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의 수상소감 다른 시각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탔을 때 수상소감을 밝힌 이미경 CJ 부회장. 논란이 일었다. ‘배우와 감독을 제치고 자기가 뭔데?’ ‘재벌의 수상소감은 기생충의 현실판’ ‘꼭 마이크를 잡아야 했느냐’ 등 부정적 반응이 적지 않았다. 

반면 아카데미 수상에서 이 부회장의 조력 역할을 높게 평가하며 문제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프로듀서(CP)다. 쉽게 말하면 투자자 역할이다. 

12일자 조간에서도 엇갈린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서정민 한겨레 기자는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 탄압을 받으면서까지 봉 감독 영화에 지속해서 투자·지원을 했고, 오스카 수상을 위해 1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여도는 인정하지만 주인공처럼 전면에 나서는 건 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 이미경 CJ 부회장을 조명한 내일신문 11일자 기사.
▲ 이미경 CJ 부회장을 조명한 내일신문 11일자 기사.

한겨레 보도에서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이 부회장 수상소감에 “CJ로 대표되는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한국 영화산업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로 인해 대작 상업영화 중심으로 영화계가 천편일률화되면서 그 부작용으로 ‘포스트 봉준호’가 될 재능 있는 신인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 됐다. 이런 공과를 모두 보여준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가 “이미경 CJ 부회장이 왜 거기서 수상 소감을?”이라는 제목으로 이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면 동아일보는 “‘기생충 영광’ 뒤엔 뚝심투자 CJ남매”라는 제목으로 CJ의 후원자 역할을 치켜세웠다. 

동아일보는 “이 부회장과 동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5년간 영화 투자와 제작, 극장, 콘텐츠 투자, 방송 등 문화 콘텐츠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할 밑그림을 그렸다. 봉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함께 하며 인연을 이어나갔다”고 했다. 

이어 “유일하게 미국 대형 제작사의 작품이 아니었던 기생충의 오스카 캠페인은 봉 감독은 물론 CJ에도 모험이었다. 아카데미 상 후보 선정과 수상은 관객의 반응뿐 아니라 투표권을 가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 부회장의 지원 아래 CJ ENM은 영화사업본부 해외배급팀을 중심으로 전체 캠페인을 총괄하고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현지 프로모션과 파티, 홍보 등을 통해 ‘기생충 캠페인’을 펼쳐나갔다”고 전했다. 

▲ 한겨레 12일자 2면.
▲ 한겨레 12일자 2면.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대모로 떠오른 이미경 부회장은 작품상 수상 소감에서 이재현 회장의 기여를 두 차례나 언급했다. CJ는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왔다. 관련 상장사도 두 개나 된다”며 “사실 엔터테인먼트는 한국에서 큰돈을 벌기 어려운 사업이다. 시장이 작고 언어도 한국어여서 확장성이 없다. 그럼에도 CJ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수많은 화제작을 배출했다. 이번에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독점 중계한 TV조선 시청률은 6.1%(닐슨코리아·수도권·유료가구)였다. 조선일보는 “분당 최고 시청률은 작품상이 발표되고, CJ 이미경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면에서 11.6%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또 ‘법조국회’?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20명을 ‘인재’로 영입했다. 20명 가운데 6명. 30%가 법조인이었다. 20대 인사는 없었다. 유일한 20대였던 원종건씨는 데이트 폭력 논란으로 사퇴했다. 조간들은 보수·진보할 것 없이 ‘편중 인사’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전체 영입인사 중 약 30%가 법조인이었다. 사법개혁 취지에 집중한 결과이지만 법조인 편중 영입이란 지적도 제기된다”며 “특히 이날(11일) 영입된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비롯해 이수진 전 부장판사나 이탄희 전 판사 등 사법농단에 저항한 판사가 3명이나 영입됐다. 사법의 정치화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12일자 5면.
▲ 경향신문 12일자 5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민주당의 영입 인사 중에는 사법개혁을 위해 애쓴 3명의 전직 판사가 포함됐다. 이 중 이탄희 전 판사는 오래전에 사법부를 떠났으니 그렇다 해도, 나머지 두 사람은 사실상 법원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한 경우”라며 “내부 개혁의 한계를 절감하고 밖에서 ‘사법개혁’을 추동하겠다는 진정성을 이해하더라도, 판사의 정치권 직행은 ‘사법의 정치화’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승현 중앙일보 정치에디터는 이수진·이탄희·최기상 전 판사를 콕 집어 “‘판사도 정치적 동물’(이수진 전 부장판사)이라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변신은 후진적 민주주의 시스템의 한 단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 헌법의 핵심 원리인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정권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의석의 15~20%를 법조인이 차지하는 ‘법조 국회’가 3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우리의 법치 수준은 어떻게 됐나? 법치 실현의 ‘소금’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치를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정치 이슈를 사법 과정으로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고 꼬집었다. 

4·15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의 전직 판사 3명에 이목이 쏠린다. 

▲ 중앙일보 12일자 10면.
▲ 중앙일보 12일자 10면.

추 “수사와 기소 검사 분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가 밝힌 추진 사유는 “검찰이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고위공직자 13명이 재판에 넘겨진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공소장 비공개 방침도 재차 강조했다. 

언론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막강한 검찰 권한 견제와 인권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지만 최근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법무부의 개선안은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주장해 온 것으로 갑자기 돌출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울산시장 의혹 사건 공소장 공개 거부 등을 놓고 논란이 격화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오해의 소지가 없지 않다. 향후 정권과 관련된 검찰 수사에 대비해 기소를 제약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비칠 여지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12일자 1면.
▲ 조선일보 12일자 1면.

세계일보은 사설에서 “수사검사가 기소에서 배제되고 별도 부서가 자료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정확성과 신속성이 떨어질 게 뻔하다. 중립성과 객관성을 명분 삼아 검찰을 내부통제 대상으로 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추 장관 말대로라면 앞으로 선거 공작 수사팀이 내린 결론을 기소팀이 뒤집을 수도 있게 된다”며 “수사 검사들을 인사 학살하고,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더니, 이제는 수사 검사들이 기소와 재판에 관여할 수 없게 만들려고 한다.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 하수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소장 비공개 방침 고수에 비판이 컸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고위공직자 등 유력 인사가 연루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법에 근거해 예외 없이 공개해 오던 것을 법무부 훈령을 내세워 중단한 것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현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내로남불식 검찰개혁은 진의를 왜곡하고, 곧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존재와 지위도 위태롭게 한다.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정치적 논란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겨레는 “검찰 공소장은 그야말로 검찰이 수사한 ‘반쪽의 진실’인데, 언론이 이를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보도해왔던 그간의 관행도 문제가 많다. 최근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검찰 수사를 ‘확정된 사실’처럼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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