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대표이사 백승권)이 ㈜헤럴드(대표이사 권충원) 예금으로 계열사인 ㈜에스엠개발산업(대표자 배강진)에 담보 제공했다.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중흥건설은 지난달 14일 우리은행에서 헤럴드 예금 45억원을 담보로 계열사인 에스엠개발산업에 42억5000만원 담보 제공했다. 중흥건설 계열사 담보 제공은 헤럴드 이사회의 의결로 진행됐다.

▲헤럴드 로고.
▲헤럴드 로고.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특수관계인에 대한 담보제공 정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특수관계인에 대한 담보제공 정보.

2주 뒤인 지난달 28일 헤럴드 예금담보를 받은 에스엠개발산업은 에스지해운 등에서 약 43억원짜리 선박을 구매했다. 이 회사는 2017년 12월12일에 설립된 단독 주택 건설사다.

헤럴드 소속 직원들은 지난 5일 우연히 다트를 보던 중 중흥건설이 헤럴드 예금으로 계열사인 에스엠개발산업에 담보 제공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전국언론노조 헤럴드지부(헤럴드지부·지부장 이재원)와 헤럴드 통합 노동조합(통합노조·위원장 박도제 기자)은 권충원 ㈜헤럴드 대표이사에게 이 소식을 놓고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권충원 대표는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고 말했다.

▲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에스엠개발산업 정정신고 사항.
▲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에스엠개발산업 정정신고 사항.

헤럴드 이사회는 총 10인으로 구성됐다. 중흥건설이 지난해 5월 헤럴드를 인수한 이후인 7월29일 5명이 중흥건설과 남도일보 관계자들로 변경됐다. 정용식 헤럴드 상무이사(전 남도일보 상무), 전병호 남도일보 부회장, 문영민 중흥건설 상무이사, 신경식 중흥건설 전무이사, 임현철 중흥건설 상무이사 등이다. 중흥건설은 2017년 남도일보를 인수했다.

한국기자협회 헤럴드지회(지회장 이태형 기자)도 지난 6일 긴급 대의원 회의를 열었다. 헤럴드지회는 기자총회를 열기로 했다. 지회는 지난 10일 기자총회를 열고 중흥건설 계열사 담보지급 안건 등을 논의했다. 총회에는 김형곤 편집국장도 참석했다.

대표이사가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자, 헤럴드지부와 통합노조는 지난 10일 첫 공동노보를 냈다. 헤럴드지부와 통합노조는 공동노보에서 “언론 투자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리더십 바꿔야”라는 제목으로 “최근 헤럴드가 중흥 계열사에게 45억원의 예금담보를 제공했다. 배로 모래를 들여오는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언론 역할 강화를 위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기자’가 아닌 ‘모래’를 들여오는 사업에 대한 투자는 아쉬움을 넘어 절망감까지 들게 한다”고 했다.

중흥건설의 계열사 지원 불법 여부를 떠나 헤럴드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더디면서 헤럴드 예금으로 계열사 담보를 제공한 사실이 문제 제기되는 것.

공동노보는 “언론 사업에 대한 투자가 너무도 목말랐기에 직전 대주주의 지분 매각이 반가웠고, 새 대주주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컸다”고 쓴 뒤 “그렇게 8개월이 흘렀다. 지난해 말까지 내놓겠다던 ‘미래투자 비전’ 역시 제시되지 않았다”고 썼다. 끝으로 중흥에 진취적으로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요구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에 위치한 중흥건설 사옥. 사진=노컷뉴스.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에 위치한 중흥건설 사옥. 사진=노컷뉴스.

중흥건설은 왜 헤럴드 예금으로 계열사에 담보 제공했을까. 재계 순위 37위인 중흥그룹의 공정자산은 9조5000억원이다. 공정자산은 대기업집단의 일반 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인 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는데, 중흥건설이 직접 담보 제공해 선박을 사면 자산으로 잡히니 이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내부에서 문제 제기되자, 헤럴드 기획조정실은 지난 6일 직원들에게 ‘SNS 활용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전체 메일로 배포했다. 헤럴드는 이 사태를 두고 직원들에게 아직 정확한 설명이나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헤럴드는 지난달 기자들에게 회사 내부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 헤럴드경제지회(지회장 이태형 기자)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 기자총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권충원 대표이사와 김형곤 편집국장을 비롯해 69명 기자협회원이 참석했다. 편집국장은 ‘내부 문서를 비롯해 회사 내부사정을 유출하지 말라’고 공개 발언했다.

헤럴드 기획조정실은 “말 한마디, 글 한 구절의 무게는 매우 무겁다. 도를 넘은 조롱이나 무분별한 비판이 개인이나 조직,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개인의 의사 표현은 어떤 형태로든 보장돼야 한다. 다만 비평과 비판은 건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획조정실은 “최근 개인의 소셜미디어 공간은 때론 공적 영역으로 인식된다. 임직원 한 명 한 명은 회사를 대표하며 개개인의 품의는 회사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SNS 활용 가이드라인에서 ‘기자의 바이라인은 트위터에 글을 쓰는 자신의 이름과 동일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명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이드라인은 국내외 주요 매체와 대기업 사례를 참고해 2015년에 만들어졌다. 편집국 직원들 대상으로는 △헤럴드 기자는 SNS에서도 기자로 인식된다 △욕설이나 정치적 편향, 인종차별, 성차별, 종교적 편견 등으로 해석될 메시지는 신문 기사와 똑같이 인식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등 모두 8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는 △회사와 관련된 내부 기밀 정보, 회사 관련 사건, 정보, 루머 등은 언급하지 않아야 하고 △고객과 경쟁사, 동료 등에 대한 비방과 회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SNS 사용자와 논쟁하거나 대립적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등 7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11일 오후 중흥건설에 헤럴드 예금으로 계열사 담보 지원 사실을 물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계열사 간 보증은 중흥건설 측 경영상 판단”이라고 답했다.

헤럴드경제 관계자는 “경영상의 판단인 것 같다. 다른 대기업도 보면 이런 일이 있다. 계열사 간 부당 제공이 아니다. 경영 활동의 하나다. 편집국 기자나 직원들 문제의식은 충분히 안다. 불법이냐 합법이냐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대주주가 와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는 것을 두고 실망한 것 같다. 하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대주주가 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권충원 헤럴드 대표이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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