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주제에 맞추려고 무리하게 인터뷰 내용을 선별적 편집해 보도한 MBN에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2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MBN ‘종합뉴스’가 방송심의 규정 ‘출처명시’ ‘객관성’ 두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심사 때 반영된다.

▲ MBN ‘종합뉴스’는 지난해 10월15일 “때아닌 문전성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 MBN ‘종합뉴스’는 지난해 10월15일 “때아닌 문전성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8월29일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과 연관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발생 사례가 국내에서도 확인되자, 해당 제품 이식환자 대상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증상이 없을 경우 예방적 차원의 보형물 제거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보형물 자체가 아닌 보형물 표면에 묻은 세균이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보형물 자체를 빼내는 건 예방적 의미가 없다는 것.

MBN ‘종합뉴스’(지난해 10월15일)는 “때아닌 문전성시”(이수아 기자)라는 리포트에서 미 엘러간사의 가슴 보형물 부작용을 우려한 환자들이 제거 수술을 원해 성형외과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K 성형외과 원장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에서 발언하는 내용을 인터뷰 자료화면으로 사용했다. 기자는 이 유튜브 영상을 두고 ‘보형물을 예방적으로 빼는 것이 좋다’는 성형외과 홍보 영상이라고 소개했다. K 성형외과 원장은 ‘1년 이상 된 환자에서 보형물과 피막, 할 수 있는 데까지만이라도 제거하는 이런 행위는 제가 봤을 때 의미가 있다고…’라고 언급한다.

▲ MBN ‘종합뉴스’는 지난해 10월15일 “때아닌 문전성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 MBN ‘종합뉴스’는 지난해 10월15일 “때아닌 문전성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이 인터뷰 영상은 왜곡됐다. MBN 리포트만 보면 K 성형외과 원장이 보형물을 예방적으로 빼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튜브채널에서 전체영상을 보면 이 발언을 하기 전 K 성형외과 원장은 예방적 제거가 의미가 없다고 훨씬 자세히 설명했다. 리포트에 나온 발언은 예외적으로 한 발언일 뿐.

K 성형외과 원장은 지난해 9월7일 자신의 유튜브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예방적 제거는 의미가 있느냐. 누차 말씀드렸지만, 보형물만 쏙 빼내는 건 의미가 없다.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은 T세포 림프종이라고 부르는데, 이 병은 T세포 림프종이다. 특징은 물리적 입자에 의해 촉발되는 게 아니다. 박테리아 같은 생물학적 항원과 관련돼 있다. 보형물은 물리적 입자로 돼 있는데, 암 자체는 표면에 묻은 세균과 관련 있다. 보형물만 쏙 빼는 건 의미가 없다. 많은 학자가 그렇게 생각한다. 예방적 제거를 꼭 하고 싶다면 보형물과 그것을 둘러싼 표피막을 함께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끝으로 기자는 식약처는 예방적 제거가 불필요하다고 했는데, K 성형외과 원장은 식약처와 대치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기자는 리포트에서 ‘예방적 제거 수술을 권하지 않는 식약처 입장과 대치된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보형물 제거 비용만 200만원에서 400만원, 새로운 보형물로 교체를 원하면 수술비용은 최대 900만원까지 치솟습니다. 환자들은 불안감과 경제적 부담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 MBN ‘종합뉴스’는 지난해 10월15일 “때아닌 문전성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 MBN ‘종합뉴스’는 지난해 10월15일 “때아닌 문전성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자 K 성형외과 원장은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원장은 자신의 영상자료를 허가 없이 무단 도용하고, 가슴 성형 관련 정보제공 목적의 강의 영상을 홍보 목적 영상이라고 소개한 점이 문제라 주장했다. 또 관련 발언의 일부만 편집해 ‘예방적 의미가 없다’는 자신의 취지를 왜곡했다고도 지적했다.

심의위원 모두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심의위원 3인(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경고’를 정부·여당 추천 김재영 위원은 ‘주의’ 의견을 내놨다.

허미숙 위원장은 “식약처는 제거가 필요 없다고 발표했다. 원장도 그런 취지로 말했다. 예방적 제거에 대해서는 부수적으로 한 줄 붙여 말한 건데 왜 이렇게 방송했냐”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은 “유튜브 채널 출처 표시했나”라고 묻자,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박대일 MBN 사회2부장은 “(출처표시)안 했다. 성형외과 원장을 직접 취재하지도 않았다. 이 분 발언의 전체적 맥락을 직접 취재했다면 이런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실책”이라고 해명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악마의 편집이다. 자기가 필요한 문장 딱 한 개만 발췌했다. 의사들은 어떤 사안을 두고 절대 단정하지 않는다. 수술 경과가 좋다고 말하지만, 항상 단서를 붙인다”며 “유튜브 영상 전반을 보면 예방적 제거를 딱 한 줄 말한다. 예외를 말한 것뿐”이라고 했다.

허미숙 위원장은 “보도 방향을 정해놓고 보도 결론에 맞는 자료를 찾고 수집하고 기자가 쓰려고 하는 방향에 맞춰 사실관계를 편집한 전형적인 기획 보도로 보여진다”고 말했고, 전광삼 상임위원은 “자기 마음대로 팩트를 취사 선택했다”고 지적했고, 박상수 위원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왜곡된 방송”이라며 ‘경고’를 주장했다.

‘주의’를 주장한 김재영 위원은 “객관성 위반에 해당하는 방송이다. 공익적 가치가 있다면 어느 정도 인정해줄 수 있지만, 그런 면도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다룬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다룬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한편 심의위원들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2018년 7월21일) 편이 방송심의규정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금지’ ‘재연·연출’ 조항 등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해당 편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와 성남시의 조폭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이 나간 직후 이재명 지사 변호인과 지지자들이 해당 편을 두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 지사는 SBS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도 걸었다. 방통심의위는 2018년 10월18일 이 안건을 두고 심의했는데, 이재명 지사의 소 제기로 ‘의결 보류’했었다.

하지만 이 지사는 2019년 3월12일 소송을 모두 취하했고, 방통심의위는 해당 안건을 다시 심의했다.

심의위원 3인(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김재영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행정지도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심사 때 반영되지 않는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언론이 이런 의혹제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 사실일 수는 없다. 다만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하던 수사를 성남경찰서가 하는 것처럼 엄한 데 찾아가서 묻는 장면은 무제”라고 주장했다. 김재영 위원은 “재연이라고 알리지 않고 재연 방송한 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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