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3일 대전·충청 지역 지상파방송 및 케이블TV 대표자들과 만나 정책 간담회를 갖고 지역방송 현안을 청한 뒤 청주방송 사장을 따로 불러 이재학PD의 비극적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파악 및 대응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방송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방통위가 이번 사건에 대해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청주방송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앞서 청주방송(대표이사 이성덕)에서 약 14년간 프리랜서로 일해온 이재학PD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해고 통보를 받았고,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2018년 4월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 나섰으나 지난달 22일 청주지법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4일 이 PD는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원장께서 청주방송 사장과 단둘이 만나는 별도의 자리를 만들어 재판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주의를 기울여달라, 그게 우선이라고 지적했고 청주방송 사장은 진상규명위원회 등을 통해 유족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방통위 또 다른 관계자는 “위원장은 보상보다 사실관계파악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 2월13일 대전·충정지역 지상파방송 및 케이블TV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 2월13일 대전·충정지역 지상파방송 및 케이블TV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앞서 방통위 지상파정책과는 지난 11일 유족과 면담 자리에서 “방통위원장을 포함해 방통위 관계자들이 이 사건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원장이 직접 정확한 사실관계파악을 주문하면서 청주방송으로선 가시적인 해결책과 진상규명작업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방통위의 사실관계 요청이나 자료요청 등에 청주방송이 부실하게 대응할 경우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에 불응하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국PD연합회는 “이 PD가 가장 억울해 한 것은 동료 PD들이 법정에서 증언하지 못하도록 사측이 압력을 넣은 사실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불법 행위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며,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청주방송은 이 PD의 죽음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민영방송 노동조합협의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청주방송 경영진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주방송뿐 아니라 모든 방송사에 대한 비정규직 실태 조사를 벌여 부당하게 비정규 직제를 운용하는 방송사를 엄벌하고 비정규직을 당연시하는 방송 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PD의 비극이 방송사의 오래된 비정규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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