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국내 1위 광고주인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14일자 주요 종합일간지를 보면 한겨레가 10면, 서울신문이 9면, 경향신문이 12면, 동아일보가 10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검찰, 이재용 프로포폴 의혹 수사…삼성 “불법투약 없다”’란 제목으로 관련 의혹을 14면에 배치했다. 대부분 검찰이 수사에 나선 점에 방점을 찍으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재용 프로포폴’ 관련 기사를 13면에 배치한 한국일보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이어 이 부회장까지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성 일가가 곤혹스런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짚었다. 앞서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6년 7월21일 뉴스타파가 이건희 성매매 의혹을 단독 보도한 다음 날이던 22일자 종합일간지의 경우 한겨레만 유일하게 관련 기사를 지면에 담았다. 

경제지들은 대체로 삼성 입장에 비중을 뒀다. 서울경제는 ‘“이재용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실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29면에 배치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재용 프로포폴 투약 사실무근”…삼성 강력대응’이란 제목의 기사를 16면에 썼다. 머니투데이는 ‘JY, 프로포폴 불법투약 없어 삼성전자, 민형사 책임 묻는다’란 제목의 기사를 11면에 배치했다. 매일경제는 눈에 띄기 어려운 29면 한구석에 관련 논란을 배치했다. 그나마 이들 신문은 지면에 관련 논란을 담았다는 점에서 조선일보·한국경제와 차이가 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14일자 지면에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대신 조선일보·한국경제는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의 만남은 지면에 담았다. 한국경제는 온라인판에서 관련 기사를 출고했지만 조선일보는 구글에서 ‘조선일보 이재용 프로포폴’을 검색하면 조선일보, 조선비즈, IT조선 등에서 기사 URL이 나오지만 클릭하면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지 못했다’는 문구가 떠 삭제 정황이 보인다.  

▲조선일보 13일자 온라인판 '검찰,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의혹 수사...삼성전자 "전혀 사실무근" 법적 대응 예고' 기사를 클릭하면 현재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뜬다. 현재 모바일에서 구글 AMP 서비스를 통해서만 해당 기사를 볼 수 있다.
▲조선일보 13일자 온라인판 '검찰, 이재용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의혹 수사...삼성전자 "전혀 사실무근" 법적 대응 예고' 기사를 클릭하면 현재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뜬다. 현재 모바일에서 구글 AMP 서비스를 통해서만 해당 기사를 볼 수 있다.
▲14일자 조선일보 6면 사진기사. '이재용 프로포폴' 논란은 지면에서 찾을 수 없었다.
▲14일자 조선일보 6면 사진기사. '이재용 프로포폴' 논란은 지면에서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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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9면. 그나마 매일경제는 지면에 관련 논란을 담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빅테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이재용 프로포폴’로 검색되는 기사는 13일부터 14일 낮 12시까지 모두 82건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에서 손꼽을 만큼 널리 알려진 공인이라는 점, 어제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 ‘이재용’이 등장한 점에 비춰보면 보도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13일자 방송사 메인뉴스에선 TV조선과 채널A만 ‘이재용 프로포폴’을 다루지 않았다.

SBS는 같은 날 메인뉴스에서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분류되는 의약품으로 반드시 치료 목적으로만 써야 한다. 때문에 다른 용도로 썼는지, 또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서 진료를 받았는지 등을 밝히는 게 이번 수사의 쟁점”이라고 보도했다. KBS는 메인뉴스에서 “뉴스타파는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 부회장이 해당 성형외과 병원을 8번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며 “(13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고 보도했다. JTBC는 같은 날 메인뉴스에서 “현재 폐업 상태인 이 병원 원장과 간호조무사는 지난달 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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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프로포폴 의혹 관련 13일자 KBS메인뉴스와 JTBC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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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자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한편 뉴스타파는 13일 첫 보도에 이어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도 상습적으로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뉴스타파는 “공익제보자 김씨는 이재용 부회장의 자택을 방문할 때마다 (당시 애인이었던) 간호조무사 신씨가 ‘아네폴’이라고 적힌 하얀색 약을 챙겨갔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아네폴은 프로포폴 주사제다. 수면마취제로 널리 쓰이는 프로포폴은 중독성이 강한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마약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사 처방을 통한 치료 목적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다음 주까지 후속 보도를 예고해 삼성에 우호적인 언론사들이 향후 어떠한 보도 논조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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