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LG헬로비전 고객센터 간접고용 노동자 김도빈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압박을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LG헬로비전 측은 “설치기사의 급여체계는 이전과 변동이 없고 인센티브는 추가 소득 기회가 되고 있다”며 “산업안전환경 개선과 산재예방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LG헬로비전지부)는 12일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사옥 앞에서 ‘원청 LG유플러스 규탄, LG헬로비전 산재문제 해결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LG헬로비전지부는 “더 이상의 명복은 없어야 한다”는 회견문에서 “LG헬로비전의 이윤을 위해 LG헬로비전이 요구하는 지표를 맞추다 노동자가 죽었다”며 “노동자가 죽은 지 한 달이 넘도록 LG그룹은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은커녕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LG헬로비전 설치‧철거 기사들은 대다수가 개인사업자로 일하다 올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시에 따라 센터와 근로계약을 맺게 됐다. 원하청 구조는 여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 LG헬로비전 설치‧철거 기사들은 대다수가 개인사업자로 일하다 올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시에 따라 센터와 근로계약을 맺게 됐다. 원하청 구조는 여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LG그룹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방송·통신부문 고객센터를 외주화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해왔다”며 “CJ헬로를 인수해놓고 이름만 바꾼 외주업체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외주업체 실적을 저울질하며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죽음의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LG헬로비전지부는 LG헬로비전 측에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에 책임을 다하고, 실적 압박을 중단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LG유플러스 측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업무환경을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LG헬로비전 측은 이날 미디어오늘에 “LG헬로비전은 안타까운 상황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협력사와 함께 유족 지원을 긴밀히 논의·협력하고 있다”며 “협력사의 산업안전관련 실태(안전장구, 안전보건교육 등)를 점검하고 산업안전환경 개선과 산재예방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관련해 협력사 대표 및 노조와 근로자 개선의견도 함께 청취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LG헬로비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자들은 설치·A/S 등 업무 1건을 이동시간 포함해 30~40분 안에 끝내야 했고, 악천후에도 전봇대 등에 올라가 작업(승주작업)을 해야 했다.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휴식 시간과 공간조차 거의 없는 상태로 과반 이상이 하루 8시간 이상 노동했다. 

LG헬로비전지부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 이후에도 영업과 실적압박이 심화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나 CJ헬로비전을 인수한 이후 도급 수수료를 실적 중심의 수수료 체계로 변화한 것이다. 원청은 수수료 삭감이 아니로 실적으로 기준으로 인센티브 기준을 강화했다는 입장인데 현장에선 인센티브 기준을 강화한 것이 노동강도 강화와 영업압박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에 LG헬로비전 측은 “협력사의 영업활동은 대부분 영업전문인력을 통해 진행되며 인센티브 제도 또한 영업 성과에 대해 지급한다”며 “설치기사 급여체계는 이전과 변동이 없고 설치기사 영업 인센티브는 추가 소득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댁내 방문기회가 많은 설치기사 특성상 자연스러운 영업접점의 기회를 활용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 사진2는 강화된 인센티브 기준. 노동강도가 올라가고 영업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사진3은 원청 지표에 따른 개인 실적표를 일 단위로 공유하는 내용.
▲ 사진2는 강화된 인센티브 기준. 노동강도가 올라가 영업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사진3은 원청 지표에 따른 개인 실적표를 일 단위로 공유하는 내용.

 

BK시스템즈의 경우 현장기사들에게 현장기사들 업무가 아닌 승주작업(전신주에 오르는 작업)을 하루 7~8건 강요했다고 전했다. LG헬로비전지부는 “고소차량(스카이차량, 승주작업을 돕는 차량) 없이 맨 몸으로 업무를 하게 한다”며 “필터 제거를 위한 공구도 개인이 별도로 구매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LG헬로비전 측은 “협력사의 산업안전관련 실태를 조사하고 승주작업을 포함해 산재 예방 및 개선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는 18일부터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한 인터넷 개통업무(LG유플러스로 가입자 전환)를 지시했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LG헬로비전지부는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간 편성시간(업무 할당 시간), 시스템, 작업환경 등 차이가 있지만 LG헬로비전지부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각각 교섭 중인데 사전 논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LG유플러스 홈서비스 입장에선 개통물량 하락에 따라 노동조건 저하가 우려되고, LG헬로비전 입장에선 실적압박이 늘어 노동강도가 올라가고 노동자들이 실적급 임금체계에 더 포섭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며 “LG헬로비전은 타사 인터넷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 LG헬로비전 설치기사 “40분내 1건 처리, 이동이 휴식?”]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