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법조 출입기자단 간사에게 추미애 장관과 함께하는 오찬을 제안했지만 법조 출입기자단이 거절했다.

법조 출입기자단은 하루 전에 오찬을 제안한데다가 대상도 기자단 전체가 아닌 법조 출입기자단 간사 4명만 한정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선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 발표와 법무부의 조국 전 장관 공소장 원문 국회 제출 거부 등 언론과 갈등이 계속 불거지면서 기자단이 항의 차원에서 오찬을 보이콧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법무부는 6일 고검 사무실에서 ‘서울고검내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실 개소식’을 개최한다며 5일 기자단에 취재를 요청했다. 이 자리엔 추미애 장관을 포함해 차관, 기조실장, 검찰국장, 정책보좌관, 대변인, 부대변인이 참여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개소식 이후 추미애 장관과 오찬을 하자고 법조 출입기자단 간사 4명에게 제안했다. 법조 출입기자단엔 법원, 서울고검, 대검, 대법원 등 4개 기자단에 있다. 하지만 법조 출입기자단 간사들은 각 기자단 모임을 갖고 추 장관과 오찬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법원 기자단 김건훈 간사(MBN)는 “형식상 부적절해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하루 전 출입기자단 전체가 아닌 간사들에게만 제안한 오찬에 응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간사는 “친구 사이라도 갑자기 점심 하자면 약속이 있을 경우 거절하는 통상적인 수준으로 이해해달라. 저희는 형식에 치우친 사람이 아니다. 이날 대법원 판사 인사와 대법원 선고 날이라 여유롭게 식사 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간사는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에 국민 알권리 제한이라는 취지의 항의 비슷한 게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장관과 오찬 거절 배경에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실제 다른 법조 기자단에서는 개소식 취재도 보이콧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기자단은 간사만 불러 밥을 먹은 전례가 없고 엄밀히 따지면 법원 기자단은 법무부 소속이 아니라 추 장관과 식사할 명분이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른 기자단 간사들이 오찬에 참석해도 법원 기자단 간사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지검 기자단은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입장에 ‘성의 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개소식 취재 하는 게 적절치 않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결국 개소식 취재는 각 매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 대검찰청. ⓒ연합뉴스.
▲ 대검찰청. ⓒ연합뉴스.

실제 공소장 비공개를 놓고 법무부와 출입기자단 사이에 신경전도 벌어졌다. 법무부 단체카톡방은 법무부 대변인을 포함해 법조 출입기자단이 들어 있어 법무부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4일 법무부가 단톡방에 “국회의 ‘울산시장 등 불구속기소 사건’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소장 원문은 제출하지 않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소사실 요지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였다”고 공지하자 기자들 질문이 이어졌다.

공소장 국회 제출 거부가 언제부터 적용되고, 법적 근거를 밝히라는 질문과 다른 사건의 공소장 국회 제출 금지 여부 등을 법무부 대변인에게 캐물었다.

한 법조 출입기자는 “해당 단톡방은 보통 법무부의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창구 성격이 강해 보통 공지 내용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개별 취재 하는데 법무부 공소장 공개 금지에 반발하는 일부 기자들이 대변인을 향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답변이 없어 신경전이 벌어졌다. 법조 기자단과 법무부 관계자가 모두 모여 있는 채팅방에서 시위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기자단 회의에서 “기자들 질의에 답변은 안 하면서 내일 개소식 일정 공지는 너무 일방적이다. 이번에 강경하게 의견을 전달할 필요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추미애 장관 오찬 제안에 응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다른 법조 기자는 “추미애 장관 오찬을 거절한 건 사실 항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며 “한마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부장검사만 하더라도 오찬 하자고 했으면 출입기자단이 이렇게 거절했겠느냐”라고 말했다.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은 통화에서 “대변인실 개소식 행사 자체도 화요일(4일) 오전부터 부랴부랴 준비한 측면이 있었고, 오찬 제안도 그렇게 이뤄졌다”며 “간사분에게 차례차례 연락 드려 처음엔 다들 허락해서 내부 보고까지 마쳤는데 콜백이 와서 참석이 곤란하다고 했다. 개막식이 법무부 소관 행사라 참석하시는 분들이 불편하면 안될 것 같아서 오찬 제안을 한 번 이상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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