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언론 지형도 뒤흔들고 있습니다. 언론사에게 유튜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정치인과 시사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매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취재형 100만 유튜버가 등장했고 언론이 외면해온 소수자와 약자에게 유튜브는 ‘확성기’가 됐습니다. 언론을 매개해 홍보에 열을 올렸던 공공기관과 기업은 직접 소통에 나섰습니다. 2020년을 맞아 유튜브 저널리즘 지형을 심층 분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1. 언론사 유튜브 콘텐츠 누가 만들까
2. 언론 대신 유튜버 찾는 시대
3. 언론사 유튜브 전략 점검
4. 색다른 목소리 내는 언론사 버티컬 브랜드 
5. 지역언론과 유튜브
6. 정치시사 유튜버 판세 뒤흔들까
7. 소수자와 약자 목소리 스피커 달다
8. 취재원에서 경쟁자로, 유튜브 뛰어든 시민단체
9. 교육감이 드립치는 시대, 유튜브와 공공기관 소통
10. 유튜브 브랜드 저널리즘 성과는

유튜브로 ‘언론’을 보는 시대다. ‘스브스뉴스’로 대표되는 디지털 뉴스 브랜드는 지루하지 않게 온갖 드립을 쏟아내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오늘자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비하인드컷’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추억의 예능과 드라마가 유튜브 공간을 통해 올라오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높아진 주목도와 달리 정작 콘텐츠를 만드는 현장의 실무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현황 점검을 위해 전·현직 언론사 유튜브 실무진 5명(A~E로 표기)과 관리자급 3명(F~H로 표기) 등 8명을 인터뷰했다. 일부 언론사 관리자급 관계자들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우린 값싼 소모품, 이직해도 경력 안 쌓여”

언론사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실무진 다수는 ‘인턴’ ‘계약직’ ‘프리랜서’로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미디어오늘이 최근 3개월간 언론사 유튜브 콘텐츠 인력 채용 공고 32건을 분석한 결과 31건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는 내용이다. 일부는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검토’한다고 했다. 처우는 공개하지 않거나 월급 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다수였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탄생한 새로운 직군은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굳어지고 있다.

“솔직히 (우리 매체가) 비정규직 보도하는 거 같잖다.” 인터넷 매체 유튜브 콘텐츠 제작 노동자 D의 말이다. 그는 “커리어를 쌓을 줄 알고 일을 시작했지만 7년 동안 있어 보니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업계에 있고 싶지 않다. 사람들에게 오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 전현직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제작 인력 A.
▲ 전현직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제작 관계자 A.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 전혁직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제작 인력 B.
▲ 전혁직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제작 관계자 B.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 전현직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제작 관계자 C.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 전현직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제작 관계자 C.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언론사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 담당자들은 회사에 따라 에디터, 크리에이터, PD 등의 직책으로 불린다. 이들은 언론사 유튜브 전용 뉴스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편집하는 일을 한다. 인터넷 신문사에서 일하는 D를 제외하고는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팀에서 일한다. 실무자는 인턴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반면 관리자 역할은 ‘기자’가 맡고 있었다.

방송사 유튜브 기획과 제작을 맡은 이들은 대부분 언론사 입사 지망생이다. A, B는 1년 단위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거나 일했다. 1년 후 계약 연장은 가능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방송사 관계자 C도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한다. 인터넷 매체에서 일하는 D는 회사가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 일부러 계약 기간을 2년에 못 미치게 설정했다고 했다.

이런 구조 탓에 유튜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여러 언론사를 전전한다. 월급 200만원 가량의 저임금 구조인 ‘스브스뉴스’ 출신들이 300만원 가까운 월급을 주는 KBS ‘크랩’ 등으로 옮겨가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계약직 신분이 유지돼 제대로 경력을 쌓기 힘들다. 

D는 “사람을 쓰고 버리고 더 어린 애들을 계속 뽑는다. 몸값이 싸고 젊으니까 아이디어도 쉽게 가져갈 수 있다. 어떤 직군은 연차가 쌓이면서 몸값이 쌓이는데 (우리는) 쌓이기 힘든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C는 “젊은 감각이 필요한데 싸게 부리고 싶고, 젊은 세대가 이 분야에 관심도 많다. 공급이 유지되니 이 구조도 유지된다”며 “정규직 전환을 할 거라는 기대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B는 “경력을 쌓으면 대우가 나아지는 것 같진 않다. 회사마다 페이가 다른 것일 뿐”이라고 했다.

정규직 여부는 업무 퀄리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신문사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다 정규직 전환된 E는 “조직의 미래가 내 미래가 될 때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생각도 대동소이했다. “회사 (유튜브) 채널에 이제 관심도 안 간다. 회사는 선점을 원하지만 ‘어차피 나는 계약 만료인데’ 이런 생각이 든다”(D) “장기 기획을 하기 힘든 여건에서 매일매일 이슈가 되는 걸 콘텐츠로 만드니 애정을 갖기도 어렵다.”(A) “기획을 하려 해도 포트폴리오 이상의 가치가 없다. 시리즈 같은 걸 기획하면 짧게 하다 옮겨야 하니 별로 하고 싶지 않다”(B). 시키는 입장인 언론사 관리자급 기자 F도 “장기적인 기획을 맡길 수 없게 된다”며 공감했다.

그들에게 ‘언론사 조직’은 ‘벽’이다

유튜브 콘텐츠 노동자들에게는 ‘벽’이 많다. 공통으로 언급되는 가장 큰 벽은 관리자급인 ‘기자’와 ‘편집국’(보도국)이다. 

20대 중심의 뉴미디어 제작 인력과 기성 세대 중심의 정규직 기자들 사이에서 문화, 세대, 직군 등 차이로 인한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A는 관리자급 기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다 너희 기록으로 남는다’ ‘지금은 젊으니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라’는 식의 말을 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안이한 말이다. 우리와 같은 월급을 받고도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C는 “크게 억눌린 건 없다”면서도 직군의 차이와 세대 차가 함께 드러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은 정규뉴스 문법에 맞추려고 하는 반면 젊은 프리랜서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뉴스 가치 세팅에도 세대 간 차이가 느껴진다. 기성세대는 부동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강남 부동산 가격’이 올라갔다는 게 뉴스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 전현직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 제작 관계자 C.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 전현직 인터넷신문 유튜브 콘텐츠 제작 관계자 D.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 전현직 일간신문 유튜브 콘텐츠 제작 관계자 E.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 전현직 일간신문 유튜브 콘텐츠 제작 관계자 E.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아이템 발제를 두고 데스크와 갈등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A는 “전반적으로 자율적인 분위기인데 팀장이 만들고 싶은 걸 갑자기 기획해서 총 맞는 (일방적으로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B는 “내 것을 만들고 싶다. 회사에서는 (지시하는) 아이템을 다 하고 나서 발제를 해야 하는 분위기다. (정해진 현장을 전달하는) ‘발생’을 줄여달라고 피력했지만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편집을 외주라고 생각하고 관리자가 소모품처럼 부리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사에서 이 같은 벽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E는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영상인데 (신문사에선) 영상을 잘 보지도 않는 분들이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점이 문제다. 기자들은 영상을 단신 기사처럼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의외로 젊은 기자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관리자급 기자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관리자급 기자 F는 “신문사 조직에서는 영상을 가르쳐줄 수 없는데 배움을 필요로 하는 젊은 노동자들에게 알려줄 수 없는 게 많아 힘들다”고 말했다. 관리자급 기자 G는 “채용할 때 (신문사에) 영상 전공자가 없어서 비전문가인 기자가 뽑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사들은 정규직 전환을 했으나 여전히 유튜브 제작 인력은 겉돈다. “정규직이지만 연봉 테이블이 기자직과 차이가 있다.” E의 말이다. 그는 정규직 전환 후에도 차별을 느낀다고 했다. “어쨌든 신문에 낼 기사가 먼저인 조직이기에 유튜브 콘텐츠는 곁다리가 될 수밖에 없다.” F는 “연봉 테이블을 비슷하게 맞췄는데 (영상 제작인력의 경우) 취재수당이 없어 반감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들은 기자협회가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을 대표해 목소리 낼 기구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 언론사들이 유튜브 콘텐츠 제작 및 편집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으나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 언론사들이 유튜브 콘텐츠 제작 및 편집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으나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사진=gettyimagesbank. 디자인=이우림 기자. 

시스템 안 바꾸고 말로만 ‘디지털’ 

정규직 노동자를 뽑아 일하는 게 더 나은 성과를 담보할 수 있다는 데 관리자급 노동자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문제는 회사에서 ‘지출’을 꺼리고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으로는 ‘디지털’을 기존 기자와 PD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보지 않고 있다.

관리자급 기자 G는 “회사가 어려워 투자에 부담을 느낀다. 한번 인건비를 올리면 지속적으로 지출이 커진다. 반면 유튜브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개인 크리에이터는 월 500만원 벌 수 있는데 우리는 팀 단위로 인건비만 월 2000만~3000만원 나간다”고 했다. 관리자급 기자 H는 독자층 다수가 무료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고민스럽다고 했다.

지면, 방송과 ‘디지털’이 따로 노는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독자와 시청자들이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지만 제작 시스템은 여전히 신문과 방송에 힘이 쏠려있다. 

E는 “신문 지면은 매일 100명이 넘는 인력이 달라붙어 만들지 않나. ‘디지털’이라는 말만 많이 하지 정작 자원 분배를 거의 하지 않는다”라며 신문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관리자급 기자 G는 “신년사에 뉴미디어를 강화한다는 말을 하지 말든가. 사회 정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면서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C는 “공채 인력을 계속 뽑으니 이 시대에 필요한 인력에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영상 소비가 많이 늘었으면 새로운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이들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자급 기자 H는 대규모 신규 채용시 비용의 한계를 지적하며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 기자가 적응해야 한다. 출입처에서 사람 만나는 게 일인 기자들은 업무시간의 반을 편집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을 두려워한다. 회사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도 기자를 재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A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를 부수적으로 느끼는 거 같은데 뉴미디어는 부수적인 게 아니어야 한다. 방송 기자들에게는 돈 벌어오라고 하지 않는다. 방송사는 뉴스로 돈을 벌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뉴스’를 만들라면서 돈도 벌어오라고 한다. 뉴스를 만들 건지 콘텐츠를 만들 건지 방향을 잡지 못 한 것 같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주요 언론사 사장들이 2020년 신년사에서 두 번째로 많이 언급한 단어는 ‘디지털’로 54회 등장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콘텐츠’였다. 세 번째로 많이 등장한 표현은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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