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우 한겨레 사장이 윤석열 별장접대 의혹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가) 일방적으로 사과할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겨레 사측은 이 보도와 관련해 한 번도 입장을 낸 적이 없는데 사실상 첫 입장 표명인 셈이다.

양상우 사장은 오는 13일 치러지는 18대 사장 선거 후보자로 출마했다. 양 사장은 3선을 노리고 있다. 그는 사장 후보자 온라인 홍보물에서 윤석열 별장접대 의혹 보도와 관련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양 사장은 지난 9일 배포한 온라인 홍보물에서 ‘끝장인터뷰’라는 코너를 만들어 사내 구성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제시하고 답을 달았다. 인터뷰 내용에는 △윤석열 별장접대 의혹 보도 △연임 이유 △사장과 편집인 둘 다 출마한 이유 △사내 파벌 갈등 △조국 보도 △편집국 성명 △한겨레 라이브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윤석열 별장접대 의혹 뭉개기’ 보도는 계속 논란 중이다. 특히 보도 경위를 두고 궁금증이 많고 사내에 도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도 여러 가지”라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뉴스 품질 수준에 비춰선 부족함이 있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기사 마감일인 2019년 10월10일 오후 4시 편집국장이 양상우 사장에게 처음 보고했다. 기사가 완성되지도 않은 메모 수준에 입각한 보고였다. 이를 보고 사장은 무슨 지시할 수 없었다. 그저 ‘보도 내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반론을 최대한 실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편집위원회 논의와 중지도 차분히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대답을 했다.

그는 △과거 특종 보도된 한 기사를 거론하며 당시 해당 기사는 10매 중 반론이 4.5매였음에도 공전의 히트를 친 기사가 됐다며 보도 시엔 반론의 양이 충실해야 함을 강조했고 △취재가 부족하면 발행일을 미뤄야 할 사안이다. 발행일을 최대한 다음 주 월요일로 미루더라도 충실한 취재에 입각해 보도하라 발행일 지연의 책임은 사장인 내가 모두 진다 △특히 반론 정취 등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총장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현재로선 윤석열과 윤중천 관계에 대한 의혹이 있음에도 검찰이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보도 내용은 틀림없다고 본다. 이 의혹 제기는 유효하며 가볍지 않은 특종 보도”라며 “특히 현재 최초 보도 당시 거론된 여러 팩트들의 물증을 취재팀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조만간 추가 보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윤 총장이 기자들을 고소한 만큼 사장은 기자들을 보호하고 믿어야 할 의무도 있다. 사장인 제가 그들을 저버리면 이번 같은 상황에서 누가 그들의 의지가 되겠나. 보도 당시 제가 나서서 이런저런 의사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끝으로 “보도 내용은 이미 후속 보도까지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사과할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첫 보도 이상의 파장이 일 수도 있는 후속 보도를 통해 첫 보도의 부족함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11일자 한겨레 1면 보도.
▲지난해 10월11일자 한겨레 1면 보도.

한겨레는 지난해 10월11일자 1면 머리기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추가조사 없이 마무리됐다”며 검찰이 윤중천씨의 진술을 덮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 이어 3면에서도 이 내용을 보도했다.

▲ 지난해 10월11일자 한겨레 3면 보도.
▲ 지난해 10월11일자 한겨레 3면 보도.

당시 한겨레 보도를 놓고 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겨레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한겨레 사측은 이 보도와 관련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한겨레지부·지부장 길윤형)는 보도가 나간 2달 뒤인 지난해 12월23일 발행한 노보에서 “현재 상황을 심각히 받아들여 문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도 침묵하고 있다.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가 자신의 잘못에 눈감고, 사태가 잠잠해지길 무책임하게 기다린다면 ‘신뢰 상실’이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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