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새 대변인으로 임명 예정인 강민석 전 중앙일보 부국장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철학에 이해가 깊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넣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 중에 하나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계속 현직 언론인을 청와대 중책에 영입하는 것은 권력과 언론의 적절한 긴장관계와 거리감을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 신임 대변인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나와 경향신문 출신으로 중앙일보로 이직한 뒤 청와대 출입기자,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지난 연말 인사 때 콘텐츠제작에디터(부국장대우)까지 올랐다. 그는 중앙일보 정치부에서 주로 민주당을 출입했다. 그는 지난 3일 사직처리가 됐다. 아무런 숙려기간 없이 퇴사 사흘만에 청와대 대변인이 됐다.

▲ 중앙잉보 2004년 2월27일자 1면
▲ 중앙잉보 2004년 2월27일자 1면

그가 과거 노무현 정권을 상대로 쓴 기사는 참여정부에 대한 이해가 깊은 보도라기보다는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탄핵위기로 몰아넣은 폭로기사로 더 알려졌다.(중앙일보 2004년 2월27일자 1면) 이 기사로 당시 정국을 뒤흔들었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이 가결되는 여러 근거 가운데 스모킹 건이 됐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의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기각)에도 이 기사가 언급된다.

강민석 대변인은 중앙일보 지난 2004년 2월27일자 1면 머리기사 ‘“우리당만으로는 총선 대비 역부족…黨·政·靑 합동지휘부 필요”’ 기사에서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목표 의석은 지역구 99~114석이며, 유권자 중 40대와 수도권.충청권 거주자 및 반(反)3김층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본지가 26일 입수한 당 대외비 문건에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강 대변인은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 선거 전략 문건에서 총선 후보 영입을 위해 당·정부·청와대가 함께 참여하는 ‘컨트롤 타워’를 구성키로 한 데다 총선 전까지 이른바 ‘선(先)당·중(中)청·후(後)정’이라는 국정운영의 우선 순위까지 매겨 놓아 청와대의 총선개입 등 시비가 예상된다”고 비난했다. 강 대변인은 기사에서 “여기서 당은 ‘열린우리당’, 청은 ‘청와대’, 정은 ‘정부’를 뜻하고 있어 총선이 국가 기본행정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게 여권의 인식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또 유권자의 ‘애국심 기조’를 총선까지 시의적절하게 형성하기 위해 친일·독도·북핵·고구려사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어서 포퓰리즘 전략이란 논란도 일고 인다”고 썼다.

강 대변인은 열린우리당 ‘총선 전략 태스크포스팀(TF)’이 지난 10일자로 작성한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전략 기획’ ‘지지도 조정 국면 대응 방안’이란 두개의 문건에서 “당과 정부와 청와대의 ‘컨트롤 타워’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당내 팀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밝히고 있어 자칫 관건선거 시비를 불러일으킬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강 대변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다 보류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탄핵사유로 올라온 중앙일보의 해당 기사(2004. 2. 27.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전략 기획”)를 두고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개입의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이 사건의 변론과정에서 드러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청구인(노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선거전략을 지휘하거나 그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 없다”고 배제했다.

그러던 강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땐 ‘노무현’의 휴머니즘을 부각하는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강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 밤 기사를 작성했다. 그는 중앙선데이 2009년 5월24일자 ‘“노무현스러움은 결벽증… 원칙 어긋나면 못 참아”’에서 “‘노무현스러움’은 바로 결벽증의 다른 말”이라며 “스스로 설정한 원칙과 가치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났을 땐 참을 수 없어할 뿐 아니라,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서도 별로 연연해하거나 집착하지 않는 스타일이 ‘노무현 방식’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사례로 강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0월10일 춘추관을 찾아 최도술 총무비서관 비리 검찰 수사 관련 결과가 무엇이든 국민의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표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강 대변인은 이를 두고 당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측근이 받은 불법적인 돈조차도 괴로워하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결벽증이고, 그게 바로 노무현”이라고 했다고 썼다. 강 대변인은 “실제로 그는 대통령직에 대해 재신임을 묻기 전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이나 국회의원직을 내던진 적이 있다”며 “강한 결벽증에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던지는 정치를 해온 노 전 대통령이기에 최근의 국면에선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고 보도했다.

강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을 두고 “정치적으론 ‘투사’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가까이서 보필한 측근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성품이 여리고 약한 편’이란 말을 자주 해 왔다”며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대선 광고의 컨셉트가 ‘노무현의 눈물’이었듯, 실제로 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자주 목격되곤 했다”고 썼다.

이밖에도 강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이광재를 조명하는 기사도 썼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뒤였다. 그는 그해 6월4일자 10면 머리기사 ‘‘노의 가문’ 간판 떠오른 좌희정 우광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과 오른팔로 불려온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와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는 동갑내기”라며 “이젠 두 사람이 노무현 가문의 간판으로 부상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친노그룹 내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게 된 셈”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20년 지기인 두 사람이 이제는 선의의 차차기 경쟁에 돌입하게 된 셈”이라고 두 사람을 조명해줬다.

현 국무총리인 정세균과 인터뷰 한 기사도 눈에 띈다. 강 대변인은 2010년 6월11일자 16면 톱 ‘“4대강 가볍게 보면 또 심판…레임덕도 빨리와”’에서 “롤러코스터에서 막 내린 기분인 듯 했다. 6·2 지방선거의 승장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 얘기”라며 “정 대표는 민주당의 영토가 된 충북 청주를 10일 찾았다”고 썼다. 그는 인터뷰를 위해 승용차에 동승한 기자에게 정 대표가 “안 이겼으면 난 지금 편하게 쉬고 있었을텐데…. 비대위한테 다 맡겨놓고”라고 말했다고 묘사했다.

▲중앙선데이 2009년 5월24일자 8면
▲중앙선데이 2009년 5월24일자 8면
▲중앙일보 2010년 6월11일자 16면
▲중앙일보 2010년 6월11일자 16면

강민석 대변인은 지난 2일 중앙일보에 사표를 내 3일 수리됐다. 강 대변인의 임명은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한 뒤여서 그가 자신의 인사검증에 동의해준 것은 그보다 전이다. 그는 현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인사검증에 동의해줬다. 현직에 있으면서 대변인행을 수락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현직 기자의 청와대 직행 케이스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렇게 현직 언론인을 청와대로 곧바로 영입한 건 한 두 번이 아니다. 윤도한(MBC)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여현호(한겨레) 현 국정홍보비서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박근혜 정부 당시 민경욱 전 KBS 앵커를 영입할 때도 이랬다. 현 정부의 언론인 출신 청와대 대변인도 김의겸(한겨레), 고민정(KBS)에 이어 세 번째이며, 청와대에만 언론인 출신이 윤영찬(동아일보) 전 국민소통수석, 윤도한 현 수석, 최우규(경향신문) 전 국정홍보비서관, 여현호 현 비서관, 정구철(미디어오늘·기자협회보) 홍보기획비서관, 김의겸 전 대변인, 고민정 전 대변인, 조용우(동아일보) 국정기록비서관 등 8명째다.

강 대변인은 중앙일보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중앙일보는 조선일보와 함께 이번 정부 내내 모든 정책에 반기를 들어온 대표적 반문 매체다. 이런 매체에서 발탁한 기자를 청와대 대변인 역할을 맡길 경우 국정철학의 전달과 소통에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다. 자칫 문 대통령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온 매체와 세력을 달래려는 생각이 있다면 그건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 생각 자체가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국민 소통을 담당하고 투명하고 정직하게 널리 하는 것 보다 특정 매체와 진영을 상대로한 전략적 행위로 여긴다면 국정수행과 국민에 모두 도움이 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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