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여당을 선거로 심판하자는 취지의 경향신문 칼럼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해 논란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정부 여당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 침해를 비판해온 민주당이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동에 나서며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중앙일보 부국장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사실상 직행하며 언론계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여당의 고발 대응이 언론계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한 뒤 “민주당은 촛불의 주역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다”고 우려하며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 뒤 “이번에는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1월29일자 경향신문 칼럼.
▲1월29일자 경향신문 칼럼.

그리고 임미리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며칠 전 경향 ‘민주당만 빼고’ 칼럼이 선거기사심의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에 이어 오늘은 민주당이 나와 경향신문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고 밝혔다. 여당이 칼럼 내용을 문제 삼아 고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해당 칼럼이 공직선거법 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조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선거 시기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라고 대놓고 제목을 달아 칼럼을 냈다. 시민단체도 낙선운동을 못 하게 되어 있지 않나”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임미리 교수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늘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고발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도 살이 떨린다. 하지만 고발의 목적이 위축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칼럼을 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한 달에 한 번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어 “고발의 반작용을 신경 쓰지 않은 것은 민주당이 그만큼 오만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 년 지난 지금의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적은 뒤 “민주당의 완패를 바란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역사를 제대로 다시 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논란이 된 칼럼을 가리켜 “여당의 문제를 지적한 매우 상식적인 칼럼이다. 칼럼을 갖고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민주당은 집권 후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공약했던 것을 지금껏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은 언론자유와 관련해 당 차원에서 확실한 원칙이나 철학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여당 내에서 성찰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로써 이 문제는 민주당이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칼럼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면 되는 것이지 법원으로 끌고 갈 사안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이념을 넘어 존재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라고 강조했다. 대안신당은 논평을 내고 “힘 있는 집권 여당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알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보호한다는 말인가”라며 즉각적인 고발 취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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