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7일 노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 받았다.

김 전 사장은 MB정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을 전달받고 김여진·김미화씨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 방송 출연을 막은 혐의(직권남용죄를 규정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2011년 MBC PD수첩 PD들을 제작에 관여할 수 없는 부서로 인사 조치하는 등 방송 제작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김 전 사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는 김 전 사장 혐의 가운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이 방송사 경영진과 결탁해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부당 인사 조치나 방송 진행자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국정원의 직무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왼쪽)과 김재철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왼쪽)과 김재철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다만 김 전 사장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을 취재·제작 현장에서 배제하고 인사 평가를 통해 노조 탈퇴를 유도한 점 등 노조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10일 “공정방송을 지키려던 MBC 노조원들을 현장에서 부당하게 배제하고 인사 평가를 무기로 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등 노조 운영에 개입한 혐의가 명백히 인정됐다”며 “김재철은 노조원 9명을 부당 해고한 것도 모자라 80여 명을 ‘묻지마 징계’하고 70여 명을 부당 전보했다. 이런 노조 파괴 행위는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이진숙 등 후임 경영진에게 고스란히 답습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 무죄에 “일반 상식으로 납득하기 힘든 법리 적용”이라며 “국정원장이 권한도 없는 방송 장악을 공작하고 실행했다면 더 심각한 위법 상황 아닌가.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방송독립이라는 법률적 토대를 무너뜨린 엄중한 행위를 단죄하지 못하면 촛불 시민이 마련한 언론개혁은 완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 김재철은 물론 그에 부화뇌동하던 적폐 부역자들까지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헛되고 불순한 꿈을 꾸고 있다”고 지적한 뒤 “MBC를 망쳤던 자들이 이제 정치를 망치고 민주주의를 망치려 하고 있다. 김재철 입으로 온갖 궤변을 일삼았던 이진숙을 비롯해 하나같이 공영방송 MBC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노조 공정방송 투쟁을 폄훼하면서 사리사욕을 챙겼던 이름들이다. 적폐 정권, 적폐 정당에나 어울릴 이름들”이라고 비판했다. 

PD수첩을 진행하고 있는 한학수 MBC PD는 11일 페이스북에 “저는 이분(김재철) 덕에 제작일선에서 배제돼 유배 생활을 몇 년 해야 했고, 해고된 동료들을 보며 울어야 했다. 부당하게 징계 받은 동료들과 몇 년 동안 길거리에서 싸워야 했다. 공영방송을 무너뜨리긴 쉬웠겠지만 그것을 복원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지금은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1심 선고 후 취재진에게 “나는 적폐 정권의 희생자”라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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