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와 10일 MBC ‘스트레이트’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통으로 꼽은 기사 중 하나가 1월28일자 중앙일보 기사다. 확정되지 않은 격리지역 장소를 미리 보도하며 행정에 혼란을 줬고, 천안↔아산·진천 간 지역갈등을 유발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일보는 이날 오전 11시경 “[단독] 전세기 철수 우한 교민, 2주간 천안 2곳에 격리한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격리 지역으로 천안에 위치한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30분 경 이뤄진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답변이 나왔고, 중앙일보는 다음날인 1월29일 “[단독] 천안 반발에…우한 전세기 교민, 아산·진천에 격리수용”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를 두고 ‘저널리즘토크쇼J’는 9일자 방송에서 중앙일보 기사를 가리켜 “공식 발표가 아니었다. 수용 인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검토 중이었다고 했는데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중앙일보는 이날 천안주민이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얼마나 반발하고 있는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비판했다. ‘스트레이트’는 중앙일보 기사가 재난보도준칙 11조 ‘재난 상황에서 중요정보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 당국 등의 공식 발표에 따라야 한다’ 조항과 13조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조항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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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8일자 중앙일보 단독 보도.

그러나 논란이 불거진 두 번의 단독 기사를 쓴 김기환 중앙일보 기자는 “(천안으로) 결정됐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썼다. 기사를 쓴 다음에 정부가 (장소를) 번복했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 것”이라며 일련의 비판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부가 주민과 협의 없이 천안에 위치한 두 곳에 선정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28일 오전 출고된) 기사에서 정확하게 두 군데를 지목했다. 분명히 확인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후 해당 기사와 관련해 정부측에서 정정 보도를 요청한 사실도 없었다. 김 기자는 자신의 기사를 두고 “주민들과 조금 더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당겨준 것이다. 시설이 빨리 밝혀져 대중에게 검증받아야 정부도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나는 지역갈등을 원했던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정부는 천안으로 교민을 분산 수용키로 하고 28일 오후 4시 이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지만 지역 반발이 거세자 30분 만에 ‘민감한 사항이라 격리 장소를 밝힐 수 없다’고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디어오늘 확인결과 외교부는 이날 오후 4시경 ‘외교부 2차관 보도 발표문’이란 이름의 보도자료를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사전배포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실제 발언 종료시까지 보도 유예’라는 대목과 함께 “임시 생활 보호 시설은 충남 천안에 위치한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이 지정되었으며”라고 적혀있었다. 기자들로서는 격리 장소가 천안으로 확정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보도유예를 공지했기 때문에 정부 발표가 확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이와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이슈를 보도 중인 한 방송사 기자는 “중앙일보 기자가 과도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보도가 문제라면 수년 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당시 성주가 유력장소라고 보도한 것도 잘못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겨레는 2016년 7월12일 “[단독] 경북 성주, 사드배치 유력후보로 급부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주한미군이 들여올 사드 체계의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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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지난 9일자 방송 화면 갈무리. 

김기환 기자는 “정부 부처는 대체로 출입처 기자들에게 미리 보도자료를 배포한다”고 설명한 뒤 “왜 장소가 (아산·진천으로) 번복됐는지 설명하는 취재원과 통화 녹취록도 있다. 보도 당시 충분히 천안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마저 공식 확인해준 사실이었고 경향·한겨레 등 다른 신문사도 다 따라 썼지만 오후 4시30분 브리핑에서 말이 바뀌었다. 이후 5~6시에 걸쳐 이뤄진 정부 측과 천안주민 간 면담 이후 결정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첫 보도 이후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천안시의원 예비후보들이 반대 성명을 낸 것을 비롯해 격리수용 반대 플래카드가 걸리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반발의 신호들이 있었다”며 천안 시민들의 반발을 다뤘던 자신의 당일 기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갈등을 일으킨 것은 내 기사가 아니라 정부의 원칙 없는 번복”이라고 반박했다. 김 기자는 “이번에 우한 귀국 교민이 경기도 이천에 가면서 정부가 사전 주민 협의를 강조했다. 앞으로는 주민과 협의하고, 느닷없이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보도의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정부가 느닷없이 (격리 장소를) 결정한 건 문제지만, 동요할 필요는 없다고 기사에서 강조했다”고 전하며 자신의 기사가 중국인 혐오를 유발한 헤럴드경제의 대림동 르포기사나 조선일보 ‘우한 탈출기’와 엮여서 비판을 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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