌ ‌바이라인을‌ ‌한‌ ‌번‌ ‌쳐다보자.‌ ‌만일‌ ‌기자‌ ‌실명이‌ ‌아니라‌ ‌무슨‌‌무슨‌ ‌팀이라면‌ ‌더는‌ ‌읽지‌ ‌말고‌ ‌믿고‌ ‌걸러보자.‌ ‌그러면‌ ‌이‌ ‌칼럼을‌ ‌보느라 ‌뺏긴‌ ‌시간‌ ‌이상을‌ ‌보상받을‌ ‌수‌ ‌있을‌ ‌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