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 4일 “여성친화정당이 되겠다”며 영입한 7명 법조인 중 전주혜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2차 가해의 책임있는 회사를 대리했다. 성희롱 손해배상 최종심 재판부에서 회사 책임을 인정했고, 이후 진행한 관련 형사재판이 이어졌는데 전 변호사는 이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인 회사와 회사 임원들을 대리했다. 최근 회사와 피고인 일부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오늘 인재영입의 키워드는 ‘여성’ ‘정치’ 그리고 ‘법치’”라며 “우리 당의 여성친화정당의 면모가 더 강해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영입인사들을 중심으로 여성공감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전주혜 변호사 등 여성법조인들.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전 변호사. 사진=자유한국당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전주혜 변호사 등 여성법조인들.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전 변호사. 사진=자유한국당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전 변호사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인사로 법원이 불법행위를 인정한 이후 이어진 르노삼성자동차(대표 도미닉시뇨라) 측의 형사재판을 공동법률대리인을 맡았다. 지난달 31일 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인정하며 르노삼성과 이 회사 책임자 2명에게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은 르노삼성에서 2012년 4월부터 11개월간 A씨가 직속상사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사건이다. A씨는 이 사건 공론화 이후 회사 인사팀 직원이 퍼트린 ‘A씨가 꽃뱀이다’라는 내용의 허위사실로 고통받았고, 최고등급의 인사고과를 받았던 기존 업무에서 배제된 뒤 최하위 인사등급을 받았다. 또 A씨를 도운 동료직원 B씨 역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남녀고용평등법 14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

A씨는 성희롱 가해자, 르노삼성 관계자, 르노삼성 등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과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민사소송이 먼저 진행됐는데 1심에서 성희롱 가해자 책임이 인정됐고, 2심에서 회사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로고
▲ 르노삼성자동차 로고

대법원은 2017년 12월 말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불법행위로 보고 동료직원 인사도 책임을 묻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다음해인 2018년 4월 서울고법은 대법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르노삼성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A씨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론냈다. 기존 항소심에서 사측 배상액을 1000만원 인정한 것에 비해 4배나 액수가 늘었다. 

성희롱 사건이 벌어지면 사업주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할 책임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을 중대한 불법행위로 본 판결이다. 또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를 도운 직원에도 회사가 불리한 조치를 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대법원에서 처음 인정한 판결로 언론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법에서 성희롱과 2차 가해의 책임을 인정한 이듬해인 2018년 3월 A씨가 르노삼성과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재판이 시작됐다. 전 변호사는 형사재판부터 르노삼성과 회사 관계자들의 공동대리인으로 참여했다. 재판 초기 르노삼성과 회사 관계자들을 공동대리하던 다른 법무법인이 사임하면서 전 변호사가 속한 태평양 변호인들이 피고인들을 대리했다. 

검찰은 르노삼성과 회사 관계자 3명을 기소했다. 수원지법은 지난달 31일 르노삼성 관계자 2명에게 각 벌금 800만원과 400만원, 르노삼성에 벌금 법정최고형인 벌금 2000만원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관계자 1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전주혜 변호사 등 여성법조인 7명. 정가운데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전 변호사. 오른쪽 끝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 사진=자유한국당
▲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전주혜 변호사 등 여성법조인 7명. 정가운데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전 변호사. 오른쪽 끝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 사진=자유한국당

언론에는 한국당 영입인사 소식과 함께 전 변호사가 성희롱 의혹 대학교수의 해임 불복 사건에서 대학 측 변론을 맡아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해 대학 측 승소판결을 하게 한 판사 출신 변호사로 소개됐다. 전 변호사는 2018년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한국당은 명확한 입장을 주지 않았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영입인재 검증은 인재영입위원회에서 한다”며 “사실확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전 변호사의 르노삼성 형사재판 대리사실을 알았는지’, ‘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등을 염동열 한국당 인재영입위원장에게 5일과 6일 오전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이미 민사재판에서 르노삼성의 불법행위가 드러난 이후 관련 형사재판 변호를 맡은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전 변호사는 6일 오전 “형사판결내용이 민사와 다르다”며 “일부 무죄선고 되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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