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4일 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교수와 이를 실은 경향신문에 고발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공보국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더불어민주당은 임미리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며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임미리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했다고 여지를 남겼다.

임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촛불로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정당이니 앞으로 더 겸허하게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기를 바란다”며 “필요하면 더 강하게 비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당에 비판적 칼럼을 작성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교수와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지 못하게 돼 있는 공직선거법을 이 칼럼이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칼럼.
▲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칼럼.

이 소식은 민주당 안팎에서 비판 받았다. 대권 유력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윤호중 사무총장에게 ‘고발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는 뜻을 전한 것이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본인 SNS에 고발 철회를 요구했다. 홍의락 의원은 “어쩌다가 이렇게 임 교수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고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김부겸 의원도 “독재시대를 거쳐 온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권력이 겸허와 관용의 미덕을 잃는 순간 금세 알아채고 노여워한다”며 “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13일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대학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문제 삼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도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역사가 민주진보진영의 시작점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코 이전 정권의 전철을 밟지는 않길 바란다. 민주당은 자중하고 고발을 취하하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로 지난해 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겨레 고소를 비판하며 ‘쿨하게’ 소를 취하하라고 지적했던 일이 다시금 회자된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검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한 한겨레 기사와 관련해 해당 기자 및 취재원을 고소한 바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달 18일 논평에서 “윤 총장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검찰 수장의 기자 직접 고소는 언론에 ‘재갈 물리기’로 비칠 수 있다”며 “검찰총장은 고소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권한과 사회적 위상을 갖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같은 달 21일 “윤 총장이 권력의 힘으로 언론을 제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고소를 취하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며 “‘사과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지 말고 ‘쿨하게’ 소를 취하하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이 고발했던 것은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임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도 행정부가 균열을 보이고 국회가 운영 중인데도 여야를 대신한 군중이 거리에서 맞붙고 있다. 이쯤되면 정치는 해악”이라며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칼럼에서 민주당이 기대를 외면해왔다고 주장한 뒤 “그 배신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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