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가 지난달 31일 새벽 ‘단독’이란 문패를 달고 ‘월 7만원 내고 4억7500만원 치료받은 중국인, 건보급여 어쩌나’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에 실었다. 이날 머니투데이는 지면(7면)에도 같은 내용을 ‘중국인 의료비에 멍든 건보재정… 年 지출액 5000억 넘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 혐오가 더해지면서 이 기사엔 3일 오전까지 105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중국 혐오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중국 퍼주기라는 극단적 내용이다. 일부 네티즌은 ‘건강보험제도 폐지’도 주장했다.

▲ 머니투데이 1월31일자 7면.
▲ 머니투데이 1월31일자 7면.

이 기사는 중국인이 우리 건강보험 적자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기사는 “중국과 동남아시아권에선 의료체제가 잘 갖춰지지 않아 국내로 ‘원정의료’를 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국적자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과대한 상황에서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치료 목적의 중국인 입국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 관광 방문 뿐 아니라 치료 목적 방문이기에 방역·검역 필요성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며 곳곳에 중국인 혐오를 담고 있다. 

이 기사는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발 단독 보도였다. 기사에서 홍철호 의원은 “의료 먹튀예방과 함께 전염확대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통계의 기본조차 무시했다. 허위조작정보라기 보다는 엉터리 기사에 가깝다. 기사는 우리 건강보험에 가입한 중국인에게 들어간 건보 지출액이 5184억원이라고만 주장할 뿐 이들이 우리 건강보험에 낸 납입금은 언급조차 없다. 

한국에 들어온 건강보험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2013~2017년까지 5년 동안 1인당 평균 537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고도 받은 의료급여 혜택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2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재외국민 직장가입자도 1인당 건보료로 846만원을 내고 370만원의 의료급여를 받았을 뿐이다.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재정수지도 2017년 2천490억원 흑자를 보이는 등 2013~2017년까지 5년간 1조1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낸 1조원 넘는 돈이 건강보험기금에 적립돼 내국인 진료에 사용된 셈이다. 

외국인, 그들은 ‘먹튀’는커녕 오히려 한국인에게 보험료를 보태주는 봉에 가깝다. 

1년여 전에 나온 연합뉴스 기사만 읽었어도 이런 류의 기사는 나오지 못했다. 연합뉴스는 2018년 11월2일 ‘외국인 모두 건보 먹튀?… 국내 직장가입자는 대체로 손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부 외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국내 들어와 거액의 건강보험진료만 받고 도망치듯 출국하면서 ‘먹튀’ 비난 여론이 쏟아지지만, 국내 사업장에 취업한 외국인 대부분은 낸 보험료보다 보험혜택을 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 건강보험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 건강보험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사실 머니투데이류의 기사는 10여년 전부터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너무도 광범위하게 퍼져 재론할 가치도 없다. 다만 정부와 국회는 이런 언론의 공세에 떠밀려 지난해 7월부터 국내에 3개월만 머물면 건강보험에 지역가입할 수 있던 걸 6개월로 늘렸다. 이들이 내는 보험료도 대폭 인상해 월 10만원이 넘는다. 

시민사회는 지난해 이런 정부의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기준 개편이 저소득층 외국인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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