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의혹만 보도하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아들 의혹은 보도하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발언한 KBS ‘김용민 라이브’가 전체회의에서 재논의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KBS ‘김용민 라이브’가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제재 수위 ‘미합의’로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19일 방송된 KBS ‘김용민 라이브’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해 9월19일 방송된 KBS ‘김용민 라이브’ 방송화면 갈무리.

KBS 라디오 ‘김용민 라이브’(2019년 9월19일) 진행자인 김용민씨는 오프닝멘트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아들 김모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연구가 고등학교 과학경진대회에 출품해 입상한다. 이 입상 성적을 토대로 예일대에 합격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고, 나경원 대표 아들에 대한 부정입학과 부정청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민씨는 국내 언론사들이 나 원내대표 아들의 입시 의혹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조국 전 장관 딸 의혹만 엄격히 보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제와 어제, 오늘 대한민국 종합일간지에서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던 나경원 대표 아들 의혹에 관한 보도, 세계의 이름난 언론들이 보도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종합일간지 중 나 원내대표 아들 입시 의혹을 보도한 곳이 있었다. 국민일보·중앙일보·세계일보·서울신문 등 4곳은 지난해 9월17일 관련 기사를 썼다. 해당 프로그램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단정해 방송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돼 심의를 받았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최봉현 라디오 국장은 “종합일간지에서 보도되지 않았다는 건 지면에서 보도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해명한 뒤 “온라인에서만 보도됐다. KBS가 보도했다고 하면 9시 메인뉴스를 생각한다. KBS 온라인뉴스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신문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사는 지면에 보도하는 데 지면 보도가 없었다. 또 나 원내대표 관련 기사가 의혹이 제기된 만큼 보도량이 많지 않았다.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전광삼 상임위원은 “당시 나 원내대표가 법무부 장관 후보가 돼서 검증받고 있었나? 왜 조국이랑 동일한 분량으로 보도돼야 하나? 후보 검증 대상이 아니다. 조국은 후보자였다. 물타기 하세요?”라고 질문하자, 최봉현 국장은 “중요한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을 두고도 검증해야 한다. (나 원내대표) 사회적 영향력이나 권력의 크기가 작지 않다. 당연히 언론들이 공직 크기만큼 검증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상수 위원은 “전제가 사실과 다르면 이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방송사 진행자로서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사실이 맞지 않으면 사상누각이고 왜곡”이라고 지적하자, 최봉현 국장은 “우리말에는 유사한 표현들이 참 많다. 시사평론가가 나름 문학적으로 표현한 걸 너무 엄정한 잣대로 들이대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심의위원들 제재 수위는 엇갈렸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과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은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정부·여당 추천 김재영 위원은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전 상임위원은 “언론사들에게 빨리 보도하라고 이야기했다. 내일 아침에도 (기사가) 안 나오면 너네는 언론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발언의 취지를 보면 언론사들이 겁먹고 나 원내대표 의혹을 보도하지 않는 게 아니냐. 왜 조국 사태만큼 보도 안 하냐는 말이었다. 정말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박 위원은 “비교할 땐 대상이 같아야 한다. 법무장관 후보자와 야당 원내대표 비교 기준이 같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김 위원은 전 상임위원과 다른 입장을 냈다. 김 위원은 “나 원내대표 아들 입시 의혹을 두고 적잖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김용민씨 오프닝멘트 발언 취지는 언론의 선택적 정의를 문제 제기했다. 진영 문제가 아닌 언론사들의 조국 보도 행태를 문제 삼은 것 같다”며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허미숙 위원장은 “사전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발언 실수가 겹쳐졌다고 본다. 발언 내용 파급력 자체가 법정제재 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날 김용민씨는 KBS ‘김용민 라이브’ 하차 의사를 밝혔다. 김용민씨는 12일 오후 방송 클로징멘트에서 “많이 사랑해주신 애청자분들에게 면목이 없다. 그 성원과 애정은 제가 사유화할 것이 아닌데 상황이 그렇게 됐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방송을 그만두는 건 100% 아니 120% 자의에 의한 선택”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