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기생충’ 4관왕

92년 만에 처음으로 비영어권 나라에서 한국 영화가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휩쓸었다. 11일자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1면과 여러 면을 이용해 이 영광을 기사에 담았다.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1면.

경향신문 : “기생충”…불릴 때마다 세계영화사 다시 썼다
국민일보 : 오직 ‘기생충’ 위해…오스카, 벽을 깼다
동아일보 : 영화같은...
서울신문 : 봉준호의 오스카 혁명
세계일보 : 봉준호, 오스카 역사 뒤집다
조선일보 : ‘화이트 오스카 92년’을 뒤집다
중앙일보 : 상상이 역사 됐다…충무로, 오스카 정복
한겨레 : 기생충, 세계영화사의 선을 넘다
한국일보 : 주인공은? 기생충!!!!

▲11일자 아침신문들 1면.
▲11일자 아침신문들 1면.

신문들은 비영어권 나라인 ‘한국’이 수상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그 말대로 아카데미가 외국어라는 언어의 한계를 딛고 ‘기생충’에 상을 몰아준 것은 미국 영화에 갇힌 할리우드의 풍토를 바꾼 일로 기록될 만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우리보다 먼저 아카데미를 두드려온 일본과 중국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라며 “아카데미 영화제는 미국 문화의 자존심 같은 상징적 이벤트다. 그만큼 ‘백인이 만든 영어 영화’에 집착해 왔다. 그렇기에 한국인이 한국어로 말하는 영화가 오스카 트로피를 받는다는 것은 노벨 문학상 수상보다도 더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고 평가했다.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 11일자 중앙일보 4면.
▲ 11일자 중앙일보 4면.

‘빈부격차’를 소재로 활용한 점도 수상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4면에 “1% 대 99% 양극화 담론에 전 세계 젊은 관객들 큰 반향”이라는 제목으로 ‘기생충’ 아카테미 4관왕 비결을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높였고 △백인 중심의 보수성향이 강했던 아카데미가 올해부터 외국어 영화상을 국제영화상으로 변경하며 ‘다양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이동진 영화평론가) △5개월간 오스카 캠페인을 벌여 온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제작사 CJ의 치밀한 마케팅 노력이 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무엇보다 ‘기생충’이 세계의 관객들과 깊은 공명을 일으킨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향해 던진 묵직한 주제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선정한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현대사회를 반지하와 대저택으로 은유하며 계급투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영국의 가디언도 빈부격차의 담론에 굶주린 젊은 관객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11일자 한국일보 1면.
▲11일자 한국일보 1면.

신문들은 배우와 감독이 아닌 영화 제작을 지원한 ‘CJ그룹’도 조명했다. 서울신문은 5면에 “북미 홍보 100억 썼어도 CJ그룹 내부는 ‘잔칫집’”이라는 제목으로 CJ가 봉준호 감독 영화를 지원한 소식을 다뤘다. CJ는 기생충 영화에 앞서 봉준호 감독이 첫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에 도전하는 데도 400억원 예산을 지원해 봉감독이 세계 영화계에 널리 이름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 11일자 세계일보 2면.
▲ 11일자 세계일보 2면.
▲11일자 중앙일보 6면.
▲11일자 중앙일보 6면.

서울신문은 “이번에도 기생충팀이 북미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고 CJ는 여기에 100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미경 부회장은 미국 엔터테이트먼트산업에 대한 자기 지식을 총동원해서 오스카 프로모션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2면에 “‘기생충’ 숨은 공로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기생충’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이 부회장은 지난해 ‘기생충’이 미국에 진출한 이후 물밑에서 각종 지원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6면에 “숨은 주역 이미경 ‘난 봉준호 모든 게 좋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조명했다.

세계일보는 번역가인 ‘달시 파켓’도 큰 조력자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특유의 정서를 영미권에 고스란히 전달한 영화평론가 겸 자막 번역가 달시 파켓의 노련미가 돋보였다. 극중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라면)’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옮긴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11일자 서울신문 4면.
▲11일자 서울신문 4면.
▲11일자 조선일보 23면.
▲11일자 조선일보 23면.

한편 조선일보와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대사관에서 직원들과 함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관람하며 ‘짜파구리’를 먹는 사진을 보도했다.

조선일보·세계일보 아직도 ‘우한 폐렴’ 사용

11일자 아침신문들을 살핀 결과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소식을 아직도 ‘우한 폐렴’으로 쓰고 있었다.

▲11일자 조선일보 5면.
▲11일자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5면에서 “우한 생중계한 변호사 실종…中(중)네티즌들 ‘어디에 가뒀는지 밝혀라’”라는 제목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진원지인 중국 우한 상황을 소셜미디어로 중계하던 중국 변호사 천추스가 실종되자 10일 중국 인터넷에서는 그의 소재를 밝히라는 요구가 이어졌다”며 “중국 정부가 여전히 소셜미디어를 통제하고 언론 자유를 압박한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2면 “중국서 한국일 3명 신종 코로나 첫 확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일 산둥성에 체류 중인 한국인 3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통보해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는 다른 언론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신종 코로나’로 줄여 쓰는 것과 달리 ‘우한 폐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11일자 한국일보 6면.
▲11일자 한국일보 6면.

3차 전세기 11일 출발, 경기 이천에 수용

경향신문은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남아 있는 교민과 중국인 가족 150여명을 데려오기 위한 3차 전세기가 11일 우한으로 출발한다. 격리 생활시설은 경기 이천시의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으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한국일보는 6면에 “‘이장도 몰랐다’ 격리시설 이천 지정하며 또 일방적 발표”라는 제목으로 “주민 불만은 우한 교민이 마을 어귀의 시설에 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부가 주민에게 알리지도 않고 발표한 데 있었다. 이날(10일) 정부는 오전에 관련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황1리 마을주민설명회는 오후 4시에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