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대표 이두영·이성덕) 직원들이 고 이재학 PD 사망 사태를 두고 “우리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회사에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지부장 장원석)는 6일 성명을 내 “청주방송은 프리랜서의 불법적이고 기형적인 고용형태를 영원히 퇴출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조속히 착수하라”며 “만약 그늘 속 약자들에게 다시 책임을 떠넘기려 하거나,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의 땜질식 처방을 낸다면 전국민적 공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노조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방송지부는 “우리에겐 아직도 고인과 같이 노동력을 착취당하다시피 하는 프리랜서들이 상당하다”며 “사측은 3월 개편에서도 제작비 축소를 이유로 프리랜서들을 ‘더 깊은 저임금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수년간 제자리에서 묵묵히 일한 프리랜서에게 전화 한 통으로 ‘업무능력이 떨어지니, 2주 후에 직장을 나가 달라’는 해고를 통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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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의 고 이재학 PD 빈소.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의 고 이재학 PD 빈소.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지부는 “누구도 이 PD가 패소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더 침통하다”고 했다. 청주방송엔 2017년 한 프리랜서 직원이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노동자성을 확인받은 사례가 있었고 이 PD는 정규직 PD와 다를 바 없이 근무했기에 직원 대부분이 승소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 PD는 지난달 22일 청주방송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졌다.

청주방송지부는 “민사소송을 주관한 재판부에게도 묻고 싶다.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CJB직원들은 모두 프리랜서 이재학이 아닌 ‘이재학PD' 불렀고, 기억하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방송현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동료의 죽음을 가슴에 새기며 눈물짓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방송지부는 또 “노동조합 또한 통렬히 반성한다. 보다 많은 비정규직과 저임금자들을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현직 집행부 전원이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고 적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6일 “프리랜서라는 허울 아래 헐값에 쓰여지다 하루아침에 버려진 ‘위장 프리랜서’일 뿐, 전형적인 비정규노동자일 뿐”이라며 “고 이재학 PD는 부당해고에 맞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나섰지만 사측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노동자성 인정을 막았고 법원마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고 이재학 PD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참사는 전적으로 방송사의 책임”이라 밝혔다.

▲2월 5~6일 동안 언론·노동단체에서  청주방송과 청주지방법원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연달아 냈다.
▲2월 5~6일 동안 언론·노동단체들이 청주방송과 청주지방법원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연달아 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계 대표 비정규노동자인 방송작가는 이 PD의 황망한 죽음에 내 일 같은 고통을 느낀다”며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해 계속 투쟁할 것”이라 적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6일 “청주방송국에서 청주방송의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제작하고 업무보고까지 올린 고 이재학 PD가 청주방송에 종속된 노동자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이토록 노동 현실과 상식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법과 사법부는 대체 왜 존재하는가”라 물었다.

민언련은 “일을 시킬 때는 ‘프리랜서’도 회사의 업무 지시를 받는 노동자고, 자를 땐 ‘프리랜서’라 ‘회사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 죽음의 모순을 하루빨리 깨부숴야 한다”며 “청주방송은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는 무의미한 인사치레는 집어 치우고 당장 고 이재학 PD의 명예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는 물론, 프리랜서를 포함한 모든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또 “사법부는 이렇다 할 판례도 없이 노동권 사각지대로 방치된 방송계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지위와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법리를 검토하고 판결의 방향성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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