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방송사 정규직 노조들은 비정규직과 연대해 사측과 투쟁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직들은 열심히 일하다 세상을 떠나고 있다. 노동자의 죽음 등 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정규직 노조들은 각종 성명으로 개혁을 외치지만 정작 언론보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CJB청주방송에서 일하던 이재학 PD가 사망한 이후 해당 지역 언론에선 이 소식을 어떻게 다뤘을까. 

미디어오늘이 이 PD가 사망한 다음날인 지난 5일부터 11일 오후 5시 현재까지 충청지역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이 PD 사망 이유, 청주방송 비판 내용 등을 제대로 보도한 곳은 거의 없었다. 

KBS청주는 해당 기간 동안 이 PD 사망 관련 소식을 한 건도 리포트하지 않았다. 책임방송사인 청주방송 역시 관련 소식을 한 건도 전하지 않았다. CCS충북방송 홈페이지에서도 역시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청주방송과 민영방송 네트워크사인 SBS에서도 관련 리포트를 찾지 못했다. 

MBC충북은 5일 경찰발로 방송사와 PD 이름을 가린 채 사망 소식만 짧게 전했고 다음날인 6일 노동단체가 방송사를 비판하자 역시 익명처리해 짧게 전했다. CJB청주방송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MBC 충북은 이를 전하며 청주방송이란 방송사 이름을 처음 공개했다.

▲ MBC충북 5일자 보도 화면 갈무리. MBC충북은 이재학 PD 사망 소식을 앵커가 짧게 전했다.
▲ MBC충북 5일자 보도 화면 갈무리. MBC충북은 이재학 PD 사망 소식을 앵커가 짧게 전했다.

지역신문들도 사건의 맥락을 충분히 전달하는 보도를 하진 않았다. 

연합뉴스가 지난 5일 경찰발로 이 PD 사망소식을 짧게 전하자 충청지역 일부 신문도 이를 짧게 전했다. 동양일보는 7일 ‘청주 프리랜서 PD 죽음에 “사회적 타살” 비판’이란 기사에서 언론·노동단체의 비판을 전했고, 충청신문과 충북일보 등도 7일 지역시민노동단체, 정의당 등이 방송사를 내자 인용해 보도했다. 

▲ 6일자 충청일보 기사. 관련자들을 익명처리해 이재학 PD 사망 소식을 짧게 전했다.
▲ 6일자 충청일보 기사. 충청지역 대다수 언론이 관련자들을 익명처리해 이재학 PD 사망 소식을 짧게 전했다.

청주방송 사측이 9일 “철저하게 진상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자 일부 매체들이 이를 보도했는데 동양일보 보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매체들은 이때도 청주방송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청주방송에서 14년을 일한 언론인의 억울한 죽음으로 언론시민단체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청주방송 비판이 나오는 분위기를 볼 때 청주지역 언론에선 사실상 외면하는 분위기다. 이 PD의 동생 이대로씨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두진건설 회장이자 CJB 공동대표인 이두영 회장 때문인지 지역언론에서 너무 조용해 (문제제기를 위해) 충북지역 노조도 만났다”며 “다른 민영방송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안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인터넷신문인 충북인뉴스는 달랐다. 충북인뉴스는 6일 “CJB청주방송 노조, 사측에 PD 죽음 사과와 재발방지 촉구”, 9일 “연이은 죽음의 행렬! 청주방송과 노조에게 묻습니다” 등의 기사로 이 PD 죽음 뿐 아니라 2012년 청주방송 프리랜서로 과로사 한 청년 노동자 고 이윤재씨 죽음을 언급하며 청주방송과 당시 끝까지 연대하지 않았던 청주방송 노조를 비판해 확실한 논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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