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 40일 만의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공소장 비공개 논란에 “사실상 간과돼왔던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공판중심주의, 공소장 일본주의가 실질적으로 지켜지도록,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추 장관은 이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전문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것에 “법무부가 무죄 추정원칙,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일부 공소사실만) 합리적 공개를 했다”며 “공개를 안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당히 왜곡 아니겠냐”고 말했다. 추 장관은 “그동안 공소장이 공개됨으로써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검찰과 언론에 의해 유죄추정의 원칙이 더 지배하는 경우가 있어왔다”며 검찰과 언론을 겨냥했다.

이어 추 장관은 “국민의 알 권리와 형사사법에 있어 준수해야 할 대원칙이 상호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밝히면서 “공인이든 아니든 법 앞에 모두 평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일의 경우 당사자가 억울해 직접 공소장을 공개하는 경우도 처벌을 받는다”며 공소장 공개가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장관은 이날 검찰의 기소 이후 공개재판 시작 전 국회가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공소장이 공개되는 관행을 “나쁜 관행”이라고 언급하며 “재판 개시 뒤엔 (국회에)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고 주요사건은 형사사건 공개심의위 의결 절차를 거쳐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추 장관은 “형사 사법절차에서 국민의 기본권과 절차적 정의가 갖춰지지 않으면 실체적 진실이 보장될 수 없다”고 했다.

추 장관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는 법령 개정 이전이라도 지방 검찰청 단위에서 시범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기소 뒤 무죄율이 일본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검사는 조직의 권력 의지를 실현하는 기관이 아니다. 법을 수호하고 실현하는 기관”이라며 “검찰이 가져야 할 자세를 숙지시키고 조직문화를 잡아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추 장관은 “익숙하고 편한 관행일지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불편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면 작은 문제라도 과감히 고쳐나가는 것이 바로 개혁의 시작”이라며 거듭 ‘개혁’을 강조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가짜뉴스와 관련한 수사기관의 영장 신청 시도에 대한 우려의 질문에는 “엄단을 지시했다”, “좀 더 촘촘히 사회의 법치가 지켜지도록 신경쓰겠다”며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놨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일 법조출입기자단 간사 4명에게 추 장관과 함께하는 오찬을 제안했지만 기자단이 이를 거절했다. 최근에는 법무부의 공소장 원문 국회 제출 거부를 놓고 법조 출입기자들과 법무부 담당자들이 단톡방에서 신경전을 벌인 걸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런 배경 속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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