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대표이사 이성덕)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법으로 다투던 이재학 PD가 지난 4일 세상을 떠나자 언론노동계·시민사회계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청주방송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PD는 14년간 청주방송 소속인 것처럼 일했지만 법적으로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제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다. 주당 4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던 이 PD가 임금인상을 요구한 뒤 청주방송에서 쫓겨났고, 이후 1년반 동안 소송을 했지만 지난달 22일 청주지법이 회사 손을 들어줬다. 

정의당은 “고 이학재PD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청주방송에 있지만,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부는 방송업계 노동인권 보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017년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고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 정규채용할 인력을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악습이 소규모 민영방송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는 것도 지적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지난 1년6개월동안 전 직장과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해온 한 프리랜서 방송PD가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 PD가 14년간 조연출·연출, 행정업무 등을 맡고 불안한 지위 탓에 간부들의 사적인 지시까지 따랐던 현실을 지적하며 “생활고로 고인이 인건비 인상을 요구하자 청주방송 측은 고인을 해고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청주방송 측의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인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으로 항의했지만 청주지법은 고인을 청주방송 소속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부당해고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며 “청주방송 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비상식·비합리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주방송은 지금이라도 고인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고 유족에게 합당한 배상을 하라”고 주장했다. 

이 PD 죽음이 알려지면서 언론노동·시민사회 단체들도 고인을 애도하며 방송계의 불공정한 현실을 언급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6일 “프리랜서는 자유로운 노동이 아니라 권리를 빼앗긴 자들의 이름”이라며 “법원과 방송국의 결탁 속에 지금도 방송국에서 일하는 수많은 ‘프리랜서’들은 권리 없는 노동에 시달린다. 방송작가, 프리랜서 아나운서, 프리랜서 PD가 그렇게 시들어간다”고 비판했다. 

▲ CJB 청주방송 로고
▲ CJB 청주방송 로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우리는 이미 MBC ‘리얼스토리 눈’ PD의 독립PD들에 대한 폭언과 갑질, SBS ‘뉴스토리’ 작가 집단 해고 사태, SBS ‘동상이몽’ 촬영감독의 폭로로 확인된 방송계의 상품권 페이 관행, MBN PD에게 맞아서 안면골절 피해를 입은 독립PD 등 논란을 지켜봤다”며 “대전MBC에서 벌어진 채용차별 시정을 요구하다 업무에서 배제된 김지원 아나운서 그리고 MBC에서 해고된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사례 역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역시 이날 “청주방송과 청주지법이 손잡고 방송노동자를 죽인 것”이라며 “비정규 방송노동자들 권리와 조엄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언론노조 지역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지민노협, KNN·KBC·TBC·TJB·CJB·JTV·ubc·JIBS·G1)는 7일 “이 PD처럼 ‘프리랜서’로 불리는 비정규 직원들이 청주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 방통위도 청주방송뿐 아니라 모든 방송사에 대한 비정규직 실태 조사를 벌여 방송사를 엄벌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독립PD협회도 이날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노조), 노동부, 방통위에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청주방송노조에는 “유족 참여하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달라”고 했고, 노동부에는 “청주방송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위법 책임자를 조치해달라”고 했다. 독립PD협회는 방통위에 “방송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제2의 이재학, 박환성, 김광일을 막아내지 못한다”며 “청주방송 전반을 점검해 재허가 조건에 반영하라”고 주장했다. 

▲ 고 이재학 PD 빈소 입구. 사진=손가영 기자
▲ 고 이재학 PD 빈소 입구. 사진=손가영 기자

한국방송스태프협회는 이날 방통위에 ‘고 이재학PD 사건의 진상조사’ 착수, 노동부에 청주방송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하고 국회에는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또 청주방송에는 “가해자와 책임자를 강력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현재까지 한국PD연합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전국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 방송작가유니온,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청주방송의 행태와 청주지법 판결 등을 비판하며 이 PD 죽음을 애도했다. 

전국언론노조는 7일 청주방송 사측에 이 PD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재판과정에서 사측의 부당한 압력이나 직장 내 갑질이 없었는지 유족이 참여하는 노사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또 비정규 노동조건을 조사해 직접고용 정규직화 등 대책마련을 주장했다. 

한빛센터, 방송스태프지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12일 회의를 열고 이재학 PD 사망 관련 대책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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