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이 논평을 내 특별연장근로 확대조치 비판 관련 ‘왜곡보도’ 중단을 요구한 뒤에도 선후관계를 뒤집은 보도가 확산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4일 오전 각각 논평을 내고 “악질적 왜곡보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매일경제와 조선일보 보도를 두고 “3달 전 예고한 행정소송을 2달 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연결시켜 기사를 쓰는 신박함”이라며 “사안 진행순서를 따지지 못하는 현 상태를 ‘노조혐오’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조선일보가 “국민적 재난상황을 ‘인과관계’로 엮어 여론을 오도”한다며 “양대노총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한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공동대응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논평은 두 매체가 이날 지면에 “노동계가 마스크 생산업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정부에 행정소송을 예고했다”고 보도한 데 반박하는 취지다. 조선일보는 “양대노총, 정부 특별연장근로 확대에 소송 추진”에서 “정부가 지난달 31일 우한 폐렴으로 주문이 몰린 경기도 한 마스크업체에 특별연장근로를 처음 허용했다”며 “하지만 정부의 범위 확대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동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매일경제도 “‘마스크 제조 연장근로 안돼’ 이와중에 양대노총은 소송” 기사를 냈다.

▲4일 조선일보(왼쪽)·매일경제 지면 갈무리
▲4일 조선일보(왼쪽)·매일경제 지면 갈무리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주52시간 이상 일하도록 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기존의 ‘재해·재난 등의 수습’에서 △업무량 폭증 △소재·부품 연구개발 △인명 보호 등으로 대폭 넓혔다. 앞서 양대노총은 지난해 12월 노동부 입법예고 때부터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이자 노동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행정소송 방침을 밝혀왔다. 정부는 개정 첫날 새 사유를 적용해 마스크업체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양대노총이 초기에 반박했지만 비슷한 보도는 오히려 퍼졌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에 더해 서울신문과 중앙일보, 헤럴드경제가 이튿날인 5일 사설을 냈다. 서울신문은 “양대노총, 신종 코로나 위기에 연장근로 반대 유감이다”에서 “이 와중에 양대노총이 그제 마스크 제조공장 근로자들의 연장근로 인가 조치를 문제 삼고 나선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고집불통 양대노총… ‘특별연장근로 반대 19일 행정소송’” 기사도 냈다. 머니투데이 등도 같은 취지로 온라인 보도했다. 모두 양대노총의 논평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4일 (위부터)조선일보·매일경제·헤럴드경제·서울신문 사설
▲5일 (위부터)조선일보·매일경제·헤럴드경제·서울신문 사설
▲5일 매일경제
▲5일 매일경제 14면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4일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보도를 본 타사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반박 논평을 냈지만, 아니나 다를까 앞서 보도를 베낀 듯한 기사가 났다”고 했다. 손지승 민주노총 대변인은 “머니투데이와 매일경제에 수정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감염병 국면은 한동안 지속될 테고 그 상황에서 노동집회도 열릴 텐데, 왜곡 논리가 바로잡히지 않고 집회 때리기에 활용되진 않을까 우려”라고 했다.

노동부 안에서도 보도 흐름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양대 노총이 입법예고 때부터 법률대응 로드맵을 밝힌 만큼 사실관계는 명확하다”며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을 가지고 상황을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생각했다. 놀랍지는 않았다”고 했다.

▲KTV 국민방송 갈무리
▲KTV 국민방송 갈무리

그렇다면 마스크업체가 적용받은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조치 자체는 어떻게 봐야 할까. 노동법률계는 애초에 법률 위임을 거치지 않은 개정이라 위법일뿐더러, 기존 법제도로도 장시간노동이 지속되던 차에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거쳐야만 업무량에 대처할 수 있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정병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법제에 이미 단위기간 안에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 노동시간을 늘리도록 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있다. 24시간 연속노동이 가능토록 한 선택적 근로시간제, 주52시간 넘는 노동시간에 노사 서면합의하도록 한 재량근로제도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현재 50인 미만 업장에선 52시간 상한제도 시행이 미뤄진 상태인데,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대폭 축소한 지 2년도 안 돼 해당 조치로 노동자 건강권 보호가 무색해졌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소송 소장을 제출한다. 한편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5일 노동현안점검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 관련 특별연장근로 인가 신청 접수시 신속 혹은 즉시 조치하도록 지시했다. 이달 4일까지 11건의 신청에 대해 3건이 인가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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