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과 노동자성 인정을 두고 법적으로 다퉈온 고 이재학 프리랜서 PD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노동·언론계 단체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PD연합회는 6일 “이재학 PD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며” 제목의 성명을 내 “지금대로라면 제2, 제3의 이재학 PD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며 “PD연합회는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PD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건강한 방송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눈물을 삼키며 다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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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는 청주방송 사측에 “최고 책임자인 이두영 회장이 다른 간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며 “이 PD가 가장 억울해 한 것은 동료 PD들이 법정에서 증언하지 못하도록 사측이 압력을 넣은 사실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불법 행위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며,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CJB 해당 간부는 이 PD의 죽음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고 이재학 PD 빈소 사진. 사진=손가영 기자.
▲고 이재학 PD 빈소 사진. 사진=손가영 기자.

 

비판은 지난달 22일 이 PD의 근로자지위확인 청구를 기각한 청주지법 1심 재판장에도 향했다. PD연합회는 “법원은 사측의 억지 주장을 기계적으로 인용하며 ‘이 PD가 CJB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 PD가 독립제작사 등록을 했다는 이유로 그가 CJB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도 이날 성명에서 “법원은 취약한 방송 노동자 이재학 PD의 입장을 존중하는 대신, 오랜 시간 갑질과 이기적인 자세로 일관한 CJB의 손을 들었다”며 “법원은 이재학 PD가 오랜 시간 CJB를 위해 일한 노동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대신 근로계약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한빛센터는 이어 “이렇다 할 증거나 증언도 모으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재학 PD는 점차 벼랑 끝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안타까운 비극이 벌어졌다”며 “이재학 PD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 밝혔다.

한빛센터는 또 “자신들의 이득만을 강조할 뿐 방송 노동자의 권리는 깡그리 무시하는 CJB와 오랜 시간 비정규직이나 취약한 환경에 놓인 방송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한국의 방송 노동 환경, 그리고 방송 노동의 특수성을 살피지 않은채 철저히 사측의 편을 들어 약자가 살아남을 여지를 없앤 청주지방법원이 만든 공동 범죄”라 밝혔다.

지역노동운동단체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는 지난 5일 “프리랜서는 ‘자유계약’이고 ‘독립된 노동’이라고 하지만 이는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이 PD 노동환경을 종합하면) 프리랜서라는 허울 좋은 직업명으로 방송사가 자행하는 권리 배제가 숨겨졌을 뿐, 방송업무에 완전히 종속된, 열악한 처우와 차별을 감내하며 불안한 고용을 버텨왔던 전형적인 비정규노동이었다”고 적었다.

이들은 “이 PD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청주방송사와 방송사 비정규노동자들의 권리배제를 용인해왔던 이 사회의 법제도 때문”이라며 “청주방송은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하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한다. 지금 당장 방송사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D연합회는 “CJB는 2012년 프리랜서 조연출 과로사 사건을 비롯, 이와 비슷한 일이 한 두 번 일어난 게 아니다. 10년이 넘도록 정규직 PD를 공채로 뽑지 않고 비정규직 PD를 소모품처럼 사용하며 극한 상황으로 내몬 CJB는 이 PD의 비극을 예고하고 있었다”며 “이는 CJB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지역민방, 거의 모든 방송사가 비슷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방송 생태계를 위해 이제라도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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