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에 더불어민주당이 경향신문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고발을 취하했다.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야당 때와 달라진 민주당의 행보가 반복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유독 언론을 향한 강경 대응이 많았다.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에 대한 법적 대응은 국제 이슈가 됐다.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의 보수집회를 지시했다는 보도를 한 시사저널, 비선 국정개입을 보도한 세계일보,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보도를 한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등이 소송에 시달렸다. 

당시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언론을 탄압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15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언론의 정당한 취재에 대해서 권력기관들이 언론사를 고발하고 기소하는 등 공권력 남용이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4년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 고소 고발 남발로 극도로 위축된 언론의 자유”라고 평가했다.

▲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번 대응은 단순 언론 보도에 명예훼손이 아닌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에 다르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은 표현의자유대책특별위원회를 통해 공직선거법이 선거 기간 표현의 자유를 옥죈다며 법 개정을 추진했다. 문재인 대선 캠프는 ‘선거법 피해자 신고센터’를 만들고 선거 기간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모아 자유로운 표현이 오가도록 정책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경향신문 칼럼 내용에서 논란이 된 특정 정당에 대한 투표 반대 입장을 낙선운동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동안 주류 정당 가운데 ‘낙선운동’에 유일하게 우호적인 목소리를 낸 쪽은 민주당(열린우리당)이다. 2004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시민의 이름을 빌어 열린우리당의 정략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반발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앞서 2000년 민주당 김한길 선거대책위 공동대변인은 낙선운동에 “긍정 평가하고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논란만 예외적이라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문제는 유사한 논란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전 정부가 반정부적 표현에 입막음을 시도하려 할 때마다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반대해왔다”면서 “공수가 바뀌자 전 정권이 하던 행태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방통심의위에서 '사회질서 혼란'을 이유로 시정요구한 게시글 내용.
▲ 박근혜 정부 당시 방통심의위에서 '사회질서 혼란'을 이유로 시정요구한 게시글 내용.

대표 사례가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다. 법무부 차원에서 허위조작정보 엄단 의지를 여러차례 밝혔고 경찰이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영상 삭제 요청을 한 일도 있다. 논란 끝에 사실상 폐기됐지만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대책을 만들어 비판받기도 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는 사회질서를 혼란케 한다는 이유로 인터넷 게시글을 심의하고 허위정보를 수사한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유언비어’ 대응에 따른 민주당의 입장과 배치된다. 메르스 국면 때 민주당 오영식 최고위원은 “정부가 엄정하고 철저하게 막아야 할 것은 괴담이나 유언비어가 아니라, 메르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부는 ‘괴담’보다 ‘메르스’ 확산 방지에 전념해야" 논평을 냈다. 지난 정부 때 방통심의위가 메르스, 사드 등 유언비어를 심의하자 당시 민주당 추천 위원들이 맞선 일도 있다.

최순실 게이트 때 황교안 국무총리가 유언비어 엄단 의사를 밝혔을 때도 민주당은 반발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표현의 자유 훼손이자 언론의 자유 탄압”이라며 “야당은 언론자유와 진실 수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허위조작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2009년 검찰이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가 사실과 다른 글을 썼다며 허위사실유포죄를 적용하자 민주당은 이렇게 반응했다. “유신시대 때 유언비어 날조 혐의 등을 적용해서 국민 입에 재갈 물리고, 다리에 족쇄를 채웠던 기억들이 분명하다”(최성 민주당 대변인). 헌법재판소가 허위사실유포죄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민주당은 환영했다. 당시 민주당은 악의적인 허위정보는 구분해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방안에 반발했던 민주당이 집권 후 허위조작정보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iStock
▲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방안에 반발했던 민주당이 집권 후 허위조작정보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iStock

물론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준이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 추락했다 이번 정부 들어 크게 오른 언론자유지수가 이를 방증한다. 한국당은 이번 논란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반민주주의적 폭거”라며 반발하지만 한국당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대응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처럼 고발을 철회하며 유감 표명을 하지도 않았다. 메르스 사태 당시 대처는 더 못했으면서 유언비어 대응은 더욱 과도했다. 문재인 정부 경찰은 대통령 치매설 영상이 사회질서를 혼란케 한다며 삭제 요청했지만 방통심의위가 거부한 점 역시 이전 정부와 이번 정부의 차이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표현의 자유 현안에 역행하고, 문재인 정부 이렇다 할 정책 개선이 나타나지 않기에 우려가 나온다. 손지원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킨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다.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겠다고 했는데 공약을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정부에 비해 상대적인 차이는 분명히 있다. 문제적 심의가 줄어들고 검찰이 나서서 탄압하는 정도도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그러나 철학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언론 관련 대응이 철학이나 가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유감 표명이 끝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4일 오후 논평을 내고 “고발 취하로 무마하려 들면 안 된다.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민주당만 빼고’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언론의 자유’를 진정 실현하기 위한 ‘언론 개혁’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언론 권력을 돌려주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심도 있게 고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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