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아동인 아이가 부쩍 온갖 종류의 낱말 뜻을 자주 물어본다. 아직 사회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누긴 어렵지만 아이 눈높이에서 이 세상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자주 고민한다. 요즘 설명하기 난감한 단어가 하나 생겼다. 바로 ‘위성정당’이다. 이 단어를 설명하는 가상 대화를 구성해봤다. 

“아빠, 위성정당이 뭐야?”

“위성정당? 오랜만에 듣네.”

“무슨 뜻인데? 지구를 도는 달, 그 위성 맞아?”

“응. 그 위성 맞아.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이 있어 달이 우주로 날아가지 않는 것처럼 위성정당도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그런 정당이야.”

▲ 지구와 달. 사진=gettyimagesbank
▲ 지구와 달. 사진=gettyimagesbank

“어려운 설명이네. 그럼 어떻게 존재하는 정당인데?”

“지구처럼 누군가 잡아 당겨줘야 존재하는 정당?”

“아빠, 제대로 설명해줘야지. 네이버 사전을 보니까, ‘일당제 국가에서 다당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하여 존재하는 명목상의 정당’이라고 써 있는데, 이전에 이 단어가 사용된 글을 보면 그런 뜻으로 쓰이고 있진 않단 말이야.”

“위성정당이란 말이 자주 쓰이기 시작한 시기가 2020년 초였어. 그때가 연동별 비례대표제란 선거제도가 도입된 직후였거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어렵다. 그게 무슨 뜻이야?”

“사실 어려운 뜻은 아니야. 너희 학교에 학생이 몇 명이라고 했지?”

“한 반에 30명 정도씩 10반이 있으니 300명 정도 있어.”

“그럼 너희 학교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대표를 학생들 중에 15명을 뽑는다고 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한 반에 한명씩 뽑으면 10명이고, 다른 다섯 명은 어떻게 채우면 좋을까.”

“사실 같은 반 친구라고 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 반에서 뽑은 대표가 내 생각을 대변해 주지 않을 수도 있어. 그리고 300명인 학교에선 서로가 누군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5000만명이 넘게 사는 우리나라에선 국민들이 선거에 나온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기도 해. 그래서 정당이 중요하지.”

“그 정돈 나도 알아. 국회의원 수가 많으면 기호 1번이 되는 거잖아.”

“그럼 학교에 운동회당이랑 소풍당, 시험당이란 정당이 있는데, 1층에 있는 5개 반의 150명 친구들 중에 70명만 소풍당을 찍었어. 절반도 안 되잖아. 그런데 그 5개 반의 대표가 모두 소풍당에서 나왔다면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

“당이 여러 개 있으니깐, 표가 분산돼서 그런 거지. 소풍당은 46% 지지율로 1층 5개 반을 모두 석권한 셈인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어. 다른 당들이 받은 표는 아무 의미가 없게 된 거지. 그걸 선거에서 사표라고 해. 죽은 표라는 의미지.”

“아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설명하고 있었잖아.”

▲ 국회 본회의장. 사진=노컷뉴스
▲ 국회 본회의장. 사진=노컷뉴스

“응. 다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갈게. 기존 선거가 지역에서 한 사람의 국회의원만 당선되다보니 거대 정당에 유리한데다 죽은 표까지 발생하는 그런 문제가 많이 생긴 거야. 이걸 어려운 말로는 ‘비례성이 훼손됐다’고 하는데 한국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문제기도 했어. 그래서 2015년에 선거를 주관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기도 했지. 비례대표가 무엇인지 알지?”

“정당을 찍는 그 두 번째 투표용지로 뽑는 거잖아.”

“응. 2020년에 이전과 마찬가지로 300명 국회의원 중에 47명을 비례대표로 뽑기로 했는데 그 중에 30명을 정당이 득표한 비율과 최대한 비슷한 당선자를 보장하자고 한 거야. 좀 미진하긴 해도 정당이 받은 표 하나하나가 최대한 반영되는 제도를 만든 거지. 그런데 이 제도에 허점이 있었어. 이 제도는 정당 득표율만큼 국회의원 숫자를 보장하는 대신에 지역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많을수록 비례대표 숫자가 줄어들거든. 그래서 한 정당에서 떨어져 나온 정당이 지역에선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만 출마시킨 거야. 지지자들에게 지역에선 A당을 뽑고, 정당 투표에선 A당에서 떨어져 나온 B당을 뽑으라고 하는 거지. 그러고 나서 선거 끝나고서 두 당을 합쳐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려는 거야. 여기서 B당을 위성정당이라고 불렀어.”

“어른들이 하는 일은 참 이상하다. 학교에서 만일 그런 행동을 하는 친구가 있다면 ‘꼼수’ 쓴다고 무시 당했을 거야.”

아이와 나눈 가상 대화에서 나온 ‘꼼수’란 본래 바둑 용어다. 상대가 하수일 때만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얕은 속임수가 꼼수다. 고수에겐 꼼수를 썼다간 오히려 크게 당한다. 위성정당 시도가 이득일지 손해일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들이 국민을 하수로 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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